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 린드블럼(32)은 떠난다. KBO리그에 남긴 기록은 아주 양호하다. 2019시즌은 대단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메이저리그로 유턴하거나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하려 한다. 금의환향이다.
2019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선 ‘20승 투수’ 린드블럼. 30경기에 나가 194.2이닝을 던져 20승3패를 따내는 동안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승률은 0.870, 삼진을 189개나 솎아냈다.
다승왕, 승률왕, 탈삼진왕. 투수 3관왕에 오르면서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 두산 조쉬 린드블럼이 2019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챔피언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로서 정규시즌 MVP를 받은 것은 1998년 타이론 우즈, 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15년 에릭 테임즈, 2016년 더스틴 니퍼트에 이어 통산 5번째다.
또 1982년 박철순, 1995년 김상호, 1998년 우즈(이상 OB), 2007년 리오스, 2016년 니퍼트, 2018년 김재환에 이어 베어스 소속으로 통산 7번째 MVP다.
두산은 4일 공식적으로 린드블럼의 보류권을 포기했다. 더 높은 곳을 향하는 린드블럼은 이제 자유롭다.
린드블럼은 2011년 LA다저스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뒤 5시즌 동안 114경기에서 5승8패 1세이브와 평균자책점 4.10을 올렸다. 이제 KBO 리그에서 명예를 얻고 부활해 꿈을 찾아 떠난다.
# 린드블럼의 2019 시즌 -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린드블럼은 잠실구장에서 강했다. 시즌 20승과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 열정적인 홈 팬들 앞에 서면 더욱 강한 책임감으로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2018년 5월26일 잠실 삼성전 승리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했다. 2018년 8월11일 롯데전까지 잠실 6연승을 이어갔다.
2019년에도 이런 흐름은 계속됐다. 3월23일 한화와의 잠실 개막전에 나가 5.2이닝 동안 9안타로 2실점하면서 승패 없이 물러난 것이 오히려‘좋은 약’이 됐다.
4월4일 KT전부터 타선과의 조화가 완벽했다. 린드블럼은 마운드에서 제 몫을 다했다.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면서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4-0으로 앞선 8회부터 마운드를 오른 이형범에 이어 장원준까지 흔들렸지만 함덕주의 깔끔한 마무리로 두산이 5-4로 승리했다. 린드블럼의 홈구장 연승이 이어졌다.
그리고 8월18일 롯데와의 홈 경기까지 10연승을 보탰다. 2018년 5월26일 삼성전부터 홈에서 16연승을 일궈내 1995년 8월11일 태평양전부터 1996년 8월8일 OB전까지 롯데 주형광이 세웠던 홈 최다 15연승을 뛰어 넘었다.
이미 린드블럼은 7월9일 잠실 LG전에서 승리, 1995년 롯데 주형광이 부산 사직구장에서 세웠던 특정 구장 최다인 14연승과 타이 기록도 세웠었다.
린드블럼은 KBO리그에서 총 5시즌을 활약했다. 롯데를 거쳐 2018년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에이스의 참 모습을 보였다. 2018년 26경기에 나가 15승4패와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면서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고, 2019시즌엔 30경기에서 20승3패와 평균자책점 2.50을 남겼다.
5시즌 통산 130경기에서 63승 34패와 평균자책점 3.55. 린드블럼에겐 2019시즌이 최고의 해였다.
# 2019년 8월18일 잠실 롯데전 - 홈 16연승, 새 역사를 쓰다
8월18일 잠실구장에서 다시 롯데를 만났다. 2015년 한국 무대를 처음 밟았을 때 인연을 맺은 팀이다. 2017년까지 3시즌을 함께 했으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 두산 린드블럼이 2019년 8월18일 잠실 롯데전에서 승리, 홈구장 16연승 신기록을 세우고 자녀들과 함께 경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롯데 선발은 다익손. 두산이 1회말 먼저 1점을 뽑았다. 린드블럼이 편하게 이닝을 이어갈 수 있었다.
4회초 선두타자 1번 김동한에게 좌중간 안타, 2번 조홍석에게 볼넷을 내줘 위기를 자초한 뒤 4번 이대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1-1 동점이 됐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두산 타선이 4회말 곧바로 2점을 추가하더니 5회말엔 11명의 타자가 일순하며 6안타와 볼넷 2개 등을 묶어 대거 8점을 보태 일찌감치 승패를 갈랐다.
이날 린드블럼은 7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곁들이며 6안타와 볼넷 1개로 3실점하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24경기에 나가 시즌 19승(1패)째이자 올 시즌 12연승, 5월22일 KT전 패전이 유일했다. 1점대는 무너졌지만 평균자책점 2.03.
빼어난 피칭을 이어갔다.
# 2019년 8월25일 대전 한화전 - 20승 투수의 탄생
린드블럼은 승리 행진은 20승을 향해 달렸다. 8월25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역대 20번째, 두산 통산 4번째 20승을 달성했다. 2016년 두산 니퍼트가 달성한 최소 경기 20승(25경기) 타이 기록.
▶린드블럼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5시즌 동안 KBO무대에서 활약했다. 올 시즌 20승 투수로서 최고의 해를 보낸 뒤 메이저리그 복귀를 꿈꾸고 있다.
린드블럼과 김이환의 선발 대결이다. 시작하기 전부터 린드블럼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카드다.
그러나 선취점은 한화의 몫이었다. 2회말 선두타자 4번 호잉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1사 후엔 6번 정근우에게 좌월 3루타를 맞아 1점을 내줬고, 다시 7번 최재훈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0-2로 뒤졌다.
이것이 실점의 전부였다.
린드블럼이 3회부터 정신을 다잡았다. 8회까지 투구하는 동안 안타는 딱 1개만 더내줬고, 5개의 삼진을 추가했다. 결국 8이닝 동안 삼진 9개를 곁들이며 2안타 2실점.
그 사이 타선이 차근차근 점수를 따라가 1-2로 뒤진 5회초 1사 2루에서 3번 오재일이 좌익선상 2루타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7회초엔 선두타자 8번 박세혁이 중전안타로 나가자 9번 허경민이 역전 좌월 2루타를 날려 린드블럼의 20승을 완성했다.
8월 마지막 등판에서 20승을 달성한 린드블럼은 9월 들어 주춤했다. 더 이상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4게임에 나가 2패만 떠안았다. (이창호 전문기자 /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