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KBO리그 최초의 3시즌 연속 40홈런과 5시즌 연속 30홈런 100타점.
‘현재 진행형 거포’ 박병호(32)가 ‘영원한 홈런왕’ 이승엽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쓴맛을 보고 돌아왔지만 ‘거포 본능’이 여전함을 증명하고 있다.
▲ 넥센 4번 박병호가 지난 18일 고척 두산전 7회말 무사 1, 3루에서 시즌 40호째 중월 3점포를 날리면서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박병호는 넥센의 간판타자다. 올 시즌 친정 팀에 복귀해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주었다. 구단과 선수단의 크고 작은 잡음 탓에 흐트러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부상의 아픔도 이겨내면서 뚜벅뚜벅 자기 길을 가고 있다.
넥센은 이미 ‘가을 야구’를 예약했다. ‘박병호 효과’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병호는 복귀 이후 첫 시즌을 알차게 마무리하고 있다. 두산 김재환, SK 로맥과는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하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18일 고척 두산전에서 시즌 40호 아치를 그린 뒤 22일 고척 SK전까지 4게임에서 침묵하고 있다. 23일 SK전엔 출전하지 못했다. 전날 7회말 1사 후 SK 박민호가 던진 몸쪽 공을 왼 손등과 오른쪽 약지에 이어 얼굴까지 맞은 후유증 탓이었다. 검진 결과는 단순 타박상이었지만 장정석 감독은 관리 차원에서 휴식을 선택했다.
그 사이 경쟁자인 김재환은 지난 19일 고척 두산전과 22일 마산 NC전에서 각각 41호와 42호 아치를 그려 2개 차이. 여전히 40홈런으로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로맥과 함께 추격 가시권을 유지하고 있다.
박병호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장타를 만들어내는 타격 기술과 4번 타자로서 결정력을 높이는 능력은 점점 더 무르익고 있다.
2012년 31개, 2013년 37개를 터뜨려 거포로 자리매김하더니 2014년 52개, 2015년 53개로 괴력을 발휘하는 등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했다. 또 2012년 105개, 2013년 117개, 2014년 124개, 2015년 146개로 상승세를 타면서 4년 연속 타점왕까지 차지했다.
박병호의 대기록 행진은 진행 중이다.
* 2018년 9월18일 고척 돔, 3시즌 40홈런 새 역사를 쓰다
홈런은 시원하다. 승리를 만드는 홈런은 짜릿하다. 박병호가 기분 좋은 아치를 그렸다.
박병호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전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두산은 20승을 꿈꾸고 있는 후랭코프, 넥센은 10승에 도전하는 한현희를 맞상대로 내세웠다.
▲ 넥센 4번 박병호가 지난 18일 고척 두산전에서 시즌 40호째 아치를 그려 사상 첫 3시즌 연속 40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후랭코프와 두산은 강했다. 넥센은 7회까지 4-7로 뒤졌다. 패색이 짙었다. 두산 마운드는 승리 요건을 채운 후랭코프에 이어 6회부터 장원준이 지키고 있었다.
7회말 기회가 왔다. 선두타자 2번 송성문이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3번 서건창은 좌전안타. 1루 대주자 김혜성이 재치 있는 베이스러닝으로 주자 1, 3루를 만들었다.
두산 벤치에서도 4번 박병호의 타석 때 승부수를 던졌다. 왼손 장원준을 내리고, ‘필승조’인 사이드암 박치국을 올렸다. 올 시즌 박병호는 박치국과의 두 차례 승부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었다. 박병호는 초구와 2구, 연속 헛스윙. 또 그냥 돌아서나 싶었다.
그러나 덤벼들지 않았다. 3구부터 5구까지 침착하게 볼 3개를 골랐다. 풀카운트에서 6구째는 바깥쪽 변화구. 시속 119㎞를 찍은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높게 들어왔다.
박병호의 방망이가 정확하게 돌았다. 타구에 힘이 실렸다. 타구를 바라봤다.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가운데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비거리 125m의 시즌 40호째 중월 3점 아치이자 개인 통산 250호 홈런. 7-7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1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두산전에서 7회말 구원투수로 나가 박병호에게 동점 3점포를 맞은 박치국이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위) 넥센 덕아웃에선 시즌 40호 홈런으로 7-7 동점을 만든 박병호와 대주자로 나가 홈런을 밟은 김혜성을 동료 선수들이 환호하며 반기고 있다.(아래)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2년 공백을 딛고 3시즌 연속 40홈런의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
박병호의 동점 3점포는 역전승의 밑거름이었다. 넥센은 7-7 동점이던 8회말 2사후 대주자로 나갔던 2번 김혜성부터 3번 서건창, 4번 박병호, 5번 김하성으로 이어지는 연속 4안타로 3점을 추가하면서 10-7로 승부를 뒤집고 승리했다. 박병호는 이날 4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박병호의 홈런은 사상 첫 3시즌 연속 40홈런의 대기록을 만들면서 역전승까지 이끌어냈다. 짜릿했다.
* 2018년 9월 14일 마산구장, 첫 5시즌 30홈런 100타점
박병호는 40호 아치로 최초의 3시즌 연속 40홈런을 달성하기에 앞서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KBO리그 첫 5시즌 연속 30홈런 100타점.
▲ 박병호는 복귀 첫 시즌을 알차게 마무리하고 있다. 넥센의 중심 선수로서 팀을 '가을 야구'로 이끌면서 대기록 행진도 진행 중이다.
9월 14일 창원 마산구장. 박병호는 4번 1루수로 NC전에 나갔다. NC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베렛을 앞세워 7회까지 1-5로 앞섰다. NC는 승리를 굳히기 위해 정수민과 최성영에 이어 원종현을 마무리로 투입했다.
8회초 1사 1루, 4번 박병호가 타석에 나갔다. 원종현이 초구에 시속 127㎞짜리 슬라이더를 던졌다. 큰 것이 필요한 상황, 머뭇거리지 않았다. 힘차게 방망이가 돌았다. 타구는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시즌 38호 2점 홈런으로 100타점 째를 기록했다.
사상 최초로 5시즌 연속 30홈런과 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하는 주인공이 됐다. 30홈런 100타점은 역대 68번째.이날 넥센은 박병호의 추격 홈런에도 불구하고 3-7로 패했다.
넥센은 마산 NC전에 이어 15일엔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맞붙었다. 2연패 탈출이 시급했다. 1-3으로 뒤진 3회초 2사 1루에서 박병호는 선발 송승준을 상대로 시즌 39호째 좌월 2점포를 날렸다. 넥센은 박병호의 동점 홈런을 발판 삼아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6-5로 이겼다.
‘영양 만점 홈런’으로 사상 첫 3시즌 연속 40홈런의 길까지 열었다. (이창호 전문기자 / news@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