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는 계속된다. 본격적인 장마에 앞서 연일 짜릿한 승부가 KBO리그를 달구고 있다.
삼성 이학주는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한화전, 롯데 김준태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각각 역전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23번째와 22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 삼성 5번 이학주가 24일 대구 한화전에서 2-2 동점이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재치 있는 타격으로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역전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은 이학주의 끝내기 안타로 3연승의 휘파람을 불면서 승률 5할을 맞췄고, 롯데는 김준태의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올 시즌 KIA전 6연패의 사슬을 끊고 첫 승을 올렸다.
24일 현재 삼성은 22승 22패, 롯데는 21승 21패로 똑같이 승률 5할을 기록하며 공동 6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끝내기 승부는 총 26번. 이 중 5월 8일 SK 김주한의 끝내기 폭투, 5월 10일 KT 박승욱의 끝내기 실책, 5월 17일 롯데 김대우의 끝내기 보크를 제외한 23차례는 안타와 홈런으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역대 끝내기 경기가 가장 많았던 시즌은 2015년과 2018년으로 총 59번. 지난 시즌에는 모두 57경기가 끝내기로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바 19’로 뒤늦게 시작한 올해는 과연 어떨까.
# 2020년 6월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 한화의 불운 그리고 이학주의 끝내기
경기력 회복을 안간 힘을 쏟고 있는 한화의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가.
삼성은 한화의 흔들림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며 상대에게 패배의 쓴잔을 안겨 주었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의 퇴진과 최원호 감독 대행 체제로 이어가면서 18연패에서 벗어나면서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날은 1번 이용규, 3번 김태균, 4번 최진행, 5번 송광민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중심의 선발 라인업으로 삼성전에 나섰다. 초반 기세가 괜찮았다.
1회초 1번 이용규의 볼넷을 1사 후 3번 김태균이 좌월 2루타로 화답하면서 먼저 1점을 뽑았고, 2회초 1사 후엔 8번 최재훈이 좌중월 1점 홈런을 2-0으로 앞서 나갔다.
8회까지 2-1. 한화는 승리를 지키기 위해 8회 말부터 마무리 정우람을 투입했다.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으니 일단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9회말 2사 2루에서 먹구름에 휩싸였다. 정우람이 2번 박해민의 타석 때 초구를 던진 뒤 마운드에서 쓰러졌다. 투구 동작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잃었고, 순식간에 오른발이 살짝 꺾인 것이다.
마운드에 벌렁 드러누운 정우람은 오른 발목을 잡고 통증을 호소하다 결국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이현호로 교체됐다.
▲ 삼성의 `끝판왕` 오승환이 24일 대구 한화전에서 9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됐다.(오른쪽) 반면 한화 마무리 정우람은 2-1로 앞선 9회말 2사 2루에서 2번 박해민에게 초구를 던지다 미끄러져 마운드에 드러누웠고, 결국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는 불운을 겪었다.
순조롭게 마무리될 듯 하던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현호는 제구가 흔들렸다. 정우람의 초구 파울 볼을 이어 받아 2구부터 던졌지만 연속 볼.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에서 4구째는 원바운드가 되면서 폭투로 기록됐다. 그 사이 2루 주자 박계범은 3루까지 진루했다.
2사 3루. 한화가 여전히 2-1로 앞서 있으니 아웃카운트 1개만 잡아내면 모든 상황은 끝이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박해민은 볼넷. 2사 1, 3루는 계속 됐다.
왼손 투수 이현호가 3번 구자욱까지 상대했다. 볼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낮은 곳에 유인구를 던졌다. 시속 142km. 구자욱이 반응했다. 엉덩이를 빠졌다. 제대로 중심 이동을 할 수 없었다. 타이밍도 늦었다.
그러나 구자욱의 손목이 살아 있었다. 기술적으로 툭 맞혔는데 타구는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동점 안타였다. 2-2 동점으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계속 2사 1, 2루.
삼성에겐 행운이, 한화에겐 불운이 이어졌다.
한화의 불운은 도망갈 때 도망가지 못한 3회초에 잉태된 것이었다. 한화는 3회초 선두타자 2번 김민하의 우익선상 2루타, 3번 김태균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추격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4번 최진행의 3루 직선타가 삼중살로 연결돼 막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한화 벤치에선 4번 이원석의 타석부터 왼손 이현호 대신 오른손 김대경을 내세웠다. 김대경은 당차게 공을 던졌다. 초구 볼에 이어 2구 스트라이크, 3구와 4구는 연속 파울. 힘을 느끼게 했다.
