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괴력의 대물림’, SK 한동민의 소나기 홈런

기사입력 [2018-06-01 17:56]

‘괴력’을 물려받은 것일까. SK 한동민의 ‘소나기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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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한동민이 5월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역대 5번째 한 경기 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한동민의 '괴력'에 팀 동료들은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5월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무려 4개의 아치를 그렸다. 더그아웃에는 KBO리그 최초의 한 경기 4홈런을 기록한 박경완 코치와 지난해 같은 곳에서 4개의 홈런을 터뜨렸던 팀 선배 최정이 대기록의 순간을 지켜봤다.

SK 팬들은 한동민을 ‘동미니칸’이라 부른다. 중남미의 야구 강국인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처럼 힘 좋은 타격을 하기 때문이다.

한동민의 5월은 잔인했다. 5월 1일 삼성전부터 22일 넥센전까지 15게임에 나가 58타수 8안타로 타율 1할3푼8리, 홈런 1개, 6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답답했다. 팀도 어려운데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넥센전에서 터진 역대 5번째 한 경기 4개의 홈런으로 부진 탈출의 실마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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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은 이날 선발 우익수 겸 2번으로 출전했다. SK는 박종훈, 넥센은 로저스를 선발로 투입했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만 보면 넥센이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게임이었다.

 

# 1회말 무사 1루, 시즌 9호 우월 2점 홈런

 

1번 노수광이 로저스와 까다로운 승부를 했다. 로저스를 자극하며 볼넷을 얻었다.

무사 1루에서 2번 한동민이 타석에 섰다. 초구는 볼. 로저스가 살짝 평정심을 잃은 듯 했다. 2구 스트라이크, 3구 파울.

한동민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4구째 볼을 골랐고, 5구째 다시 파울을 만들었다. 6구는 볼. 불리했던 상황을 풀 카운트까지 몰고 갔다.

로저스가 7구째 몸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시속 147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한동민이 제대로 반응했다. 스위트 스팟에 공을 맞췄고, 체중 이동도 제대로 이루어졌다.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 중간에 있는 테이블석에 떨어졌다. 비거리 125m. 시즌 9호, 우월 2점 아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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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민이 넥센 에이스 로저스로부터 홈런을 뽑아낸 뒤 1루를 돌고 있다. 로저스가 무표정하게 마운드에 서있다.  

 

# 3회말 무사 1루, 시즌 10호 좌월 2점 홈런

 

SK가 한동민의 홈런으로 2-0을 앞서 나갔다. 3회말도 1번 노수광부터 시작했다. 노수광은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1회말과 똑같은 무사 1루. 한동민은 초구 볼에 이어 시속 143km를 찍은 2구째 바깥쪽 공을 밀어쳤다. 높이 솟아오른 타구에 힘이 실렸다. 날카롭게 뻗어나가진 못했지만 타구의 힘이 떨어지진 않았다. 왼쪽 파울 라인 끝의 노란 폴대 쪽으로 날아갔다. 살짝 방망이가 밀린 듯한 느낌이 있었기에 혹시 파울이 되는 것은 않을까. 기우였다.

하얀 공은 폴대 안쪽, 넥센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는 담장 너머 불펜으로 떨어졌다. 시즌 10호 좌월 2점 홈런.

한동민은 기분 좋게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으로 돌아왔다.

 

SK는 한동민의 홈런포를 앞세워 7회초까지 5-2로 앞섰다. 더 이상 추가 득점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넥센은 7회말 다시 1번 노수광부터 SK 공격이 시작되자 6회까지 102개의 공을 던진 선발 로저스를 빼고 왼손 김성민을 2번째 투수로 투입했다.

 

# 7회말 1사 후, 시즌 11호 우월 1점 홈런

 

넥센 구원투수 김성민은 1번 노수광과 7구까지 접전 끝에 2루 땅볼을 이끌어냈다. 1사 후 2번 한동민이 타석에 들어섰다. 한동민은 4회말 1사 1루에서 3번째 타석에 섰지만 병살타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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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은 조급하지 않았다. 1구와 2구째 모두 볼을 골랐다. 3구째 시속 136km 슬라이더가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밋밋하게 밀려 들어오자 벼락같이 방망이를 돌렸다. 제대로 맞았다. 딱하는 순간 김성민은 실투임을 직감했다.

하얀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연타석 홈런에 이은 시즌 11호 아치였다.

SK는 한동민의 1점 홈런을 신호탄으로 7회말 5점을 보태면서 10-2로 앞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성민은 한동민에게 홈런을 내준 뒤 곧바로 조덕길과 교체됐다.

 

# 8회말 1사 후, 시즌 12호 우중월 1점 홈런

 

넥센은 다시 조덕길을 빼고 8회말부터 4번째 투수로 김선기를 투입했다. 김선기는 첫 상대인 1번 노수광을 2루 땅볼로 잡아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이미 3개의 홈런을 터뜨린 2번 한동민을 의식한 탓일까. 초구는 볼, 2구는 스트라이크. 3구째 시속 118km짜리 변화구를 던진 것이 스트라이크존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한동민은 주저하지 않았다. 힘차게 방망이를 돌려 하얀 타구를 우중간 담장 너머로 날렸다. 7회에 이어 또 다시 시즌 12호 아치로 연타석 홈런을 만들었다.

SK는 11-2로 점수차를 벌렸다. 그리고 2점을 추가해 13-2로 점수차를 크게 벌렸다. 결국 이날 승부는 이렇게 끝났다.

 

한동민은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다. 5타수 4홈런 6타점. 한 타석 한 타석 집중했을 뿐이다. 그리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기록을 세웠다.

 

박경완, 최정에서 한동민까지, SK와 특별한 인연

 

한 경기 최다 홈런 4개는 박경완이 현대 유니폼을 입고 2000년 5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처음 기록했다. 4연타석 4연타수 홈런이었다. 그리고 4년 뒤인 2014년 9월 4일 넥센 박병호가 목동 NC전에서 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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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 4개의 홈런포를 터뜨린 강타자들. 왼쪽부터 박경완, 박병호, 최정

 

박경완은 현대가 해체된 뒤 SK에 남았다. SK는 한 경기 4홈런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4월 8일에는 최정이 문학 NC전에서 한 경기에서 4개의 홈런쇼를 펼쳤다.

역대 5차례의 한 경기 4홈런 중 SK는 박경완에서 최정에 이어 한동민까지 ‘대포 군단’의 강한 이미지를 심었다. (이창호 전문기자 / 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