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노히트노런...맥과이어 퇴출 탈출, 정민철 아쉬운 퍼펙트

기사입력 [2019-04-22 13:38]

아직 퍼펙트게임은 없다. 노히트노런은 간간이 나온다.

 

삼성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30)가 역대 14번째 노히트노런을 만들었다. 4월 21일 대전구장에서 한화를 상대로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눈부신 피칭으로 16-0의 완전한 승리를 따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승리를 한국 무대 첫 승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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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삼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에서 역대 14번째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만들었다. 마지막 타자였던 최진행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맥과이어가 환호하면서 홈 플레이트 쪽으로 가고 있다.(왼쪽) 김상수 등 동료들도 포수 강민호와 격한 포옹을 하는 맥과이어에게 물 세례를 퍼부으며 기뻐하고 있다.  

 

1982년 출범 이후 해태 방수원이 1984년 5월 5일 광주 삼미전에서 첫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뒤 2000년 5월 18일 한화 송진우는 광주 무등구장에서 해태를 상대로 역대 10번째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그러나 그 뒤 토종 투수들의 대기록 달성은 깜깜무소식이다.

 

시나브로 노히트노런은 외국인 투수들의 전유물이 됐다. 찰리, 마야, 보우덴, 맥과이어로 이어지는 4명의 외국인 투수만이 기쁨을 만끽했다. 현실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원투 펀치’는 모두 외국인 투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씁쓸해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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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투수의 대기록 소식은 언제쯤 전해질까. 퇴출 위기까지 내몰렸던 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은 이제KBO리그의 당당한 역사가 됐다.

 

# 2019년 4월 21일 대전 이글스파크 - 퇴출이 웬 말, 믿기지 않는 대기록 달성

 

삼성 선발 맥과이어는 앞선 5차례의 등판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한국 무대 데뷔전부터 기대 이하였다. 3월 23일 NC전에서 3.2이닝 만에 홈런 3개를 포함한 8안타와 볼넷 5개로 7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앞이 캄캄했다. ‘잘 이겨내겠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두 번, 세 번, 네 번. 여전히 믿음이 생기지 않았다. 지난 10일 LG전에선 6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한 6안타와 볼넷 4개로 5실점했다. 퇴출설이 솔솔 흘러나왔다.

 

맥과이어가 위기 의식을 느낀 탓일까. 지난 16일 키움전에선 한결 안정된 피칭을 보였다. 5이닝 동안 6안타와 볼넷 3개로 2실점(1자책)했다. 벤치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얻어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그리고 21일, 여섯 번째 등판에서 큰일을 냈다. 9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단 1점 내주지 않았다. 노히트노런. 29명의 한화 타자를 상대로 128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볼넷 1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만 내줬다. 1회초 2사 후 한화 3번 호잉을 1루수 러프의 실책으로 출루시킨 것까지 3차례 주자를 내보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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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역대 14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그동안 참고 기다려준 코칭스태프와 온갖 도움을 마다하지 않은 강민호 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삼성 타자들은 1-0으로 앞선 4회초 11명의 타자가 일순하며 8안타를 몰아치면서 7점을 뽑아 맥과이어를 지원했다. 맥과이어는 여유가 생겼다. 큰 키(1m98)에서 내리꽂는 직구의 위력이 더욱 강해졌고, 각도 있는 커브도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비수로 작용했다.

 

맥과이어는 신바람을 냈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도 힘이 솟았다. 8회말 첫 상대였던 5번 대타 노시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6번 김태균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흔들리는 듯 했지만 7번 대타 김창혁까지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9회말엔 9번 변우역, 1번 대타 김회성, 2번 대타 최진행에게 모두 ‘K’를 새겨주면서 노히트노런을 완성했다.

 

맥과이어는 “믿어지지 않는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믿어주신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며 “6회부터 기록을 의식해 계속 집중했고, 동료들의 대량 득점으로 부담을 덜었다”고 덧붙였다. 

 

맥과이어는 2010년 토론토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2017년에야 신시내티에서 빅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토론토, LA 에인절스를 거치는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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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은 삼성 투수로선 1990년 이태일 이후 무려 29년 만이다. 1990년 이태일(오른쪽)은 롯데를 상대로 신인 첫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맥과이어는 KBO리그에서 역대 최다 탈삼진으로 노히트노런은 만들었다. KBO리그 첫 승리였기에 기쁨도 두 배였다. 삼성 투수로는 1990년 8월 8일 이태일이 부산 롯데전에서 역대 6번째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뒤 무려 29년 만에 뜻 깊은 이정표를 남겼다. ‘잠수함 투수’ 이태일은 23세 3개월 30일로 신인 첫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 KBO리그의 노히트노런 - 아쉬운 퍼펙트부터 ‘국보’의 대기록까지, 그리고 보우덴

 

‘퍼펙트게임’에 가장 가까웠던 투수는 한화 정민철이다.

