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저주(?) 부른 누의 공과’, 이대호 어찌하리오

기사입력 [2018-04-04 13:28]

롯데는 꼴찌다. 지난달 24일 시즌 개막 이후 3일까지 9게임을 치렀지만 1승8패. 최악이다. 거인은 무력증에 빠졌다. 투타 밸런스가 무너졌다. 해법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래저래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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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4번 이대호가 3월27일 잠실 두산전에서 '누의 공과'에 의한 아웃을 선언 당하자(오른쪽) 더그아웃을 향해 손으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고 있다. (왼쪽) 그러나 '누의 공과'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장면 1 : 2018년 3월 27일 잠실구장 - 이대호의 ‘저주 부른’ 공과

 

롯데는 SK와의 개막 2연전에서 모두 패했다. 3월24일 5-6으로 지더니, 25일에는 0-5로 무기력했다.

잠실 원정에 나섰다. 롯데 선발은 레일리, 두산은 후랭코프. 첫 승이 간절했다. 그러나 레일리는 1회말에 1점, 2회말에 2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롯데가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후. 4번 지명타자 이대호가 타석으로 나갔다. 1회초 첫 대결에서 좌전안타를 뽑았던 이대호는 후랭코프의 바깥쪽 공을 제대로 밀어쳐 우익수 파레디스의 오른쪽을 가르는 타구를 날렸다. 큰 몸으로 열심히 달렸다. 내침 김에 1루를 돌아 2루까지 뛰었다. 캔버스를 밟고 서서 두 손을 들어 타임을 요청했다. 거친 숨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때 후랭코프가 공을 1루수 오재일에게 던졌다. 오재일은 1루를 밟으면서 구명환 1루심을 바라봤다. 1루심이 아웃 시그널을 보냈다.

2루에 있던 이대호는 황당했다. 더그아웃을 바라보면서 손으로 네모를 그렸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라는 의미였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박근영 주심에게 다가가 항의했다. 주심은 이날 3루심을 맡은 전일수 팀장과 상의한 뒤 구명환 1루심의 원심을 확정했다.

 

이대호 아웃의 근거는 ‘누(壘)의 공과(空過)’. 공식 기록은 2루타 취소와 투수 땅볼 아웃.

1루를 밟지 않고 지나친 뒤 2루에 안착했지만 상대 수비의 어필에 의해 안타까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이대호가 아무리 “1루를 밟았다”고 주장해도 ‘누의 공과’는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니 1루심의 판단에 따를 수 밖에.

이날 롯데는 3안타의 빈공에 시달렸고, 결국 0-5로 져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대호의 공식 기록은 4타수 1안타. 1회 좌전안타, 4회 투수 땅볼, 7회 유격수 땅볼, 9회 2루수 플라이를 각각 기록했다.

이날 이후 롯데는 계속 패했다. 3월31일 NC전까지 7연패를 당했다. 4월1일 NC에게 3-2로 힘겹게 이겼다. 그리고 3일 한화에게 11-17로 또 졌다.

이대호는 3일 현재 9게임에 나가 타율 2할6리와 홈런 1개, 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기대 이하다. 부산 사직구장을 빠져 나오다 일그러진 팬이 던진 치킨까지 허리춤에 맞아야 했다.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하다.

‘누의 공과’는 좀체 일어나지 않는 ‘해프닝’이나 다름없다. 야구 선수라면 어려서부터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수만, 수십 만 번 밟는 것이 베이스다. 밥 먹는 일상처럼 매일 베이스러닝을 훈련하면서 어떻게 밟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발과 다리에 익힌다.

그런데도 캔버스를 밟지 않고 달려가는 사고(?)를 치는 선수들이 왕왕 나타나곤 한다. 이대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승부욕이 강하거나, 경기 몰입도가 강한 선수들에게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대호 역시 어떻게 해서든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머리 속에 가득 하다보니 1루를 돌면서 얼핏 스텝이 꼬인 것이 ‘공과 판정’을 만든 빌미였다.

프로야구 통산 33번째 ‘누의 공과’를 만든 주인공으로 야구사에 남게 됐다.

