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는 뜨겁다. 모두 실전을 이어가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하고 입단한 열아홉 살 새내기 김기훈이나 원태인부터 서른 일곱 살 이대호, 마흔 살 박한이까지 집중력을 높여가고 있다.
나이나 경력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기록으로 생존해야 한다. 올 시즌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는 KBO 등록 선수는 총 586명. 이 중 156명이 억대 연봉이다.
프로 2년차인 KT 강백호(20)는 연봉 1억2000만원, 프로 경력만 21년째인 삼성 권오준(39)은 연봉 1억5000만원이다.
▲ 한국프로야구의 새로운 연봉 역사를 쓰고 있는 KT 강백호, 키움 이정후, NC 나성범.(왼쪽부터)
# 강백호, 이정후, 나성범이 쓰는 새로운 ‘돈의 역사’
KT 강백호는 올해 스무 살이다. 약관(弱冠), 아직 갈 길이 멀다. 해야 할 일이 많다. 강백호는 지금 프로 3년째를 맞는 키움 이정후(21)가 썼던 ‘돈의 역사’부터 바꿔나가고 있다.
‘최고를 만들겠다’는 KT 구단의 의지와 맞물려 프로 생활 1년 만에 2700만원이던 연봉이 1억2000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정후가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 받았던 연봉 1억1000만원을 뛰어 넘었다.
강백호는 힘 좋은 타자다. 투수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타자로 전념하도록 이끌고 있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장기적으로 강백호와 팀을 위해 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강백호는 데뷔 첫 해 138경기에 나갔다. 홈런 29개를 포함한 153개의 안타로 타율 2할9푼과 84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고졸 신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는 등 스타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정후는 강백호보다 한발 앞서 가고 있다. 지난해 1억1000만원을 받아 역대 2년차 최고 연봉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2억3000만원으로 3년차 때도 전인미답의 길을 걷게 됐다. 그동안 3년차 최고 연봉은 2008년 한화에서 류현진이 받았던 1억8000만원. 이정후가 11년 만에 새 역사를 썼다.
이정후 역시 구단의 배려 속에 최고의 길을 가고 있다. 키움 구단은 지난 시즌을 끝낸 뒤 일찌감치 3년차 최고 연봉을 공언할 정도였다. 부상으로 109경기 밖에 나가지 못해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 3할5푼5리와 출루율 4할1푼2리를 기록하면서 간판선수로서 보여준 팀 공헌도를 높이 평가했다.
결국 키움 구단은 이정후가 2008년 류현진은 물론 NC 나성범이 1군 진입 3년째 받았던 연봉 2억2000만원까지도 뛰어넘는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 ‘최고’라는 상징성에다 내용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였다.
이정후는 부상 후유증 탓에 정상적으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즌 개막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으로 팬 앞에 설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관리하고 있다. 올 시즌 이정후의 바람은 아프지 않고 보다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팀 공헌도를 더 높이면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 한다.
나성범(30)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주목받는 타자다. NC가 스프링캠프를 이어가고 있는 애리조나에선 연습 경기가 열리면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나성범을 관찰한다. 지난달 2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평가전 때는 2-4로 뒤진 9회말 동점 2점포를 날려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나성범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앞서 이미 ‘연봉 홈런’을 날렸다. 프로 8년째를 맞아 5억5000만원의 연봉에 사인, 2002년 이승엽이 받았던 4억1000만원을 크게 넘어섰다. 지난해엔 4억3000만원의 연봉으로 2012년 류현진과 함께 7년차 최고 연봉 선수로 여전히 이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7년차 최고 연봉은 두산의 마무리 투수 함덕주로 2억6000만원.
나성범의 꿈은 빅리거다. 지난해 144경기에 나가 홈런 23개를 포함한 177개의 안타로 타율 3할1푼8리와 91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았다. 뭔지 2%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지금 비지땀을 흘리는 것은 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보다 뛰어난 성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기 위해서다.
# 양현종, 양의지, 박병호, 이대호는 연차별 최고도 신기록
KIA 양현종(31)은 에이스의 상징이다.
해외 진출을 포기하기 전인 2017년부터 최고 투수의 몸값을 받고 있다. 2017년 15억원으로 11년차 최고 연봉을 기록한데 이어 2018년과 올해는 23억원으로 12년차, 13년차까지 거듭 정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프로 13년차 최고 연봉은 2013년 한화 김태균이 받았던 15억원.
올해 SK 김광현이 15억원, LG 차우찬이 10억원, 한화 정우람이 8억원으로 각각 ‘투수 연봉 톱 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징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양현종은 지난해 29경기에 나가 13승11패와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총 184.1이닝을 던졌다. 2015년 32경기에서 184.1이닝을 던질 때와 똑같았다.
그나마 2016년 31게임에서 200.1이닝, 2017년 31경기에서 193.1이닝을 소화할 때보다 적었지만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어느 해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봉 대박의 필수 조건은 FA 또는 해외 진출 이후 유턴하는 것이다. 양현종과 양의지는 FA로서, 이대호와 박병호(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는 유턴파로 연차별 최고 연봉의 신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양의지는 이번 스토브 리그의 ‘최고 흥행 카드’다.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계약금 60억원과 4년 연봉 65억원 총 125억원으로 두산에서 NC로 이적했다. 앞으로도 이런 'FA 대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양의지는 연봉이 6억원에서 20억원으로 급상승하면서 단숨에 14년차 최고 선수로 새롭게 등록했다. 순수 국내파로서 그동안 2명의 해외 유턴파들이 지키던 자리를 빼앗았다. 김태균은 2014년, 박병호는 지난해 똑같이 연봉 15억원을 받아 14년차 최고였다.
일본 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를 거치면 많은 연봉을 보장 받는 것이 현실이다. 보상 심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성적과 관계없이 다년 계약으로 고액을 약속하는 모양새다.
일본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중도 하차한 김태균이 그랬고, 메이저리그에서 빛을 보지 못한 박병호도 그렇다.
박병호는 지난해부터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첫 해 113경기에 나가 홈런 43개를 포함한 138개의 안타로 타율 3할4푼5리와 112타점을 기록했다.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만족스런 모양새는 아니었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한계를 보였다. 여하튼 박병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봉 15억원을 받는다.
프로 15년차로서 2015년 김태균이 받았던 연봉과 똑같다. 15년차 공동 1위다.
이대호는 일본을 거쳐 빅리그에서 뛰다가 2017년 롯데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연봉이 25억원이다. 사상 최고다. 프로 17년째부터 19년째를 맞는 올해까지 계속 비교 상대가 없는 최고다. 여하튼 연차별 연봉 신기록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역대 19년차 최고 연봉은 8억원으로 2013년 이승엽, 2015년 이병규가 각각 기록했었다.
세월이 연봉을 좌지우지 하던 시대는 끝났다. 성적이 곧 연봉이다. 연봉 2700만원에 입단해도 1년 만에 억대로 껑충 뛰어오를 수 있는 곳이 바로 프로 세계다. 시간보다 능력이 가치를 만든다. (이창호 전문기자 / news@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