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잠실 곰’들은 달콤한 ‘여름 잠’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위해 KBO리그가 ‘임시 방학’ 중이기 때문이다.
두산은 8월 16일 넥센을 8-2로 꺾고 73승4패로 승률 6할4푼6리를 기록했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기분 좋은 마무리. 2위 SK와의 간격을 무려 10게임으로 벌려 놓았다. 8월 17일부터 9월 3일까지 느긋하게 ‘18일의 여름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두산이 2016년 이어 역대 2번째로 80승 선점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지금은 '임시 방학' 중이지만 페넌트레이스가 재개되면 또 한번 순항할 것이 분명하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서 70승을 달성한 뒤 모든 공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돌렸다.
KBO리그는 9월 4일 다시 페넌트레이스를 재개한다. 두산은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70승 고지에 올라선데 이어 80승을 향해 내달린다. 추격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으니 순풍에 돛을 단 듯 ‘독주’할 것이다.
# 정규 시즌 +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보증 수표’ 80승 선점
가장 먼저 80승을 달성하면 정규 시즌 우승 확률은 100%다. 두산 역시 똑같은 길을 갈 것이 분명하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의 부임 2년째였던 2016년, 올 시즌과 닮은 꼴 행보를 하면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8월 18일 70승(39패 1무)을 가장 먼저 달성하더니 9월 7일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80승을 선점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9월 22일 90승을 따냈다. 최고의 팀임을 증명했다.
결국 2016 정규 시즌에서 93승50패 1무로 우승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챔피언에 등극했다.
올 시즌 두산은 8월 9일 수원 KT전에서 4-2로 승리하면서 가장 먼저 70승 고지에 올라섰다. 이후 3승을 더 보탠 뒤 휴식과 재충전에 들어갔다.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양대 리그를 시행했던 1999~2000시즌을 제외하고 80승을 선점한 경우는 총 14차례. 이 팀들은 모두 페넌트레이스를 1위를 마감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뒤 정상을 밟은 경우는 11차례다. 78.6%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을 기록했다.
현대 유니콘스는 2000시즌 9월 1일 드림리그에서 80승(34패 2무)을 선점한 뒤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랐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80승을 선점하고 정규 시즌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눈물을 삼킨 경우는 총 3차례 뿐이다. 1992년 빙그레, 2001년과 2015년 삼성이 통합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 우승으로 가는 길, 70승 선점의 날 - 2018년 8월9일 수원구장
두산은 선발 이용찬, KT는 니퍼트를 내세웠다.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김재호의 역전 3점포를 앞세워 짜릿한 뒤집기로 70승을 일궈냈다.
▲김재호는 베테랑 유격수다.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선 0-2로 뒤진 3회초 역전 3점홈런을 날려 70승 선점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젠 타선에서도 귀한 힘을 보태고 있다.
0-0 이던 2회말, 이용찬이 2사 이후 방심한 탓일까. 먼저 2점을 내줬다. 2회말 선두타자 6번 황재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출발은 괜찮았다. 7번 윤석민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8번 장성우는 중견수 플라이 아웃.
9번 심우준과의 승부에서 제구가 흔들렸다. 2스트라이크 이후 연속 3개의 볼을 던진 것이 화근이 돼 볼넷을 내줬다. 2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1번 강백호에게도 3볼까지 내몰렸다. 연속 볼넷을 내줄 수 없는 상황. 결국 풀카운트에서 던진 6구째를 강백호가 정확하게 밀어져 2타점 우중간 2루타를 만들었다.
두산은 뚝심이 강하다. 0-2로 뒤진 3회초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3번 최주환이 우익선상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니퍼트는 호락호락 무너질 투수가 아니었다. 4번 김재환을 2루 땅볼로 잡아냈다. 그 사이 2루 주자 최주환은 3루까지 진루했다. 5번 양의지는 초구에 공을 맞고 걸어나갔다. 1사 1, 3루. 추격 기회가 이어졌다.
장타력이 있는 6번 오재일이 희생플라이라도 날려주면 좋으련만 볼 카운트 2-2에서 5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니퍼트가 한 고비를 넘기는가 했지만 7번 김재호가 ‘복병’이었다.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째 파울까지 기록했지만 베테랑다운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다시 연속 볼 2개를 골랐고, 5구째가 몸쪽으로 들어오자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다.
수원구장의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105m짜리, 자신의 시즌 12호 홈런을 역전 3점포로 장식했다. 그리고 6회초 1사 1, 3루에서 3번 최주환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 땅볼을 기록했다.
김재호의 홈런으로 뒤집기에 성공하자 이용찬도 다시 힘을 냈다. 7회까지 더 이상의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깔끔한 피칭을 이어갔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용찬이 7회까지 9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4-2로 앞서자 8회부터 필승 계투조를 투입했다. 8회는 김강률, 9회는 마무리 함덕주가 각각 무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책임지면서 70승을 완성했다.
올 시즌 107경기 만에 달성한 70승. 우승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었다.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서 올 시즌 70번째 승리를 합작한 선발 이용찬, 중간 김강률, 마무리 함덕주(왼쪽부터).
역대 5번째 최소 경기이자 두산 자체로는 3번째 70승 선점이었다. 1995년 121경기, 2016년 110경기 만에 70승을 올렸던 두산만 따져보면 역대 최소 경기 70승 달성.
KBC리그 역대 최단 경기 70승은 1985년 삼성이 101경기 만에 달성했다. 그 뒤 2000년 현대가 103경기, 1993년 해태가 105경기, 2008년 SK가 106경기째 각각 70승 고지에 올라섰다. 그리고 올 시즌 두산이 1986년 삼성, 1998년 현대와 똑같이 107경기 만에 나란히 5번째로 70승째를 기록했다.
두산은 잘 나간다. 자칫 ‘임시 방학’이 이런 페이스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투타 밸런스가 안정적이고,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70승 선점에 이어 80승, 그리고 90승까지도 탄탄대로다.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