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분다. 여전히 순위 경쟁이 뜨겁다.
사실상 창단 첫 ‘가을 야구’를 확정한 KT는 키움, LG와 함께 2위 다툼이 한창이다. KIA는 두산과 물러설 수 없는 5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KT와 KIA는 끝내기 승부로 희망을 만들었다.
KT는 LG를 1게임차 4위로 밀어내면서 2위 키움과의 간격을 1.5게임으로 좁혔다. KIA는 5위 두산과의 간격을 1게임으로 유지하며 롯데의 추격권에서 3게임으로 벗어나 6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 KT 배정대(위)와 KIA 김태진(아래 오른쪽)이 27일 각각 수원 LG전과 광주 롯데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KT 배정대는 수원 LG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날려 5-4 승리를 이끌었다. KIA 김태진은 광주 롯데전에서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중전 안타를 터뜨려 2-1 승리를 완성했다.
배정대는 이날 중전 안타로 9월 한 달에만 3차례 끝내기 주인공으로 등록, 역대 최초 기록을 세웠다. ‘끝내주는 사나이’로 거듭난 것이다.
KIA는 김태진의 끝내기 안타로 팀 통산 2500승을 달성했다. 삼성, 두산에 이어 세 번째로 기념비적 기록을 만들면서 해태부터 이어진 ‘명문 구단’의 명성을 되새겼다.
# 2020년 9월 27일 수원 KT위즈 파크 - 배정대 9월에만 세 번째, PS도 이끈다
KT는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팀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두고 더욱 단단한 전력 다지기를 하고 있다.
그 중심을 중견수 배정대(25)가 잡아주고 있다. 공수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배정대의 방망이는 결정적인 순간 화끈한 맛을 더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7일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열린 LG전은 물러설 수 없는 게임이었다. 26일 LG전에서 1-3으로 패해 자칫 2위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LG는 켈리를 내세워 KT의 기를 꺾으려 했다. KT는 어려운 승부를 이어갔다. 1-2로 뒤진 3회말 2점을 뽑아 첫 역전에 성공했지만 켈리를 다득점으로 괴롭히는 일이 쉽지 않았다.
KT 이강철 감독은 조현우, 하준호, 주권 등 불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버텼다. 그러나 리드를 이어간 것은 잠시. 4회초 2-2 동점을 내준 뒤 6회초 다시 LG 5번 이형종에게 하준호가 중월 1점포를 맞아 먹구름에 휩싸였다.
그래도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 3-4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 7번 유한준이 2루 내야 안타로 나갔다. LG 2루수 정주현의 송구 실책까지 겹쳐 무사 2루를 만들었다. 벤치에선 2루 대주자로 홍현빈을 기용했다.
8번 송민섭은 보내기 번트. 또 행운이 찾아왔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1루 송구가 빗나갔다. 그 사이 2루 대주자 홍현빈은 홈까지 쇄도해 4-4 동점을 만들었다.
2루까지 내달렸던 송민섭은 9번 심우준의 타석 때 3루 도루를 감행하다 협살 위기에 몰렸지만 태그를 피하며 3루까지 들어갔다. LG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을 했지만 도루는 성공. 심우준은 볼넷을 골라 무사 1, 3루. KT가 재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 KT 배정대가 27일 수원 LG전에서 고우석으로부터 끝내기 중월 안타를 터뜨린 뒤 두 팔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배정대는 9월에만 3차례의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역대 첫 `한 달 끝내기 3회 선수`로 등록했다.
고우석은 배정대와 정면 승부를 했다. LG 외야수들은 마지막 점수를 내주지 않기 위해 모두 전진 수비를 했다.
배정대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바라본데 이어 2구째 방망이를 돌렸다. 그러나 헛스윙. 3구부터 5구까지 내리 3개는 볼이었다. 풀카운트.
배정대는 침착했다. 6구째 직구를 두들겼다. 공을 배트 중심에 맞춰 외야 플라이라도 치겠다는 의지가 담긴 타구는 중견수 키를 넘어갔다. 끝내기 안타, KT가 5-4로 이겼다.