이원석이 5구째를 때렸다. 유격수 정면 타구, 2-2 동점, 승부를 연장에서 가릴 수 있었다. 아뿔샤. 유격수 박한결이 정확하게 포구하지 못했다. 글러브 속의 공을 제대로 오른손으로 잡지도 못했다. 마음만 급했다.
1루 주자 구자욱을 2루에서 포스 아웃시키기 위해 던지려 했지만 공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스르르 아래 쪽으로 떨어졌다. 뼈 아픈 실책으로 2사 만루가 됐다.
행운이 한꺼번에 삼성 더그아웃으로 몰려간 것일까.
2-2 동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나간 6번 이학주에게도 승리의 기운이 전해졌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6구째 몸쪽 낮은 곳으로 시속 133km짜리 변화구가 들어오자 특유의 짧은 스윙으로 가볍게 방망이를 돌려 역전 끝내기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삼성이 3-2로 뒤집기 승리에 성공했다. 삼성은 3연승, 한화는 3연패.
승리투수는 오승환이었다. KBO 무대로 돌아온 뒤 처음이자 2013년 9월18일 포항 NC전 이후 7년 만에 따낸 승리였다.
오승환은 1-2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허윤동에 이어 장지훈, 최지광, 우규민에 이어 5번째 투수로 나갔다.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사 후 8번 최재훈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9번 오선진을 3루 병살타로 잡아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그리고 벤치에서 뒤집기 승부를 기쁘게 지켜봤다.
# 2020년 6월23일 부산 사직구장 - KIA전 9연패 끝, 김준태가 해냈다
롯데는 KIA를 만나면 ‘거인’은 커녕 ‘소인’이었다. 한없이 작아졌다. 붙었다하면 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 6전 6패를 포함 지난해 9월11일 사직 경기부터 KIA전 9연패.
끔찍했다. 오죽하면 허문회 감독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언론 인터뷰를 대충하다 호되게 당한 뒤 사과까지 했을까. 연속된 끝내기 패배에다 KIA전의 악몽도 큰 이유가 됐으리라.
롯데는 홈에서 KIA를 이기고 싶었다. 간절했다. 그러나 KIA 선발이 브룩스이니 2~3점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초반은 그렇게 흘렀다. 1회말 1번 손아섭이 볼넷으로 나가며 기회를 잡았지만 무득점. 7회까지 브룩스에게 꽁꽁 묶였다.
그 사이 KIA는 착실하게 득점을 쌓았다. 0-0이던 4회초 1사 1루에선 3번 최형우가 중월 2점홈런을 날렸다. 6회초에도 선두타자 1번 김호령에 우전안타에 이은 도루, 1사 2루에서 터진 3번 최형우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KIA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브룩스가 내려가자 롯데에게도 기회가 왔다.
0-3으로 뒤진 8회말 1사 후 전상현을 상대로 8번 김준태의 우전안타와 9번 민병헌의 중전안타. 1번 손아섭의 우중간 적시타를 묶어 1점을 쫓아갔다.
그리고 1-3으로 뒤진 9회말 KIA의 확실한 마무리 문경찬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9회말 전상현 대신 문경찬을 마운드에 세워 승부를 승리로 마감하려 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선두타자 3번 전준우가 문경찬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우중간 안타로 나갔고, 4번 이대호 역시 중전안타를 날려 무사 1, 2루가 됐다. 허문회 감독은 1루의 이대호를 빼고 김동한을 대주자로 내보냈다.
5번 마차도가 기대에 부응했다.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날려 2-3에서 무사 주자 2, 3루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6번 한동희는 중견수 플라이 아웃.
1사 2, 3루에서 KIA 벤치에선 만루 작전을 선택했다. 7번 안치홍을 고의 4구로 거른 뒤 8번 김준태에게 승부를 걸었다. 1사 만루라도 안치홍보다 타력이 떨어지니 훨씬 상대하기 편하다는 계산이었다.
▲ 롯데 김준태가 23일 부산 KIA전에서 귀중한 역전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김준태의 끝내기로 롯데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KIA전 9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5회말 공격부터 선발 포수였던 8번 정보근의 대타로 나갔던 김준태에겐 앞선 2차례의 타석에서 볼넷과 안타로 100% 출루했듯이 회심의 노림수가 있었다.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몸쪽으로 살짝 붙어오는 시속 130km 변화구가 오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려 2타점 우익선상 끝내기 안타를 만들었다. 문경찬에겐 올 시즌 블론 세이브의 불명예를 안겨 주었다.
올시즌 22번째이자 KBO리그 통산 1149번째 끝내기 안타. 김준태는 7년 전인 2013년 10월 1일 사직 LG전의 개인 첫 번째 끝내기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였다.
만만하게 볼 타자가 아님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