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포지션별 톱4, 키스톤 콤비는 ‘찬밥’ 타자는 역시 홈런

기사입력 [2019-03-11 12:39]

스프링캠프가 끝났다. 이젠 시범경기다. 주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진다.

 

이미 한화는 정근우를 2루수에서 외야, KT는 황재균을 3루수에서 유격수로 수비 위치를 바꾸기로 잠정 결정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최종 점검을 한 뒤 결단을 내릴 예정이다. 정근우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올해 ‘포지션별 연봉 톱4’에서 2루수, 황재균은 3루수로 각각 최고 연봉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젠 변화를 인정해야 할 시점이다.

 

‘FA 미계약자’로 남을 뻔 했던 김민성도 ‘사인 & 트레이드’ 방식으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시범경기부터 3루수로 나선다. 먼저 키움과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3억원, 연봉 4억원, 매년 옵션 1억원 등 총 18억원에 사인한 뒤 LG로 이적했다. 키움은 김민성을 LG로 보내면서 이적료 5억원을 받았다.

 

김민성은 FA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는데 실패해 ‘포지션별 연봉 톱4’에 들지 못했다. KIA 이범호가 3루수 연봉 4위로서 올해 받게 될 6억5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이나 적은 탓이다.

 

연봉은 곧 선수의 가치다. ‘포지션별 톱4’라는 명예는 정상급 기량과 기대치를 대신하는 표현이다. 과연 그럴까.

 

정오박안.jpg

▲ 최고 2루수였던 정근우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젠 외야로 자리를 이동해야 할 처지다. 2루수는 유격수와 함께 내야의 핵이다. 그러나 연봉만 보면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2루수 연봉 톱4'인 한화 정근우, 두산 오재원, KT 박경수, KIA 안치홍.

 

# 유격수와 2루수, 수비의 핵이지만 연봉은 씁쓸

 

한 때 ‘최고 2루수’란 영광을 누렸던 정근우는 이번 스프링캠프에 앞서 2루수 글러브는 물론 외야수용 글러브와 1루수용 미트까지 준비했다.

 

올해 만 37세, 벌써 프로 경력만 15년째다. 흐르는 세월이 야속할 뿐이다.

 

나이가 들면 발은 무뎌진다. 순간 대처 능력도 떨어진다. 타구에 대한 두려움도 생긴다. 3루수나 유격수로서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한 동작으로 그림 같은 수비를 뽐내던 이순철, 장종훈, 이종범이 그랬듯이 똑같은 이유로 1루 또는 외야로 수비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정근우에게도 그런 세월이 찾아왔다. 2루 수비가 불안해지자 2군행을 감수해야 했고, 좌익수와 1루수로 뛰는 것도 받아들여야 했다.

 

정근우의 올해 연봉은 7억원. 2루수 중 최고다. 2루수로서 두 번째 FA 자격을 얻고 SK에서 한화로 이적할 때 만든 결과다.

 

정근우는 중견수 경쟁에 뛰어 들었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나마 한화 외야진이 강하지 않고, 아직 야무진 타격 능력을 지녔으니 작은 희망을 갖고 있다.

 

정근우가 2루수에서 빠지면 최고 연봉은 두산 오재원으로 5억5000만원. 그 뒤를 KIA 안치홍이 5억원, KT 박경수가 4억원으로 쫓아가고 있다.

 

투수나 외야, 1루수, 지명타자처럼 두자리수 억대 연봉을 찾아볼 수 없다. 유격수도 마찬가지다.

 

두산 김재호가 6억5000만원으로 최고다. NC 손시헌이 5억원, LG 오지환이 4억원, 키움 김하성이 3억2000만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SK 나주환도 연봉 3억2000만원이지만 붙박이 유격수는 아니다. 2루까지 오가면서 ‘알짜 백업’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정도다.

 

김김손오.jpg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사령관이다. 가장 많은 타구를 처리해야 하는 자리다. 당연히 수비력이 공격력보다 중요한 위치다. 그러나 연봉을 산정할 때는 수비력이 크게 작용하지 못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격수 연봉 톱4'에 오른 두산 김재호, 키움 김하성, LG 오지환, NC 손시헌.   

 

# 10억대 연봉으로 가는 길 - FA 그리고 투수는 챔프 만들기, 타자는 홈런

 

올해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투수는 모두 3명이다. KIA 양현종, SK 김광현, LG 차우찬이 주인공이다.

 

양현종은 2017년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면서 23억원을 받아 투수 최고 연봉 선수로 등극했다. 2017년 15억원이었던 연봉이 2018년에 23억원으로 8억원이나 껑충 뛰었다. 2017년 정규 시즌에서 20승6패와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면서 팀을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이끈 뒤 정상에 우뚝 서게 한 것으로 고스란히 인정받았다.

 

김광현도 비슷한 케이스다. 지난해 이미 연봉 14억원을 받아 자신의 가치를 한껏 올려 놓은 뒤 SK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2018년 정규 시즌에선 25게임에 나가 11승8패와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한 뒤 포스트시즌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김광현의 올해 연봉은 15억원.

 

양현종과 김광현은 언제든 팀을 챔피언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인정받고 연봉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차우찬은 FA로서 삼성에서 LG로 이적하면서 프리미엄이 작용한 경우다. 지난해 29게임에서 12승10패와 평균자책점 6.09. 기대 이하였다. 그래도 올해 연봉은 지난해와 똑같은 10억원이다.

 

포지션 톱 4.jpg

그렇다면 타자들은 어떤 능력이 ‘10억대 연봉’을 만드는 주요 요소일까. 홈런이다.

 

전체 최고 연봉인 25억원을 받는 롯데 이대호는 3할대 타율과 함께 3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최고 몸값을 해내고 있다. 유턴파로 최고 예우를 받았고, 그에 걸맞는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이대호에 이어 ‘1루수 연봉 톱4’에서 2위에 오른 키움 박병호 역시 43개의 아치를 그려 존재감을 보였다. 올 시즌에 4번이 아닌 ‘강한 2번’으로 변신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홈런 능력이 뛰어난 이대호와 박병호의 뒤를 잇는 ‘1루수 톱4’는 똑같이 4억원의 연봉을 받는 박정권과 김주찬이다. 힘에서 큰 차이가 뚜렷하다.

 

3루수 연봉 공동 1위인 최정과 황재균, 외야수 공동 1위인 최형우와 손아섭의 공통점은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봉 20억원을 받아낸 포수 양의지도 지난해 23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몸값을 최고치 이상으로 부풀리는데 성공했다.

 

FA와 두 자릿수 홈런이 ‘10억대 연봉 타자’의 필수 조건임을 알 수 있다.

 

각 팀 사령탑들은 수비 능력을 우선으로 ‘베스트9’을 확정한다. ‘포수-투수-키스톤 콤비-중견수’로 이어지는 가운데가 강해야 강팀이라고 말한다. 수비력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리고 내야 수비의 핵은 역시 유격수와 2루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격수와 2루수 중에는 두자리수 억대 연봉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 아직 ‘검증 받지 못한 유격수’ 황재균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첫 번째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어느 위치를 막론하고 수비력보다 공격력을 연봉 산정에서 우선하기 때문이리라. (이창호 전문기자 /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