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농사의 절반이다. 잘 뽑은 외국인 선수가 알찬 가을걷이를 보장한다.’
프로야구에서 통하는 속설이다. 외국인 선수 옥석 고르기를 끝냈다. LG가 고심 끝에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3일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를 영입함으로써 10개 구단에서 총 30명을 확정했다.
2019시즌 KBO리그에서 활약한 선수 중 15명이 재계약했고, 15명은 새 얼굴이다. LG 투수 타일러 윌슨(31)이 지난해 연봉 90만 달러에서 70만 달러가 오른 160만 달러에 도장을 찍어 투수 최고액, KT 멜 로하스(30)가 100만 달러였던 연봉을 150만 달러까지 끌어올려 타자 최고액으로 각각 등록했다.
▲ LG 윌슨(왼쪽)과 KT 로하스가 올 시즌 투타 최고액 외국인 선수로 등록했다.
2020시즌 첫 선을 보이는 선수 중에선 두산이 영입한 오른손 투수 크리스 플렉센(25)과 NC 유니폼을 입는 오른손 투수 마이크 라이트(29), 빠른 발을 지닌 중장거리 타자 애런 알테어(28)가 똑같이 100만 달러의 상한선을 채우며 최고 대우를 받았다.
KBO리그는 더 이상 메이저리그 퇴물의 종착역이 아니다. 꿈의 무대로 거듭나고 있다. ‘젊은 피’들이 리그의 활력을 불어넣고, 금의환향을 준비하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 팀 전력 좌지우지 - 검증된 선수가 좋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프리에이전트(FA) 제도 변경과 샐러리캡 도입 등 결정했다. 특히 2023년부터 팀당 외국인 선수 3명의 합계 최대 비용을 연봉, 계약금, 옵션 및 이적료를 모두 포함해 400만 달러(약 47억원)로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시행 중인 신규 외국인 선수의 첫해 상한액은 100만 달러. 재계약을 하면 더 줄 수 도 있다. 다년계약도 가능하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의 재계약률은 50%다.
한화가 워익 서폴드(30)와 130만 달러, 제라드 호잉(31)과 115만 달러, 채드 벨(31)과 110만 달러로 모두 재신임했고, LG가 원투 펀치로 맹활약한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31)를 각각 160만 달러, 150만 달러로 붙잡았다.
KT 역시 멜 로하스와 윌리엄 쿠에바스(30)에게 각각 150만 달러, 100만 달러를 안겨주며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KBO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이기에 높은 인상률을 감수했다. 어느 구단이 외국인 투수의 경우 원투 펀치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LG 윌슨은 ‘효자 용병’으로 통한다. 2018년 처음 한국 무대를 밟고 26게임에 나가 9승4패와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엔 30게임에서 14승7패와 평균자책점 2.92를 올리면서 에이스로 성장했다.
켈리도 한국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29게임에 나가 14승12패와 평균자책점 2.55로 기대 이상 활약하면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었다.
외국인 투수의 최소 재계약 조건은 10승과 평균자책점 3점대. 한화 서폴드와 채드 벨은 어려운 팀 사정에도 이런 조건을 충족시켰고, 성실함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KT 쿠에바스, 키움 제이크 브리검(32)과 에릭 요키시(31), 두산 라울 알칸트라(30) 역시 ‘3점대 방어율과 10승 이상’을 기록해 재계약에 성공했다.
NC의 드류 루친스키(32)는 지난해 30게임에서 9승9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이 3.05에 그칠 만큼 좋은 투구 내용을 보였던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외국인 타자는 ‘3할 20홈런 100타점’을 기준으로 재계약 여부가 갈리기 마련이다.
KT 로하스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7년 타율 3할1리와 홈런 18개, 56타점에 이어 2018년 타율 3할5리와 홈런 43개, 114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타율 3할2푼2리와 홈런 24개, 104타점을 올렸다.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SK 제이미 로맥(35)은 2017년부터 3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의 장타력을 과시했고, 한화 호잉은 2018년 타율 3할6리와 30홈런, 110타점에 이어 지난해에는 타율 2할8푼4리와 18홈런, 73타점로 주춤했지만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올 시즌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 프로야구 구단들은 검증된 선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두산은 지난해 최다안타왕에 오른 페르난데스(왼쪽)와 재계약하고, KT에서 10승대 승리를 따낸 알란트라를 영입해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했다.
