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정진호와 최형우, ‘거친 숨소리’로 만든 진기록 홈런

기사입력 [2019-07-01 13:02]

이승엽, 양준혁, 장종훈. KBO리그의 대표적인 ‘홈런 레전드’들이다. ‘라이언 킹’ 이승엽은 통산 476개로 ‘홈런왕’이다. 그리고 ‘양신’ 양준혁은 361개로 2위, ‘촌놈’ 장종훈은 330개로 3위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없는 홈런이 있다. 바로 ‘인사이드 더 파크(inside the park)’ 홈런. 펜스를 넘기지 않는 ‘장내 홈런’이다. 장내 홈런은 힘이 좋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연이 있어야 한다. 공식 기록원과의 궁합도 필수다.

 

올해는 6월에만 2개의 장내 홈런이 터졌다. KIA 최형우가 6월 5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생애 첫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기록한데 이어 6월 27일에는 두산 정진호가 포항 삼성전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진기록을 세우면서 자신의 올 시즌 첫 홈런으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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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정진호(왼쪽)와 KIA 최형우가 나란히 행운의 홈런을 기록했다. 정진호는 6월27일 포항 삼성전, 최형우는 6월5일 광주 두산전에서 각각 장내 홈런을 터뜨렸다. 

 

특히 정진호는 개인 통산 2번째 장내 홈런을 기록하면서 LG 채은성, 롯데 전준우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6월까지 통산 장내 홈런은 총 8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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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개인 최다 장내 홈런은 3개로 롯데 김응국이 세웠다. 1991년 5월 29일 부산 LG전 6회말 정삼흠, 1993년 9월 26일 잠실 LG전 1회초 이상훈, 1994년 4월 24일 부산 태평양전 1회말 김홍집을 두들겨 터뜨렸다.

 

KBO리그 첫 장내 홈런은 출범 첫 해였던 1982년 10월 6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해태 김종윤이 더블헤더 1차전 7회말 롯데 투수 김덕열을 상대로 기록했다.

 

# ‘백업 전문’ 정진호, ‘죽을 힘’을 다해 만든 두 번째 장내 홈런

 

두산 정진호는 백업 멤버다. 주전 외야수들이 피로감을 느끼거나, 컨디션 저하로 어려움을 겪을 때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론 대주자로 나가기도 한다.

 

정진호가 6월 27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 좌익수 겸 9번으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주전 좌익수’ 김재환은 4번 지명타자로 나갔다.

 

두산은 에이스 린드블럼이 선발로 나가 5회까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윽박질렀다. 두산 타선은 삼성 선발 맥과이어를 상대로 3회초 3점을 뽑고 앞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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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정진호는 주전이 아니다. 백업이다. 그러나 빠른 발로 감각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지난해에 이어 6월27일 삼성전에서 개인 통산 2번째 장내 홈런을 기록했다.  

 

두산이 3-0으로 6회초 2사 후.

 

9번 정진호가 타석에 나갔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 4구째 변화구가 들어오자 정진호가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우익수 구자욱 앞으로 날아갔다. 구자욱이 달려나와 바로 잡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타구는 달려 나오던 구자욱의 발 앞으로 떨어졌고, 뒤로 빠져 나갔다. 펜스 앞까지 계속 굴러갔다. 구자욱이 속도를 죽이고 뒤로 돌아 공을 따라가는 사이 정진호는 거침없이 베이스를 돌았다.

구자욱이 얼마든지 단타로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지만 과욕이 화를 부른 모양새였다.

 

구자욱이 다시 공을 잡아 중계 플레이에 나선 2루수 김상수에게 송구하고, 김상수가 다시 포수 강민호에게 빠르게 던졌다. 여기에다 3루를 돌기 직전 정진호가 멈추려는 듯 속도를 줄이려고 했기 때문에 타이밍만 보면 충분히 아웃이 가능했다.

 

그러나 김상수의 송구가 홈 플레이트에서 3루 쪽으로 2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날아와 강민호가 홈으로 쇄도하는 정진호를 정확하게 태그하기 어려웠다.

 

정진호는 홈으로 파고 들면서 재치 있는 슬라이딩으로 강민호의 태그를 피하고 득점을 올렸다. 부지런한 발과 센스로 올 시즌 첫 홈런을 장내 홈런으로 완성했다. 통산 86번째, 개인적으로는 2번째 진기록이다.

 

“운이 좋았다. 3루까지 가려고 했는데 팔을 돌리는 코치님을 보자마자 홈까지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공식기록원은 크게 고민할 것이 없었다. 딱히 야수의 실책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플레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진호는 2018년 5월 1일 잠실 KT전에서 피어밴드를 두들겨 생애 첫 장내 홈런을 기록했다.

 

# 최형우, 100kg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만든 생애 첫 장내 홈런

 

‘키 1m80, 몸무게 106kg.’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가이드북에 등재된 KIA 최형우의 키와 몸무게다. 빠른 발과는 거리가 먼 체격이다. 오히려 힘을 느끼게 한다.

 

최형우는 힘과 기를 겸비한 KIA의 4번 타자다. 6월까지 통산 1513게임에 나가 타율 3할1푼7리와 홈런 297개, 118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81게임에서 타율 2할8푼8리와 홈런 12개, 55타점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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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4번 최형우가 6월5일 광주 두산전 1회말 2사 1루에서 생애 첫 장내 홈런을 터뜨렸다. 온 힘을 다해 홈까지 달려온 최형우를 선행주자 터커가 일으켜 세웠고, 대기 타석에 있던 안치홍은 기분 좋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더그아웃에선 후배들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사진 위부터 아래로)  

 

최형우가 6월 5일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꿈에도 그려보지 않았던 ‘장내 홈런’을 터뜨렸다.

 

두산에게 0-2로 뒤진 1회말 2사 1루에서 4번 최형우가 타석에 나갔다. 두산 선발은 왼손 이현호.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시속 133km의 밋밋한 변화구가 가운데로 들어오자 최형우가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다.

 

왼손 타자 최형우를 의식해 정상적인 수비 위치에서 우익수 쪽으로 3~4m 정도 옮겨 있던 중견수 정수빈의 머리 위로 타구가 날아갔다. 정수빈이 펜스 앞까지 타구를 쫓아가 글러브를 내밀었다.

 

공이 포켓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글러브 끝을 맞고 좌익수 쪽으로 튕겨 나갔다.

 

최형우는 홈런이라고 의식한 듯 타구를 바라보며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1루를 돌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두산 외야진은 타구를 잡기 위해 좌익수 김재환과 우익수 박건우가 정수빈 쪽으로 달려왔다. 박건우가 더 빨랐다. 박건우가 공을 잡아 중계 플레이에 나선 유격수 김재호에게 송구했고, 김재호가 포수 박세혁에게 공을 던졌다.

 

김종국 3루 코치는 타구가 튕겨 나가자 계속 오른팔을 돌렸다. 최형우는 속도를 높이면서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 김재호의 송구는 정확하지 않았다. 타이밍도 늦었다. 최형우는 홈 플레이트를 향해 슬라이딩을 했다. 세이프.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주저앉아 있을 정도였다. 먼저 홈인한 1루 주자 터커가 웃으며 손을 내밀어 최형우를 일으켜 세웠다.

 

생애 첫 장내 홈런. 대기 타석에 있던 안치홍, 나지완의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 최형우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장내 홈런은 ‘행운’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