 

1997년 5월 23일 대전 OB전. 정민철은 당당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OB 타자들을 주눅 들게 했다. 8회 1사까지 단 1명의 타자로 1루를 밟아보지 못했다. 퍼펙트 피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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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철은 한화의 간판투수였다. 밝은 성격으로 늘 동료들의 부감감을 덜어주곤 했다. 1997년 아쉽게 퍼펙트게임을 놓쳤지만 "포수 강인권 덕에 노히트노런이라도 할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8회말 1사후 심정수를 1루까지 내보냈다. 삼진으로 돌려세울 수 있었지만 포수 강인원이 마지막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이 되는 바람에 심정수가 1루를 밟았다.

 

그래도 정민철은 흔들리지 않았다. 9회 초까지 온 힘을 다해 8개의 탈삼진과 함께 OB타자들을 상대했고, 결국 28명의 타자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완성했다. 그리고 “포수 강인권이 아니었으면 노히트노런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정민철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지만 ‘무4사구 노히트노런’으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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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방수원(왼쪽)은 1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다. 오른쪽 사진은 선동열 KBO홍보위원이 2000년 5월 25일 청주구장에서 역대 10번째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한화 송진우를 시상하고 있는 것이다. 송진우는 5월 18일 광주 해태전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국보 투수’ 선동열도 노히트노런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역대 4번째 노히트노런까지는 힘보다 기에 의한 기록 달성이었다. 그러나 선동열은 달랐다. 힘과 스피드를 앞세웠다.

 

1989년 7월 6일 포수 장채근과 배터리를 이뤄 광주 삼성전에서 마침내 대기록을 달성했다. 삼진 9개를 솎아내면서 4사구 3개만 내줬다. 타선도 활발하게 터졌다. 해태가 삼성을 10-0으로 꺾었다.

 

방수원은 골수 팬들에게도 이미 기억에서 사라졌을 이름이다. 해태 투수로서 ‘KBO리그 1호 노히트노런’을 기록했지만 워낙 쟁쟁한 동료들의 명성에 가려진 탓이다.

 

방수원은 1984년 5월 5일 삼미전에 선발로 나가 ‘깜짝투’로 대기록을 만들었다. 포수 유승한과 호흡을 맞춰 삼진 6개를 솎아내면서 4사구 3개만 내주고 8-0 승리를 이끌었다.

 

OB 장호연은 개막전에서 노히트노런을 일궈냈다. 1988년 4월 2일 부산 롯데전에서 4사구 3개만을 내주면서 4-0으로 이겼다. 방수원과 닮은 꼴 피칭을 했다. 빠른 공이 없으니 다양한 변화구를 교묘하게 섞어 던지면서 상대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뺏은 결과였다.

 

현대 정명원은 한국시리즈에서 대기록을 만들었다. 1996년 10월 20일 인천구장에서 열린 해태와의 4차전에 선발로 나가 9개의 탈삼진과 함께 4삭구 3개만 내주면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현대는 4-0의 값진 승리를 따냈다. 프로 출범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완성한 유일한 대기록이다.

 

쌍방울 김원형은 역대 최연소 노히트노런. 1993년 4월 30일 전주 OB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20세 9개월 25일에 삼진 6개와 함께 4사구는 단 1개만을 내주면서 최고의 피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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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진우는 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대기록을 달성하고 포수 강인권(왼쪽)과 포옹한 뒤 로마이어와 장종훈(35번) 등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한화 송진우는 역대 최고령 노히트노런. 2000년 5월 18일 해태를 상대로 삼진 6개를 잡고, 4사구 3개만을 내주며 6-0 승리를 이끌었다. 34세 3개월 2일에 위대한 승리를 창조했다. 송진우 이후 토종 투수들의 대기록 이어가기는 맥이 끊어졌다.

 

롯데 박동희는 행운의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1993년 5월 13일 부산 쌍방울전에 선발로 포수 강성우와 호흡을 맞춰 역투했다. 그러나 비가 쏟아졌고, 경기를 9회까지 끌고갈 수 없었다. 이날 경기는 롯데가 4-0으로 앞선 6회 강우콜드게임으로 마무리됐다. 박동희는 단 1개의 안타로 내주지 않았다. 6개의 삼진을 잡았고, 볼넷 1개만 내줬다. 이것도 노히트노런이다.

 

외국인 투수들이 노히트노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NC 찰리가 외국인 투수 최초로 LG, 2015년 두산 마야가 넥센, 2016년 두산 보우덴이 NC를 상대로 각각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맥과이어는 부진을 떨쳐내면서 외국인 투수로 이어지고 있는 노히트노런까지 일궈냈다. 대기록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혼자 만들 수도 없다. 조화의 결과물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