두산은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호세 페르난데스(32)의 재계약을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장타력이 다소 아쉬웠지만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197개의 안타로 타율 3할4푼4리을 기록했다. 최다안타 1위와 타격 2위였다. 홈런 15개과 타점 88개에 그친 것이 살짝 아쉬웠을 뿐이다.
결국 두산은 김재환의 잔류가 결정되자 페르난데스와 총액 90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투수 쪽에선 KT에서 검증된 알란트라를 총액 70만 달러에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는 낯선 곳에 적응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과 뛰어난 재능을 지녔어도 적응에 실패하면 시나브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10개 구단이 모험을 피하면서 검증된 선수를 선택하는 이유다.
* KBO리그는 꿈의 무대 - ‘젊은 피’가 몰려온다
‘테임즈, 켈리, 린드블럼.’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한 선수들이다. NC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 에릭 테임즈는 2017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로 이적한 뒤 올 시즌부터 워싱턴 내셔널스의 유니폼을 입는다.
테임즈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KBO리그 통산 타율 3할4푼9리와 홈런 124개, 382타점, 도루 64개 등을 기록했다. 2015년엔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며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테임즈는 지난 21일 방한, 1주일 동안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테임즈, 켈리, 린드블럼(왼쪽부터). 이들은 처음 한국 무대를 밟는 젊은 외국인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에서 활약한 메릴 켈리(32)는 지난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하고, 32게임에 나가 13승14패와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조쉬 린드블럼(33)은 롯데와 두산을 거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겨 올 시즌부터 메이저리그로 복귀한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912만 달러에 계약했다. 린드블럼은 지난해 두산 통합 우승의 일등공신. 30게임에 나가 20승3패와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해 다승과 승률 1위, 평균자책점 2위 그리고 탈삼진 1위(189개)를 차지했다. 골든글러브의 영광도 안았다.
테임즈, 켈리, 린드블럼은 처음 한국 땅을 밟는 외국인 선수들의 롤 모델이다. 꿈을 키울 수 있는 본보기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금의환향을 꿈꾸는 ‘20대 외국인 선수’들이 몰려온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들은 ‘100만불의 사나이’로 등록한 두산 크리스 플렉센(25)과 NC 마이크 라이트(29), 애런 알테어(28)다.
프렉센은 1m90, 115kg의 건장한 신체 조건을 지녔다. 2012년 뉴욕 메츠에 지명됐고, 올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27경기(선발 11경기)에 나가 3승11패, 평균자책점 8.07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선 통산 122경기에서 43승31패, 평균자책점 3,61.
최고 시속 157km를 찍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두루 구사하고 투구 매커니즘이 좋아 뉴욕 메츠의 유망주로 꼽혔다.라이트는 키 1m98로 외국인 투수들 중 최장신이다. 타점이 높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불펜 투수로 뛰었다. 시속 150km 중반의 빠른 공과 간간히 체인지업을 섞어 나름대로 탈삼진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젊고 빠른 공을 지닌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공통 이유인 제구력을 얼마나 안정시킬 수 있느냐가 성공의 열쇠다.
올 시즌 다시 돌풍을 기대하고 있는 NC는 알테어를 주목하고 있다. 1m96, 97㎏의 당당한 체격에 공수주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지명을 받고 2014년 데뷔, 2017년 필라델피아에서 타율 2할7푼2리, 19홈런을 기록했다.이들은 모두 풀타임 빅리거로서 부족한 부분을 KBO리그에서 보완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KIA 애런 브룩스(29), SK 닉 킹엄(28), 롯데 애드리안 심슨(28)과 딕슨 마차도(27), LG 로베르토 라모스(26) 등도 20대다.
설령 메이저리그로 돌아가지 못해도 SK를 떠나 요미우리 자이언츠행은 택한 앙헬 산체스나 키움에서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한 제리 샌즈처럼 일본 무대에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기에 기꺼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