[기록 재구성] 롯데 오윤석의 ‘통쾌한’ ‘희망찬’ 사이클링 히트

기사입력 [2020-10-05 11:20]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내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붙박이’ 주전 2루수 안치홍이 부상을 딛고 돌아올 때까지 ‘땜방’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상 이상이다. 모두 깜짝 놀랐다. 2020년 10월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KBO 역대 최초의 만루 홈런을 포함한 사이클링 히트까지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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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오윤석은 `백업` 선수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이 부상으로 빠지자 기회를 잡았고, 4일 부산 한화전에서 대망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확인했다. 긴 기다림의 아픔을 떠쳐내는 통쾌한 타격이었다. 

 

마침내 롯데 오윤석(28)이 통쾌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역대 27번째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으로 등록했다. 역대 2번째 최소 이닝이자 역대 7번째 최소 타석(4타석)의 대기록이다.

 

오윤석은 무명이다. 제대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육성 선수였으니 오죽했으랴.

 

경기고를 졸업할 때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10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프로 대신 연세대를 선택했다. 2015년 연세대를 졸업했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하는 팀이 없었다. 공수주는 비교적 안정됐지만 딱 드러나는 장점이 없다는 평가였다.

 

결국 롯데에 계약금도 없는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늘 `백업`이었다. 그래도 첫 해 29게임에 나가 타율 2할7푼3리를 기록하며 정식 선수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듬해 상무에 입대했고, 2018년 롯데에 복귀했다. 그러나 주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를 찾을 때, FA를 영입할 때 2루를 포함한 내야수에 초점을 맞췄다. 오윤석에겐 불행의 연속.

 

롯데는 2018년 앤디 번즈를 주전 2루수로 영입했다. 오윤석은 그 해 13경기에 나간 것이 전부였다. 타율 1할6푼7리. 딱 2개의 안타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막막했다.그나마 지난해에는 카를로스 아수아헤의 방출 덕에 타율은 2할2푼2리였지만 76경기에 나갔다. 꿈을 키웠다. 

 

그러나 롯데는 올 시즌에 앞서 KIA에서 FA 안치홍을 데려왔다. 또 주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참고 기다렸다. 준비했다. 기회가 많아졌다. 6월에 11게임에 나갔다. 6월 타율은 3할5푼1리. 차근차근 존재감을 드러냈다.

 

9월 들어 기회가 더 많아졌다. 안치홍이 부상으로 빠지자 벤치의 선택을 오윤석.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9월24일 한화전부터 본격적으로 스타팅 멤버로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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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오윤석(왼쪽)은 육성 선수 출신이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물 오른 타격감각을 보이면서 주전 2루수 안치홍의 공백을 기대 이상으로 메워가면서 `가을 야구`의 희망을 이어가는데 앞장 서고 있다.  

 

안치홍의 공백은 없었다. 그 이상이었다. 9월24일 한화전 2타수 1안타 1타점, 25일 한화전 3타수 2안타 2타점. 29일 LG전까지 멀티 히트로 연속 게임 안타를 터뜨렸다. 9월 타율 4할3푼8리와 홈런 1개, 9타점.

 

10월에도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지난 2일부터 안치홍이 돌아왔지만 스타팅 2루수는 지금도 오윤석이다.

 

롯데는 ‘가을 야구’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5일 현재 63승1무 58패로 7위. 4연승을 달리고 있다. 6위 KIA와는 1게임, 5위 두산과는 3게임 차이다. 쉽지 않은 승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윤석처럼 ‘가을 바람’과 함께 더욱 뜨거워지는 선수는 물론 팬의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 2020년 10월 4일 사직구장 - 오윤석, 뛰어라 3루까지. 사이클링 히트 완성

 

롯데는 매 경기를 토너먼트처럼 치러야 한다. 포스트 시즌까지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4일 부산 한화전, 허문회 감독은 오윤석을 선발 1번 겸 2루수로 선택했다. 오윤석의 타격감각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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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말 시작이 좋았다. 초구와 2루는 스트라이크, 그래도 한화 선발 박주홍과 끈질기게 승부했다. 볼카운트 2-2에서 8구째 좌중간 2루타를 터뜨렸다. 롯데가 먼저 2점을 뽑는데 선봉장이 됐다.

 

2회말 2사 2루 초구와 2루는 헛스윙. 또 볼카운트가 불리했다. 그러나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를 때려 1타점 좌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3회말 롯데 타선에 불이 붙었다. 선두타자 4번 이대호의 중전안타와 5번 이병규의 우전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6번 한동희의 1타점 우중간 2루타가 터졌다. 롯데가 4-1로 앞서면서 계속 무사 2, 3루의 득점 기회를 이어갔다. 7번 마차도는 볼넷으로 무사 만루. 8번 김준태는 다시 1타점 중전안타. 롯데가 2점을 보태 5-1로 앞섰다. 9번 민병헌은 삼진. 

 

1번 오윤석이 1사 만루에서 3번째 타석에 들어갔다. 김종수의 초구를 때렸다. 왼쪽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올 시즌 3호이자 생애 첫 만루 홈런. 총 6점을 보탰다. 롯데가 9-1로 앞서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다.

 

5회말 한화가 추격에 나섰다. 5회초 2점을 얻어 9-3으로 쫓아왔다. 선두타자 9번 민병헌이 중전안타로 나갔다. 1번 오윤석은 3루타만 보태면 꿈 속에서만 상상했던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에 상대할 투수는 안영명이었다. 초구는 볼, 2구부터 5구까지 4개의 공은 연속 파울. 6구째를 때렸다. 우중간으로 날아갔다. 오윤석은 달렸다. 내친 김에 3루까지 내달렸다. 1타점 3루타를 완성했다. 벤치에서도 환호성이 터졌다.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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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롯데 오윤석(왼쪽)과 키움 김혜성.

 

네 타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27번째 사이클링 히트, KBO리그 역사상 첫 만루 홈런이 포함된 사이클링 히트. 키움 김혜성에 이어 올 시즌 2번째.

 

최소 타석(4타석)-최소 이닝(5이닝) 사이클링 히트는 2017년 두산 정진호에 이어 2번째였다.

 

롯데 선수로는 1987년 정구선, 1996년 김응국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육성 선수 출신으론 키움 서건창을 포함해 2명 뿐이다.오윤석은 3일 한화전에선 장시환의 초구 직구를 때려 개인 1호 선두타자 초구 홈런도 만들었다.

 

“오늘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 사이클링 히트는 생각하지 않았다. 3루타를 기록할 때 벤치에서 계속 달리라는 소리가 들려 죽자 살자 뛰었다.”

 

오윤석은 그렇게 대망의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이날 오윤석은 6회말에도 1타점 우중간안타를 날려 5타수 5안타 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롯데는 14-4로 크게 이겼다. 4연승과 함께 가을 야구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