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두산은 최강이다.
6월 6일 넥센전부터 16일 한화전까지 팀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인 10연승의 고공 행진을 하면서 경쟁자들과의 간격을 확 벌리면서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18일 현재 47승 21패로 2위 한화와의 간격이 무려 8.5게임이다. 차례차례 30승, 40승 고지를 가장 먼저 점령하면서 순항 중이다.
이런 흐름을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큰 흔들림은 없을 것이다. 장기에서 ‘차포(車包)’를 빼고도 승리하는 고수처럼 막강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두산은 한 때 ‘판타스틱 4’라 불린 선발 마운드의 왼손 축이었던 장원준과 유희관이 예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타선의 중심이 돼야 할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까지 2군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투타 모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똘똘 뭉친 모양새다.
마운드 재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에 앞서 한국 무대에서 통산 100승을 앞둔 니퍼트를 포기하는 대신 롯데와 재계약하지 못한 린드블럼을 선택했다. 여기에 후랭코프를 데려와 ‘원투 펀치’로 삼았다. 기대 이상이다.
이용찬은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함덕주는 마무리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린드블럼-후랭코프-이용찬을 새로운 ‘빅 3’로 만들었다.
▲린드블럼(왼쪽)과 후랭코프(오른쪽)은 10개 구단 중 최고의 원투 펀치로 자리매김했다. 두산이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는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18일 현재 린드블럼은 14게임에서 8승2패와 평균자책점 2.73, 후랭코프는 14게임에서 10승 무패와 평균자책점 2.67, 이용찬은 구원 등판 1게임을 포함한 10게임에서 7승1패와 평균자책점 2.44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벌써 이들이 총 25승을 거뒀다.
함덕주는 33게임에서 5승1패 15세이브와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 중이다. 든든한 뒷문지기로 성장했다.
타선 업그레이드도 성공적이다. 양의지의 타격 능력이 파레디스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워주고 있다. 타율과 장타력에서 최고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김재환과 함께 무시무시한 홈런 라인을 구축했다.
▲김재환(위쪽)과 양의지(아래 오른쪽)은 두산 타선의 중심이다. 두산이 10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폭발력과 함께 정확성까지 지녀 최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양의지는 18일 현재 홈런 15개를 포함한 89개의 안타로 타율 3할9푼9리와 타점 45개. 타격 1위, 홈런 9위, 타점 15위를 달리고 있다. ‘꿈의 4할’을 넘나들고 있다. 포수로서 엄청난 공격 공헌도까지 나타내고 있다.
김재환은 홈런 23개를 포함한 79개의 안타로 타율 3할1리와 타점 63개. 타점 공동 1위, 홈런 2위로서 ‘공포의 4번 타자’로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곰 우리’엔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이 많다. 오재원, 김재호, 허경민, 최주환 등이 공수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게임의 흐름에 따라 어떤 마음가짐과 움직임을 가져야 할 지 제대로 알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김태형 감독의 뚝심 있는 리더십과 어우러져 ‘최강 두산’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10연승의 시작, 2018년 6월 6일 고척 돔
선발 유희관에게 아주 중요한 게임이었다. 또 실패하면 선발로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었다.
유희관은 5월 4일 LG전에서 1.2이닝 만에 8안타 6실점했다. 최악이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이날 이후 유희관의 2군행을 결정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을 영입한 뒤 최고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올해 V6에 도전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오른쪽 세번째)이 6월 10일 잠실 NC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따낸 선수들을 환한 미소로 맞이 하고 있다.
김 감독은 2군 생활 보름만인 5월 19일 롯데전을 맞아 유희관을 다시 1군에 불렀다. 구원으로 내보내 구위를 점검했다. 3이닝 4안타(1홈런 포함) 1실점.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선발 복귀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러나 유희관은 선발로 나간 5월25일 삼성전 패전에 이어 31일 SK전에서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현충일, 넥센 선발은 최원태였다.
유희관의 절박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두산 타자들은 1회초부터 김재환의 방망이에 불을 붙였다. 1번 허경민의 중전안타로 만든 2사 3루에서 4번 김재환이 자신의 시즌 18호 아치로 2점을 먼저 뽑았다.
유희관의 어깨가 가벼워졌다. 두산 타선은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득점하면서 모두 6점을 따내면서 주도권을 잡고 7-3으로 이겼다.
이날 김재환은 연타석 홈런을 포함한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유희관은 6이닝 6안타 2실점으로 4월 11일 삼성전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뒤 한달 보름여 만에 귀중한 승리를 추가했다. 함덕주는 7-2로 앞선 9회말 무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을 삼진 1개를 솎아내면서 퍼펙트로 막아 시즌 1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 오재원의 끝내기 홈런, 2018년 6월 10일 잠실구장
두산은 패색이 짙었다. 연승 행진을 ‘4’에서 마감할 시간이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러나 두산은 포기하지 않았다. 2-0으로 앞서 가던 흐름이 9회초 3점을 내주면서 이상하게 흘렀다.
