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김기태 감독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미디어데이와 팬페스트 행사에 참석해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 1985년 9월 21일 부산 구덕야구장.
주말을 맞아 롯데와 청보의 야간 경기가 열렸다. 오후 4시 59분 김양경 주심이 플레이볼을 선언했다.
롯데 선발 투수는 임호균, 청보는 ‘너구리’ 장명부가 선발로 나섰다.
임호균은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1번 김우근, 2번 김정수, 3번 정구선, 4번 금광옥, 5번 이선웅, 6번 이영구, 7번 김진우, 8번 양승관, 9번 정구왕까지 차근차근 승부했다. 이날 임호균은 총 96개의 공을 던지면서 3-0 완봉승을 이끌었다.
장명부 역시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1번 홍문종, 2번 조성옥, 3번 김용철, 4번 김용희, 5번 유두열, 6번 정영기, 7번 김용운, 8번 한영준, 9번 이동완을 상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완투패.
롯데는 3회말 2점을 먼저 뽑았고, 4회말 김용희의 1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오후 6시32분 롯데의 3-0 승리가 확정될 때까지 아직 어둠이 깔리지 않았다. 야간 경기였지만 조명탑의 불도 밝히지 않았다. 경기 시간은 1시간 33분.
이날 롯데-청보전은 KBO리그 역대 최단 시간 경기로 역사에 남았다.
메이저리그의 정규 이닝 최단 시간은 1919년 9월 28일 뉴욕 자이언츠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경기에서 기록됐다. 51분 만에 승부가 끝났다. 일본은 1946년 7월 26일 한신과 퍼시픽의 경기로 55분이었다.
모든 경기 이렇게 빨리 끝날 수는 없다. 그래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경기 시간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임이 분명하다.
KBO리그의 역대 연장전을 포함한 2시간 이하 경기는 총 12차례.
1988년 9월 10일 전주구장에서 열린 MBC와 해태의 경기는 연장 10회까지 혈전을 펼치고도 1시간 53분만에 끝났다. MBC가 5-3으로 이겼다. 또 1991년 5월 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OB-빙그레전은 연장 11회까지 접전을 펼치면서도 1시간 41분 만에 끝났다. 빙그레가 4-3으로 이겼다.
# 3월24일, 2018 시즌이 시작된다.
▶ KIA 김기태 감독이 2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시즌 우승 기원제에서 제주를 올리고 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로 37년째를 맞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질질 늘어나는 경기 시간 탓에 고민이 많다. 한국야구위원회(KBO) 22대 총재로 추대된 정운찬 커미셔너도 취임 초부터 올 시즌 ‘경기 시간 줄이기’를 중요 과제로 내걸었다. 경기 스피드 업은 KBO리그만의 과제가 아니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경기 스피드 업이 흥행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3시간 이상 경기에 집중하는 것은 선수는 물론 관중들에게도 힘겨운 일이다.
KBO는 올 시즌 스피드 업을 위해 ‘자동 고의 4구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어필이나 행동에 대해 엄격하게 제재하기로 했다. 스피드 업을 통해 경기 시간을 10분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자동 고의 4구는 수비 팀 감독이 벤치에서 손으로 주심에게 신청하면 된다. 투수가 포수에게 4개의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된다.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는 횟수도 제한한다. 지난 시즌까지 연장전을 포함해 경기당 3회였던 것을 정규 이닝 기준으로 경기당 2회로 줄인다. 연장전의 경우 한 번 더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
투수에겐 ‘12초 룰’을 적용한다. 루상에 주자가 없으면 12초 안에 공을 던지라는 것이다. ‘12초 룰’을 지키지 않으면 주심이 1차 경고한다. 2차엔 볼로 판정하고, 투수에게 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타자에겐 타석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엄한 규정을 만들었다. 2015년부터 타자들이 쓸데없이 습관적으로 타석에서 벗어나면 스트라이크를 주던 규정을 개정했다. 스트라이크 대신 벌금 20만원을 물리기로 했다.
심판들의 비디오 판정 시간도 5분으로 제한한다. 비디오 판독관이 5분 안에 판정을 번복할만한 근거를 확인하지 못하면 원심을 유지한다. 감독은 그라운드에 나오지 않고 더그아웃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 KBO 정운찬 총재(왼쪽)와 이승엽 홍보대사가 2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미디어데이와 팬페스트 행사에 참석해 각 팀 감독과 주요 선수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KBO리그의 지난해 정규 이닝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17분이었다. 연장까지 포함하면 3시간 21분. 2016년의 정규 이닝과 연장을 포함한 평균 경기 시간보다 4분씩 줄었다.
1982년 출범 첫 해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분. 1983년부터 1998년(1996년 제외)까지는 3시간 미만을 유지하다 타고투저가 절정이었던 1999년 3시간 7분으로 늘어난 뒤 해마다 경기 시간이 늘었다. 2001년에는 3시간 14분으로 3시간 10분대를 처음으로 넘어섰고, 2014년엔 역대 최장인 3시간 27분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지난해 역대 최장인 3시간 8분. 정규 이닝(9이닝) 역시 3시간 5분 역대 최장이었다. 일본 프로야구는 지난해 평균 3시간 13분(9이닝 기준 3시간 8분)을 기록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짧았다.
‘정운찬 총재 체제’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올 시즌 ‘스피드 업’이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