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재구성] 절정의 ‘가을 야구’, 서곡은 오재일의 ‘끝내기’

기사입력 [2019-10-23 12:06]

‘가을 야구’가 절정이다. 잠실벌이 뜨거웠다. 두산과 키움이 2019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예측불허의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승리의 여신이 22일 1차전에서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를 은근히 밀어준 탓일까. 두산이 먼저 미소를 머금었지만 여전히 7전4선승제의 최종 결과는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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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이 먼저 이겼다. 7전4선승제로 진행되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은 6-6 동점이던 9회말 5번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오재일(왼쪽 두번째)이 22일 잠실 키움전에서 승리를 견인한 뒤 코칭스태프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 확률은 74.3%, 1982년 프로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이 35차례 중 26번 정상에 올랐던 결과다. 1984년엔 삼성이 한국시리즈 없이 전후기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1982년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무승부로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두산은 역대 확률대로, 키움은 이변을 꿈꾸고 있다.

 

# 역대 끝내기 안타는 100% 챔피언 보증 수표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끝내기 안타로 승부가 갈린 경기는 총 8차례. 두산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는 통산 9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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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의 극적인 승부는 프로 원년부터 시작됐다. 삼성과 OB가 1982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원년 챔피언은 ‘불사조’ 박철순을 앞세운 OB이었다. 10월 10일 동대문구장에서 벌어진 5차전에서 유지훤이 처음으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것이 기폭제였다.

 

‘최동원의 무쇠팔 신화’가 만들어진 1984년에도 끝내기 안타가 역사에 남을 기억을 만들었다. 10월 3일 부산 구덕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정영기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정영기의 끝내기 안타는 ‘롯데 첫 우승, 최동원 신화, 유두열 홈런’ 등을 팬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켰다.

 

LG 김선진, 삼성 마해영, KIA 나지완은 끝내기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끝내기 홈런은 아직 3개 뿐이다. 모두 우승을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LG는 1994년 태평양, 삼성은 2002년 LG, KIA는 2009년 SK를 각각 꺾고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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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찾은 두산 팬들이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나머지 끝내기 안타도 모두 우승과 인연을 맺었다. 프로 출범 이후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팀은 100% 챔피언에 등극했다.

 

두산도 올해까지 이런 공식을 이어갈 수 있을까.

 

# 2019년 10월 22일 잠실구장 - 오재일이 끝냈다

 

승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두산이 쉽게 이길 것 같던 흐름은 키움의 맹렬한 추격으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9회초까지 6-6 동점. 두산 팬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제발 1점만 내달라고.

 

선두타자는 1번 박건우, 키움은 조상우를 빼고 오주원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건우의 타구는 내야에 높이 뜬 플라이. 유격수 김하성이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체공 시간이 긴 탓이었을까. 김하성이 낙구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했다. 떨어지는 공을 김하성의 글러브를 외면했다. 유격수 실책.

 

두산에게 마지막 행운이 찾아왔다. 2번 정수빈의 번트는 비디오 판독 결과 안타로 인정돼 무사 1, 2루가 됐다. 끝내기 주자가 2루까지 갔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3번 호세 페르난데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빗맞은 투수 땅볼을 치자 주자들은 2, 3루로 내달렸다. 그러나 키움 벤치에서 '페르난데스가 1루 스리피트 라인 침범했다'며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타자 주자는 아웃이고, 주자들은 모두 귀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판진은 키움 벤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번엔 두산 김태형 감독이 뛰쳐나왔다. 항의했다. 결국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면 퇴장’이란 대회 규정에 따라 김태형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쫓겨났다. 2009년 10월 22일 SK 김성근 감독에 이어 한국시리즈 사상 역대 두 번째.

 

감독은 없어도 야구는 계속된다. 4번 김재환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됐다.

 

5번 오재일이 타석에 나갔다. 오주원의 초구를 때렸다. 외야 가운데 쪽으로 날아갔다. 끝내기 안타였다. 3루주자 박건우가 환호하며 홈으로 들어왔다. 오재일의 개인 첫 포스트시즌 끝내기 안타이자 역대 한국시리즈 9번째. 오재일이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120만원 상당의 LED 마스크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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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로 나가 역투한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왼쪽)과 1차전 MVP 오재일

 

두산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키움에게 7-6으로 승리했다. 이날 두산은 린드블럼, 키움은 요키시를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키움은 1회초 4번 박병호의 적시타를 앞세워 먼저 1점을 뽑았지만 잦은 실책 탓에 애를 먹었다.

 

특히 요키시는 4회말 2사 1루에서 박건우가 도루를 시도할 때 포수 박동원의 송구를 턱에 맞아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5회 교체 이후 병원 검진 결과 뼈엔 이상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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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선발투수 요키시가 한국시리즈 1차전 4회말 포수 박동원의 2루 송구를 턱에 맞고 마운드에 주저 앉아 있다. 그러나 요키시는 강한 정신력으로 통증을 참고 이닝을 끝까지 마무리했다. 

 

두산은 린드블럼이 5회까지 4안타 1실점으로 역투했지만 중간이 흔들려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1차전이 끝났다. 과연 키움이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