▲6월10일 잠실 KT전에서 9회말 2사 2, 3루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오재원(등번호 24번)을 홈에서 동료들이 환호하며 기다리고 있다.
두산의 9회말 마지막 공격, NC는 마무리 투수 이민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선두 타자 2번 정진호는 2루 땅볼 아웃. 3번 박건우도 3루 땅볼로 돌아섰다.
2사 후, 1명만 더 죽으면 모든 상황은 끝난다. 4번 김재환이 우중간 2루타로 귀중한 동점 기회를 만들었다. NC는 보다 수월한 내야 수비을 위해 5번 양의지를 고의 4구로 내보냈다. 2사 1, 2루가 되자 김태형 감독은 느린 주자 두 명을 모두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루 주자 김재환 대신 황경태, 1루 주자 양의지 대신 신성현을 각각 교체 투입했다.
6번 류지혁의 타석 때 행운이 찾아왔다. 류지혁의 1루수 정면 타구를 스크러그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 우익선상으로 굴러가는 바람에 2루 주자 황경태가 홈을 밟아 3-3 동점이 됐다.
계속된 2사 2, 3루에서 나온 7번 오재원은 볼 카운트 1-3에서 5구째를 잡아당겨 극적으로 끝내기 우월 3점포를 만들었다. 시즌 7호, 통산 295호이자 개인 1호였다.
두산은 5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잠실 곰’의 뚝심으로 일군 10연승, 일등공신은 함덕주
‘잠실 곰’들은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기 않고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 든든한 뒷문지기 함덕주가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KT와의 홈 3연전을 가졌다. 연승 피로감에 빠질 법도 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끈기 있는 승부로 승수 쌓기에 성공한다.
12일 KT전에서도 2-2 동점이던 9회말 드라마 같은 승부를 또 다시 연출하면서 연승 행진을 ‘6’으로 만들었다.
9회말 선두타자 2번 최주환이 심재민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내고, 3번 박건우가 투수 실책으로 진루하는 등 행운이 따랐다. KT 벤치에선 4번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서자 자동 고의 4구를 선택, 무사 만루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심재민을 엄상백으로 바꿔 5번 양의지를 상대했다.
양의지는 침착했다. 평소처럼 타석에 섰다. 1구는 파울, 2구째가 들어오자 또 방망이를 돌렸다. 끝내기 좌전안타가 됐다. 시즌 24호이자 통산 1054호. 2014년 4월 19일 잠실 롯데전 이후 1516일 만에 터진 개인 3호.
▲이용찬(왼쪽)과 함덕주(오른쪽)는 올 시즌 두산의 토종 마운드를 지켜내는 든든한 기둥이다. 이용찬은 선발로서, 함덕주는 마무리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함덕주는 두산이 팀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인 10연승을 기록할 때 6게임에 나가 2구원승 4세이브로 100% 구원 성공을 일궈내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함덕주는 2-2 동점이던 9회초 1사 2, 3루에서 박치국에 이어 구원 등판했다. 공에 힘이 있었다. 6월 9일 NC전에서 구원승을 올린 뒤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푹 쉰만큼 빠른 공으로 공격적인 승부를 했다. 첫 상대였던 8번 장성우를 2구만에 1루수 플라이로 돌려 세운 뒤 9번 박기혁은 공 4개를 던져 삼진으로 솎아냈다. 그리고 타선의 도움으로 구원승을 올렸다
함덕주는 팀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인 10연승의 일등공신이다. 이 기간 6게임에 나가 2구원승 4세이브를 올렸다. 100% 구원 성공의 위력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SK는 역대 팀 최다 22연승, 두산 10연승은 두 번째
역대 팀 최다 연승은 SK가 2009년 8월 25일부터 2010년 3월 30일까지 기록한 22연승이다.
팀별 연승 기록으로 보면 두산의 10연승은 2006년 6월 16일부터 6월 27일까지 달성한 이후 두 번째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LG, 한화와 공동으로 중위권에 오른 정도다.
두산은 6월 17일 잠실 한화전에서 6-11로 패해 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 달성한 10연승의 기세는 심상치 않다.
특유의 뚝심으로 독주 체제를 만들어 페넌트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OB 유니폼을 입고 프로 원년(1982년) 챔피언을 차지했다. 1995년에도 OB베어스로서 한국시리즈에서 정상을 밟았다. 그리고 2001년과 2015년, 2016년까지 통산 5번 우승의 영광을 맛봤다. 10연승을 V6를 위한 전주곡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