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김재환 40홈런 선점, ‘두 마리 토끼’ 사냥

기사입력 [2018-09-17 13:08]

김재환이 ‘무한 도전’에 나섰다. 홈런왕과 타점왕, ‘두 마리 토끼’ 사냥이 시작됐다.

 

태극 마크를 달고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에서 나가 금메달을 따내더니 이젠 첫 홈런왕과 타점왕을 향해 성큼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지명타자로 뛰면서 타격감을 유지한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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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환은 두산의 듬직한 4번 타자다.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올 시즌 처음으로 40홈런을 기록하면서 팀의 선두 행진을 이끌어가고 있다. 

 

김재환은 두산의 ‘4번 타자’다. 타선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 내내 외국인 타자의 부진과 부재로 어려움을 겪을 만도 했다. 하지만 김재환이 있었다. 흔들림 없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두산은 17일 현재 82승 43패로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2위 SK와의 간격이 무려 12게임이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다.

 

김재환은 이날까지 123게임에 나가 타율 3할4푼3리와 홈런 40개, 119타점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타격 6위, 홈런과 타점 1위다. 자신의 존재감을 고스란히 기록에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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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9월 12일 부산 사직구장 - 몰아치기 40홈런

 

두산이 부산 원정길에 나섰다. 올 시즌 두산은 롯데에게 강했다. 롯데는 5위 다툼의 희망을 이어가야 할 상황이다. 마음이 급하다.

 

두산은 원정 첫 날인 11일 4번 김재환의 멀티포 등 홈런 4개를 포함한 장단 19안타를 폭발시키면서 17-4로 크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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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의 스윙은 시원하다. 힘을 동반한 정확한 타격으로 3할대 타율을 유지하면서 장타력까지 뽐내고 있다. 

 

이날도 여유로웠다. 두산 선발은 후랭코프, 롯데는 노경은. 투타 모두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조건이었다.

 

두산이 0-1로 뒤진 3회초. 두산이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7번 김재호와 8번 김인태가 연속 우전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었다.

 

9번 정수빈이 먼저 ‘복귀 신고포’를 날렸다. 시즌 첫 우월 3점포를 날려 3-1로 전세를 뒤집었다.

 

두산의 공격은 계속됐다. 1번 허경민은 우익선상 3루타. 1사 후 3번 오재원은 볼넷으로 나가 또 1사 1, 3루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엔 4번 김재환이 ‘해결사’로 나섰다.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롯데 선발 노경은의 2구째를 받아져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39호째 3점포를 터뜨렸다. 점수 차가 6-1로 벌어졌다. 승리는 두산 쪽으로 거의 넘어왔다.

 

두산은 3회초에만 10명의 타자가 일순하면서 홈런 3개를 포함한 장단 6안타와 볼넷 1개로 7점을 뽑았다.

 

김재환은 11-7로 앞선 9회초 다시 한 번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선두타자 3번 오재원이 정성종과의 승부에서 볼넷을 골랐다. 롯데 벤치에선 왼손 김재환을 상대하기 위해 왼손 투수 고효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재환은 왼손, 오른손 투수를 가리지 않았다. 바뀐 투수 고효준의 초구를 통타해 시즌 49호째 중월 2점 아치를 그렸다. 팀 승리를 확실하게 매조 짓고, 올 시즌 처음으로 40홈런 고지에 올라선 주인공이 됐다.

 

이날 두산은 정수빈과 김재환, 오재일 등 홈런 4개를 앞세워 13-9로 통쾌한 승리를 이끌었다.

 

# 40홈런 선점 11명은 모두 홈런왕, 올해는 뜨거운 경쟁

 

40홈런 선점은 ‘홈런왕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빙그레 장종훈이 1992년 9월 17일 KBO리그 최초로 24세 5개월 7일이 어린 나이로 40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SK 최정이 9월5일 인천 롯데전에서 역대 12번째로 40홈런을 터뜨릴 때까지 11명이 모두 홈런왕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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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홈런왕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박병호가 바짝 뒤 따라 오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지난 14일 마산 NC전에서 시즌 38호 아치를 그린 뒤 15일 부산 롯데전에서 다시 방망이에 불을 붙여 39호 홈런을 터뜨렸다.

 

1위 김재환과의 간격을 1개 차로 좁혔다. 그 바로 뒤엔 SK 로맥이 38개로 따라오고 있다. 막판까지 안개 속 승부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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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재환은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이다. 피 말리는 팀 순위 경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여유롭게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재환인 타석에 나설 때마다 편하게 자기 스윙을 하면 얼마든지 박병호나 로맥 등 추격자들의 추격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김재환의 힘은 잠실구장에서 증명됐다. 40홈런 중 LG와의 원정경기까지 포함해 잠실구장에서 16개, 나머지 원정 구장에서 24개를 각각 터뜨렸다. 불리한 조건을 극복한 결과다. 두산과 LG가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잠실구장은 좌우 100m, 중앙 125m다. 아무리 힘 좋은 타자들이라도 잠실구장에 서면 홈런을 날릴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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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가운데)이 6월19일 잠실 넥센전에 앞서 개인 통산 100홈런 달성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받고 있다. 넥센 주장 김민성(왼쪽)과 두산 주장 오재원이 김재환을 축하한 뒤 멋진 승부를 하자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김재환은 ‘40’이란 홈런 숫자를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에 부담감도 없단다. 매 타석 가볍게 친다는 마음으로 나선다고 말한다.

 

두산은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팀이다. 4번 김재환 앞에 많은 주자들이 수시로 나간다. 타점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조건 중 하나다.

 

김재환은 지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첫 홈런왕과 타점왕. 둘 다 아주 의미 있는 타이틀이다. 부담감이 없기에 더욱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닐까.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