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릿수 승리는 A급 투수의 필요조건이다. 연속 4시즌 이상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면 ‘에이스’로 대접 받기 마련이다.
LG 차우찬이 18일 대구 삼성전에서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류중일 LG 감독도 차우찬의 5년 연속 10승을 축하했다.
▲LG 차우찬(오른쪽)이 18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10승째를 올려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양현종은 7월 12일 광주 한화전에서 시즌 10승째로 개인 통산 130승을 올리면서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올해 연속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이어가는 투수는 차우찬과 함께 KIA 양현종, 두산 유희관 등 3명이다.
KIA 양현종은 지난달 12일 광주 한화전에서 올 시즌 10승째를 올려 이미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19일 현재 24게임에서 13승8패와 평균자책점 2.56. 내년 시즌에는 7시즌에 도전한다.
두산 유희관은 지난해까지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고 올 시즌엔 19일 현재 22게임에 나가 8승7패와 평균자책점 3.07를 기록하고 있다. 7시즌 연속 10승대 달성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KBO리그에서 최다 연속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10시즌. 올 시즌부터 KT 사령탑을 맡아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노리고 있는 이강철 감독이 해태 시절에 기록했다.
이강철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해태에 입단한 1989년 15승을 시작으로 1990년 16승에 이어 1991년 15승을 올리더니 1992년에는 자신의 시즌 최다승인 18승을 올렸다. 그리고 1993년부터 1998년까지 6년 연속 ‘10-12-10-10-11-15승’을 일궈내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의 대기록을 만들었다. 최초로 대졸로서 데뷔 첫 해부터 연속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KBO리그에서 역대 최다인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이강철(왼쪽)과 8시즌 연속 10승대 승리를 올린 한화 정민철.
고졸 투수로는 빙그레와 한화에서 활약한 정민철이 신인 때부터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면서 명성을 쌓았다.
정민철은 대전고를 졸업하고 빙그레에 입단한 1992년 열아홉 새내기의 돌풍을 일으켰다. 첫 해 14승, 1993년 13승, 1994년 14승, 1995년 13승, 1996년 13승, 1997년 14승, 1998년 10승에 이어 1999년에는 자신의 시즌 최다승인 18승을 올렸다. 그리고 2000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진출했다. 고졸 투수로는 처음으로 신인 때부터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는 역사를 썼다.
투수의 승리는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수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은 무승부다. 타선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이강철의 '10시즌 연속'은 막강 해태 타선과 함께, 정민철의 '8시즌 연속'은 화끈한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지원 속에서 탄생했다.
# 2019년 8월 18일 대구 라이온스 파크 - 차우찬이 빛났다
대구는 ‘오늘의 차우찬’이 있도록 만들어준 곳이다. 차우찬은 삼성에서 ‘A급 투수’로서 명예를 얻었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06년 삼성에 입단해 투수로서 눈을 떴다. 불펜과 선발을 오가면서 성공의 길을 닦았다.
차우찬은 2016년까지 삼성에서 11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FA 자격을 얻어 2017년부터 LG로 이적했다. 삼성전은 늘 남다른 감회로 맞이하곤 한다.
▲차우찬은 삼성에 이어 LG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에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데 이어 LG에서 3시즌 연속 10승대 기록을 만들면서 'FA 모범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날 차우찬은 6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면서 6안타와 1볼넷를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시속 144km를 찍은 직구에다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 다양한 구종으로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처리해 시즌 10승째를 올렸다. KBO리그 역대 13번째이자 LG 선수로는 처음으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삼진 5개를 추가해 역대 16번째 5년 연속 100탈삼진까지 기록했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LG 타선은 선발 차우찬을 확실하게 지원했다. 이형종의 3회 좌월 1점 홈런과 페게로의 7회 좌월 2점 홈런 등 장단 11안타로 8점을 뽑았다. 차우찬은 6-0으로 앞선 7회부터 마운드를 김대현에게 넘긴 뒤 느긋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결국 LG가 8-1로 삼성을 꺾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차우찬은 LG에서 4년간 총 95억원을 받는다. 삼성에서 2015년 13승, 2016년 12승을 올린 데 이어 LG 유니폼을 입고 2017년 10승을 올리더니 지난해 12승을 거뒀다. 올해도 10승 고지를 넘어섰다.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면서 ‘FA 모범생’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차우찬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 2019년 7월 12일 광주 챔피언스 필드 - 양현종은 역시 에이스
양현종은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왼손 투수다.
2017년 20승 투수로 등극하면서 KIA가 챔피언으로 등극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꾸준히 제 몫을 하는 에이스로 인정받았다.
양현종은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007년 KIA에 입단했다.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차근차근 최고 투수로 성장했다.
2014년 16승을 올리면서 에이스로 자리 잡은 뒤 승승장구했다. 2015년 15승, 2016년 10승에 이어 2017년 마침내 20승 투수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13승으로 이름값을 이어갔다.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로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올해는 시즌 초반 흔들렸다. 4월까지 6게임에 나갔지만 승리없이 5연패. 최악이었다. 그러나 5월 2일 삼성전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정상 궤도를 걷고 있다. 5월 19일 한화전부터 7월 12일 한화전까지 9연승을 이어가면서 시즌 10승째를 거둬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함께 개인 통산 130승까지 채웠다.
이날 양현종은 7이닝 동안 3안타와 볼넷 2개만 내주면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5개.
KIA 타선도 양현종을 지원했다. 0의 행진이 이어지던 4회말 이우성의 3점 홈런, 김선빈의 2점 홈런을 차례로 터졌다. 결국 KIA가 한화를 5-0으로 물리쳤다.
양현종은 올 시즌 SK 김광현과 통산 최다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에이스의 경쟁은 늘 흥미진진하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