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책] 연습생 신화

기사입력 [2019-07-29 09:04]

한국프로야구 리그에는 정식 선수가 아닌 선수를 지칭하는 육성선수제도가 있다. 말하자면 프로야구계의 비정규직으로 과거에는 연습생, 신고선수라는 용어를 쓰다가 2015년부터 명칭이 변경되었다. 매 시즌 리그가 종료되면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지명을 하게 되는데, 이 중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하여 입단할 수 있는 예외 조항으로 입단을 하면 대부분 육성선수로 등록된다. 보통은 신인 지명은 되지 않았으나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어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데, 선수단 인원을 다 구성하고 규정 인원이 65명을 초과할 경우에도 남은 선수들을 육성선수로 등록하기도 한다. 육성선수로 입단한 당해에 곧바로 정식선수로 등록되지 않는 이상 육성선수로 등록한 당해의 51일부터 정식 선수로 등록이 가능하고, 등록선수가 된 후에는 1군 경기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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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를 대표하는 연습생 신화 장종훈 선수의 모습

  

과거에는 현대화된 시스템이 없어 뛰어난 기량을 갖췄음에도 지명을 못받고 육성선수로 입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각 구단의 스카우트 체계가 자리매김하여 그럴 경우가 매우 희박해졌다. 다만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지명을 못 받는 경우는 보통 부상경력, 신체조건, 운동능력 등 한두 가지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실제 프로에 와서 이런 우려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스카우트와 구단이 잘못 판단하여 우수한 인재를 간과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특히 고졸 선수를 선호하는 현재 추세에서 대졸 선수들의 경우 즉시 선발감이 아닌 경우 육성선수로 입단할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고졸 선수들의 사례도 있는데 고졸 선수들의 경우는 위험성이 더 큰 것이 입단 후 일찍 방출되는 경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2010항에 의거하여 프로에 입단 또는 등록했던 자는 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대학야구로의 진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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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신화 한용덕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

 

육성선수로 구단과 계약을 하게 되면 이 선수들은 신인지명 선수와 달리 계약금 없이 보통 최저 연봉인 2,700만원을 받게 되는데, 정식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더 적은 금액을 받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이 보다 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선수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그대로 대우가 좋아진 것이다. 최초의 연습생 신화로 잘 알려진 한화의 장종훈 선수의 첫해 연봉은 300만원이었고, 그 이후 90년대 육성선수들의 연봉도 600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이전부터 육성선수라는 용어를 쓰고 있고, 육성선수 역시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하며, 신인드래프트가 다 끝난 후에 지명자가 120명 이하일 경우에 한해 미지명자를 대상으로 육성선수 드래프트가 이루어진다. 일본 프로야구 육성선수들의 최저연봉은 약 240만 엔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스포츠리그에는 NFL에만 신고 선수와 유사한 Practice Squad라는 제도가 있는데, Practice Squad는 팀당 8명을 둘 수 있으며, 이들의 최소 급여는 주당 5,700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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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를 대표하는 포수 박경완 선수의 현역시절 모습

  

그 동안 한국프로야구의 스타선수 중 일명 연습생 출신의 신화를 이끈 은퇴선수들을 먼저 살펴보자. 먼저 장종훈 선수를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의 연습생으로 입단한 그는 최초의 단일시즌 40홈런과 함께 통산 340홈런으로 역대 우타자 최다홈런 보유자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현재 한화이글스를 이끌고 있는 한용덕 감독 역시 1987년 빙그레 이글스의 연습생으로 입단하였던 신화의 주인공이다. 통산 472경기에 출전해 12011824세이브, 평균자책점 3.52, 탈삼진 1,341개의 업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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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출신 국가대표 김현수 선수


그리고 1989OB베어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김상진 선수 역시 13시즌 동안 12210014세이브, 평균자책점 3.54, 탈삼진 1,237개의 업적을 거두었고, 통산 50번의 완투승과 17번의 완봉승을 이끌어낸 신화이다. 아울러 현재 SK1군 수석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박경완 코치 역시 1991년 신고선수로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하여 이만수, 김동수 선수와 함께 역대 최고의 포수로 인정받고 있는 연습생 신화이다. 통산 2043경기 출장으로 역대 4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통산 홈런 역시 314개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KBO에서 유일무이한 포수 출신 20-20클럽(홈런 20, 도루 20) 가입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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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최다안타 신기록을 쓴 서건창 선수의 모습

 

한편 아직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중에도 육성선수 출신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올해 수위타자인 김현수 선수이다. 2006년 두산베어스의 신고선수로 입단한 그는 2008년부터 KBO 리그를 주름잡는 교타자로 성장하여 꿈의 무대인 MLB에도 입성을 한 국가대표 선수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대형선수가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사실은 잘 몰랐을 것이다. 또한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서건창 선수는 2008LG트윈스의 신고선수로 입단하여 군 복무 후 2012년 넥센에 입단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이제는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하였다. 광주일고 시절 강정호 선수와 함께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끈 유망주였던 서 선수는 부상 경력으로 인해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이후 대성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NC 다이노스의 유격수 손시헌 선수 역시 2003년 두산 베어스의 신고선수로 입단하여 이제는 안정된 수비로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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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신화 손시헌 선수의 모습

 

연습생으로 성공할 확률은 매우 저조하다. 그래서 신화라는 표현을 쓴다. 연습생 신화의 표본인 장종훈 선수는 손에 박힌 굳은 살을 제거하는 것이 취미라고 할 정도로 많은 훈련을 꾸준히 했다. 야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운동선수들은 이들의 신화가 결코 운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또 부상이나 여타 이유로 당장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묵묵히 피나는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된다. 논어의 구절 중 공자는 이런 얘기를 하였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군자답지 아니한가... 우리들도 대부분 육성선수가 아닐까 한다. 당장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언젠가 성공할 그 날까지 우리 모두 노력해 봅시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