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4S’의 결정체, 박해민의 5시즌 연속 30도루

기사입력 [2018-09-06 13:04]

뛰어야 한다. 그래야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설왕설래, 뒷말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박해민(28)이 돌아왔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아시안게임을 끝내고 삼성에 복귀했다. 테이블세터로서 삼성의 ‘가을 야구’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5시즌 연속 30도루가 눈앞이다. 이제 2개 남았다.

 

9월 5일 현재 28개로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다. 4년 연속 도루왕까지는 아직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KIA 버나디나, 넥센 김혜성, 한화 이용규가 똑같이 27개로 바로 뒤에서 각축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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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해민이 5시즌 연속 30도루 이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시안 게임을 뒤로 하고 대기록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박해민은 연속 시즌 30도루 이상에 도전하고 있는 유일한 현역이다. 올해 5시즌 연속 30도루 이상을 달성하고, 2019년 이후에도 꾸준히 새로운 기록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NC 이종욱, KT 이대형(이상 5시즌), KIA 김주찬, 한화 정근우, 두산 오재원(이상 3시즌) 등이 박해민과 함께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모두 진행형이 아니다.

박해민의 5시즌 연속 30도루는 역대 5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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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기록자는 해태 이종범. 1997년 6월 19일 대구 삼성전에서 KBO리그 사상 최초로 5시즌 연속 30도루를 달성했다. 그 뒤 OB와 두산을 거친 정수근이 2002년 7월 26일 대구 삼성전, 이종욱이 두산 시절인 2010년 9월 24일 잠실 넥센전, 이대형이 LG 유니폼을 입고 2011년 8월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각각 대기록을 세웠다.

 

# 뛰어야 사는 남자, 육성 선수에서 3년 연속 도루왕까지

 

도루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마구 달린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롯데는 1984년부터 1987년까지 고인이 된, 육상 100m 한국 최고기록 보유자였던 서말구 전 해사 교수를 트레이너 겸 선수로 등록했었다. 그러나 단 1게임에도 내보내지 못했다. 19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대회 100m에서 10초34로 한국 신기록을 세웠으니 스피드는 최고지만 야구를 모르니 대주자로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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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민은 주루 센스와 좋은 스타트 능력, 빠른 스피드, 세련된 슬라이딩 기술을 갖추고 있다. 빠른 발은 공격과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도루는 '4S'를 갖춰야 가능하다. 센스(Sense), 스타트(Start), 스피드(Speed), 슬라이딩(Sliding)이 조화를 이뤄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박해민은 이런 조건을 두루 갖췄기에 부상이 없는 한 언제든 30도루 이상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루 뿐 아니라 빠른 발의 장점은 공격과 수비에서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스타팅 멤버가 아니더라도 대타, 대수비, 대주자 등으로 활용도가 높으니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사령탑에겐 소금 같은 존재다.

 

박해민은 신일고, 한양대를 거쳐 2012년 삼성의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빠른 발 덕이었다. 1군 데뷔는 1년 뒤인 2013년. 단 1게임, 대주자로 나간 것이 전부였다. 철저하게 무명이었다.

 

그러나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2014년 기회를 잡았다. 119게임에 나갔다. 타율 2할9푼7리, 65득점.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 특히 도루 36개로 5위를 기록하면서 53개로 도루왕을 차지한 김상수와 함께 ‘삼성의 발 야구’를 이끌었다.

 

자신감을 얻었다. 박해민은 2015년부터 더욱 세차게 달렸다. 2015년 도루 60개, 2016년 도루 52개, 2017년 도루 40개로 3년 연속 도루왕에 등극했다.

 

# 2018년 9월 5일 마산구장, 5시즌 30도루를 위한 재시동

 

박해민은 1990년 2월 24일생이다. 만 28세. 군 입대를 뒤로 미뤘다. 올해 아시안게임 대표로 합류했다. 금메달을 따냈다. 말이 많았다. 비난이 거셌다.

 

박해민은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오자마자 지난 4일부터 페넌트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LG, KIA, 롯데와 치열한 5위 다툼을 해야 한다. 박해민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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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박해민이 테이블세터로서 출루율을 높여야 승률 높은 야구를 할 수 있다. 박해민은 공격과 수비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삼성은 ‘임시 방학’ 이후 첫 2연전 상대인 NC를 마산구장에서 만났다. 첫 날부터 5-3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더니 5일에도 5-3으로 이겨 최근 3연승을 완성하면서 5위 LG와의 게임차를 없앴다. 승률에서 뒤진 6위.

 

박해민은 2게임 모두 1번 중견수로 출전했다. 첫 날은 5타수 1안타. 톱 타자로서 활약이 미미했다. 피로감과 부담감이 겹쳤다.

 

둘째 날, 박해민은 존재감을 되찾았다. 빠른 발의 진수도 보여줬다.

 

삼성이 1-0으로 앞선 3회초 1사 후. 1번 박해민이 볼넷을 골라 진루했다. 추가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2번 구자욱은 우익수 플라이 아웃.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3번 김헌곤이 우전안타를 날리자 1루주자 박해민도 3루까지 내달렸다. 빠른 발로 1, 3루의 득점 기회를 이어가면서 NC 배터리를 압박하는 효과까지 만들었다.

 

4번 강민호는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만루. 5번 박한이가 싹쓸이 우중간 2루타를 날렸다. 삼성은 순식간에 3점을 보태면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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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민의 출루는 득점으로 가는 길이다. 박해민은 달려야 살 수 있는 선수다. 출루율과 득점이 중요한 이유다. 

 

박해민은 5-3으로 앞선 9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을 만들기 위해 재치 있는 시도를 감행했다. 1사 후 타석에 나가 NC 왼손 투수 최성영의 초구를 번트해 1, 2루 사이로 굴렸다. 1루수 이원재가 잡아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투수에게 던졌지만 박해민의 발이 빨랐다. 박종철 1루심의 판정은 당연히 세이프. 안타로 기록됐다.

 

2번 구자욱의 타석 때 1루 주자 박해민의 도루 능력이 살아났다. 왼손 투수 최성영은 박해민을 정면으로 쳐다봤다. 견제구도 던졌다. 그러나 박해민은 최성영이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2구째를 던질 때 2루로 내달렸다. 스타트가 좋았다. 포수 박광열이 낮은 변화구를 잡아 2루로 송구하는 사이 박해민은 피트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에 안착했다.

 

시즌 28호째 도루 성공. 역대 5번째 5시즌 연속 30도루 이상까지 2개만 남겼다.

 

박해민은 발과 센스로 1사 2루의 추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삼성의 후속타는 터지지 않았다. 여하튼 삼성은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최충연이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 5-3으로 또 이겼다. 3연승을 완성했다.

 

박해민은 군 문제를 해결했다. KBO리그 최다인 정수근의 7시즌 연속 30도루 이상에 도전할 수 있는 걸림돌이 없어졌다. 박해민은 달려야 살 수 있는 선수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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