배정대는 지난 4일 수원에서 열린 SK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9회말 9회말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고, 18일 수원 두산전에서도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끝내줬다.
9월에만 3차례나 터진 배정대의 끝내기 안타는 KT를 첫 ‘가을 야구’로 이끈 결정타였다.
배정대는 수비력를 인정받는 중견수다. 높은 팀 공헌도로 공수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첫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다.
배정대는 28일 현재 117게임에 나가 타율 3할2리와 홈런 13개, 도루 19개를 기록하고 있다.
# 2020년 9월 27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 - 김태진, 팀의 통산 2500승 견인
KIA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을 야구’ 문턱에 와있지만 5위 두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28일 현재 KIA는 61승54패로 6위,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주어지는 5위 두산은 62승4무 53패다. 두 팀의 간격은 1게임. 1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 KIA 김태진이 27일 광주 롯데전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중전 안타를 기록한 뒤 동료들에게 뛰어올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KIA가 27일 김태진의 짜릿한 끝내기로 1승을 더했다. 추격자인 롯데를 상대로 올린 승리인데다 팀 통산 2500승을 달성한 것이어서 기쁨이 컸다.
KIA 양현종과 롯데 스트레일리는 자존심을 걸고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갔다.
KIA는 4회말 선두타자 3번 터커의 유격수 내야 안타와 4번 지명타자 최형우의 좌중간 안타에 이어 6번 김태진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더 이상 스트레일리를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양현종이 역투를 이어갔다.
KIA가 1-0으로 앞선 8회초 양현종이 선두타자 5번 이병규에게 중전안타를 내줘 실점 위기를 맞았다. 롯데 벤치에선 이병규 대신 김동한 대주자로 내세워 동점을 만들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였다.
6번 마차도는 1루 쪽으로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켰다. KIA 벤치에선 양현종에게 믿음을 보냈다. 7번 오윤석을 상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좌중간 적시타를 맞아 1-1 동점을 내줬다.
롯데는 대타 작전을 폈다. 8번 민병헌 대신 정훈을 기용했다. 정훈이 볼넷을 얻었다. 1루 주자를 김재유로 바꿔 1사 1, 2루. 롯데가 9번 정보근 대신 신본기까지 대타로 내세우자 KIA 벤치에선 양현종을 빼고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렸다.
다시 롯데가 대타 카드로 김준태를 사용했다. 김준태가 우전안타를 날려 1사 만루. 이번에 KIA 벤치에서 불펜을 적극 가동했다. 1번 손아섭의 타석 때 왼손 투수 이준영을 올렸다. 결과는 성공,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이준영을 원포인트 릴리프로 활용하고 2사 만루에서 2번 한동희의 타석 때는 정해영을 투입했다. 한동희를 3루 파울 플라이로 잡았다.
끝내 승부는 1-1에서 연장으로 넘어갔다.
행운의 여신은 KIA 쪽으로 미소를 보냈다. 연장 10회말 선두타자 1번 최원준이 행운의 3루타를 기록했다. 우익수 쪽으로 타구를 날렸더니 손아섭이 눈부신 가을 햇살 탓인지 타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3루타로 만들어 주었다.
무사 3루에서 2번 김선빈은 2루 직선타로 물러났고, 3번 터커와 4번 최형우는 고의 4구를 얻었다. 1사 만루에서 5번 대타 홍종표까지 1루 직선타로 아웃됐다.
2사 만루, 연장이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KIA 타선엔 이날 첫 타점을 올린 김태진이 있었다. 최준용의 초구를 주저하지 않고 두들겼다. 끝내기 중전 안타였다.
팽팽하던 긴 승부가 2-1로 끝났다. KIA는 삼성, 두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팀 통산 2500승을 기록했다.
‘가을 야구의 희망’도 이어갔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 KIA는 27일 김태진의 끝내기 안타로 통산 2500승을 달성했다. 삼성, 두산에 이어 역대 세번째 기록이다. 김태진은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