 

베이스러닝에 관한 한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역주행 공과’까지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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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오른쪽)은 프로야구의 전설로 남았다.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처럼 베이스러닝에 관한 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종범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역주행 공과를 처음 기록한 선수다. 일본에서도 공과를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공과를 기록한 유일한 레전드다. 

 

# 장면 2 : 2006년 5월 2일 잠실구장 - 이종범의 ‘바람 같은’ 첫 역주행

 

KIA-두산전이 열렸다. 7회초 이종범이 1루 주자로 나갔다. 다음 타자는 이용규.

이용규가 좌익수 담장 근처로 깊은 타구를 날리자 1루주자 이종범이 바람 같이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결과는 좌익수 플라이아웃. 이종범은 마음이 급했다. 쏜살 같이 1루로 돌아가야 했다. 역주행을 시작했다. 아뿔싸. 얼마나 정신 없이 1루만 보고 내달렸는지 깜빡 2루를 밟지 않았다. 두산 유격수 손시헌이 매의 눈으로 예리하게 지켜보다 2루심에게 어필했다.

판정은 ‘역주행 공과’에 의한 아웃.

이종범이 프로야구 사상 첫 역주행 공과(통산 24번째 누의 공과)로 인해 아웃을 당한 뒤 2007년 7월 14일 SK 조동화가 인천 두산전, 2009년 6월23일 히어로즈 장민석이 잠실 LG전, 2013년 9월 17일 정상호가 인천 LG전에서 각각 똑같은 해프닝을 연출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일본에서도 공과를 기록한 한국 선수다.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한 첫 해인 1998년 3월 18일 세이부와의 시범경기 때 좌월 2루타를 치고 1루를 지나쳐 안타를 날려 버렸다. 공식 기록은 좌전땅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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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첫 ‘누의 공과’는 롯데 김석일이 1984년 부산 삼성전 8회에 기록했다.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 너무 좋았던지 1루를 그냥 지나쳤다. 안타는 취소됐고, 결과는 ‘누의 공과’로 아웃.

‘누의 공과’ 2호는 OB 윤동균이었다. 1985년 6월 15일 대전 삼성전에서 2루타성 타구를 날린 뒤 1루를 밟지 않아 김석일과 똑같은 모양새가 됐다. 윤동균은 1986년 4월 11일 잠실 빙그레전 때도 ‘누의 공과’로 아웃돼 삼성 이만수, SK 송재익와 함께 똑같이 2차례나 ‘누의 공과’를 기록한 선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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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만(왼쪽)은 성실한 선수였다. 작은 체구지만 힘이 좋았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파워를 키웠다. 꽤 많은 홈런을 기록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아 홈런을 날린 기억이 있다. 공과로 인해 홈런이 3루타이 돼 버렸다. 

 

홈을 밟지 않아 홈런을 날려 버린 최초 인물은 한화 송지만이다. 송지만은 1999년 4월 21일 청주 쌍방울전에서 6회말 우월 2점포 날린 뒤 홈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쌍방울 김성근 감독이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았다며 나광남 주심에게 어필했다. 나광남 주심은 쌍방울의 어필을 인정했다. 사상 처음으로 홈런이 취소됐다. 공식 기록지엔 우월 3루타로 남았다. LG에서 뛰었던 이지 알칸트라도 2003년 8월 7일 인천 SK전 때 7회초 2사 2루에서 좌월 2점포를 터뜨린 뒤 세리머니에 정신이 팔려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았다. 하늘에 손가락을 올리며 좋아하느라 홈 플레이트 밟는 것을 깜빡하고 가버렸다. 이를 지켜본 문승훈 주심과 포수 박경완의 눈이 순간적으로 마주치면서 공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심판이 먼저 사실을 털어놓는 일은 절대 없는 법. 문승훈 주심이 묵묵히 다음 행동을 하려고 하자 투수 조웅천이 포수 박경완에게 공을 건넨 뒤 공식적으로 알칸트라의 공과를 어필했다. 그제야 문승훈 주심은 알칸트라의 아웃을 선언했다. 알란트라의 홈런은 이렇게 날아가 3루타로 둔갑했다.

 

‘누의 공과’는 욕심쟁이들의 해프닝이지만 때론 팀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는 언제쯤 ‘이대호의 공과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