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8월은 ‘매우 맑음’이다. 승승장구다. 어떤 이들은 ‘8치올’을 실현했다고 한다.
롯데는 8월에 치고 올라갔다. 23일 대구 삼성전까지 17게임에서 11승1무5패. 8월 첫날 부산 KIA전부터 12일 부산 NC전까지 6연승(1무 포함)의 신바람을 내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 4번 이대호가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만루 홈런을 포함한 연타석 아치로 타격감을 잔뜩 끌어올렸다. 롯데의 가을 야구를 이끌어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대호가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3389일 만에 터진 만루 홈런을 포함한 연타석 아치로 2연승을 이끌었다.
롯데는 23일 현재 44승1무 40패로 승률 5할2푼4리, 중간순위 6위다. 5위 KT와는 1.5게임 차이다. 7위 KIA와는 반 게임. 가을 야구를 위한 중위권 순위 싸움에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롯데 상승의 중심, 롯데 타선의 중심에는 이대호가 있다. 이대호가 있음에 가을 야구의 꿈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 2020년 8월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 이대호는 ‘조선의 4번’
롯데는 스트레일리를 선발로 내세웠다. 앞선 등판이었던 지난 18일 두산전에서 올 시즌 최악의 피칭으로 패전을 기록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투구 동작의 습관이 상대 분석 요원들에게 간파 당했다는 등 말이 많았다.
그래도 에이스이니 믿을 수밖에. 초반부터 타선 지원이 필요했다.
삼성 선발은 최채흥. 지난 17일 롯데전에서 시즌 6승째를 올린 뒤 8월 들어 부진의 늪에 빠졌다. 3게임에 나갔지만 1패와 평균자책점 7.82을 기록 중이었다. 반전을 꿈꾸고 있었다.
스트레일리와 최채흥은 지난 5월 2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첫 맞대결에 이어 89일 만에 재대결을 펼쳤다.
첫 대결에서 스트레일리는 6.1이닝 동안 3안타와 볼넷 4개와 함께 7삼진 무실점, 최채흥은 7이닝 3안타 볼넷 3개와 함께 5삼진 무실점으로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갔다.
두 번째 맞대결에서 선취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롯데 4번 이대호가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3회초 2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뒤 마차도와 전준우, 정훈의 환영을 받은 뒤(위) 더그아웃에서도 동료들의 축하 세례에 답례하고 있다(가운데). 이대호는 5-0으로 앞선 6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나가 좌월 1점포를 날린 뒤 더그아웃에서 기분좋게 웃고 있다.(아래)
삼성은 먼저 기회를 잡았다. 0-0이던 2회말 롯데 선발 스트레일리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선두타자 4번 팔카의 볼넷, 5번 강민호의 좌중간 안타, 6번 이원석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스트레일리의 위기 극복력이 돋보였다.
롯데는 3회초 힘겹게 위기를 넘긴 스트레일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선두타자 7번 신본기가 볼넷으로 나가면서 기회를 잡았다. 8번 민병헌과 9번 정보근이 범타로 물러나 득점 기회가 물거품이 되는 듯 했지만 상위 타선에서 ‘큰 일’을 만들었다.
1번 정훈이 2사 3루에서 2루수 키를 넘어가는 우중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삼성 선발 최채흥이 왼손에 이상을 확인했다. 가운데 손가락에 물집이 생긴 탓이었다.
삼성 벤치에선 최채흥을 장지훈으로 교체했다. 2번 마차도와 3번 전준우는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 먹구름이 드리웠다.
‘조선의 4번’ 이대호가 타석에 나갔다. 초구 볼, 2구는 헛스윙, 3구는 볼, 4구는 헛스윙. 볼카운트 2-2에서 이대호는 차분했다. 5구째 시속 142km짜리 직구가 바깥쪽으로 조금 높게 들어오자 풀스윙을 하지 않았다. 그저 정확하게 맞춘다는 느낌으로 방망이를 돌리면서 힘을 실었다.
타구가 뻗어나가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겼다. 2011년 5월 14일 부산 KIA전에서 서재응을 상대로 때린 뒤 만루포를 날린 뒤 3389일 만에 터진 그랜드슬램이었다. 올 시즌 12호이자 통산 324호 홈런, 통산 7호 만루포다. 일본과 미국을 거쳐 2017년 KBO리그로 복귀한 뒤 처음이다.
▲ 롯데 4번 이대호가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1-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에서 장지훈으로부터 우월 만루 홈런을 터뜨린 뒤 3루를 돌고 있다.
롯데는 이대호의 한방으로 점수차를 5-0으로 벌렸다. 빅이닝을 만들면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이대호의 방망이는 6회초 다시 매섭게 돌아갔다. 선두타자로 이승현과 상대하면서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시속 135km짜리 변화구를 받아쳐 좌월 솔로포를 만들었다. 시즌 13호이자 개인 통산 17호 연타석 홈런.
롯데가 6-0으로 앞서가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트레일리는 타선 지원 속에 역투를 이어갔다. 6이닝 동안 안타 2개만 내주고 볼넷 3개와탈삼진 6개로 무실점. 지난 게임의 악몽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시즌 8승(4패)째를 올렸다.
이대호는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존재감이 뚜렷했다. 22일 삼성전에서도 5타수 4안타로 타선을 이끌면서 5-3 승리의 밑거름이 됐고, 23일엔 홈런 두 방으로 11-0 대승의 주역이 됐다.
이대호는 23일 현재 올 시즌 85게임에 나가 타율 2할9푼4리와 홈런 13개, 65타점을 기록 중이다.
수치만 보면 위력이 떨어진 듯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최고 수준의 1루수이자 최고 타자라는 것이다.
이젠 30대 후반의 나이를 감안해 수비 이닝을 관리 받고 있지만 듬직한 방망이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호는 타격감이 좋지 않았을 때 동료들의 공헌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타격감이 좋아지는 것 같으니 이기는 경기에 더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8월을 승부처라 여겼다.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의 체력과 부상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계획이 있었다.
롯데의 8월 성적은 아주 양호하다. 11승1무 5패, 승률이 6할8푼8리다. ‘조선 4번’ 이대호가 있기에 가을 야구의 희망을 거듭 키워가고 있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