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책] 양성평등의 선구자, 빌리 진 킹!

기사입력 [2019-05-20 09:08]

매년 세계 테니스 4대 그랜드슬램 대회 가운데 가장 마지막 대회는 US오픈이다

US오픈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빌리 진 킹때문이기도 하다. US오픈이 열리는 경기장은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우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이다. US오픈은 1973년 세계 테니스 4대 그랜드 슬램 대회 가운데 최초로 남녀 선수들의 상금을 철폐하여 같은 액수의 상금을 지급한 첫 대회였다

이는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서도 첫 사례다

당시 미국 내에서도 여성의 임금 수준이 남성의 60% 정도가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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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선구자, 빌리 진 킹의 현역시절 모습. 

  

이러한 것을 가능케 한 사람이 바로 194311월 미국에서 출생한 Billie Jean King이다

그녀는 16세에 정식 프로 테니스 선수로 데뷔하여 40세 은퇴까지 통산 단식 695155, 복식 8737패를 기록하였고, 12개의 그랜드 슬램 단식 타이틀과 16개의 그랜드 슬램 복식 타이틀, 그리고 11개의 그랜드 슬램 혼합 복식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6년간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한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테니스계의 전설이다. 특히 그녀는 여성 스포츠 선수 최초로 10$의 상금을 달성했고, 당시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보이콧으로 여자 테니스 협회(WTA)와 여자 스포츠 연맹(WSF)을 설립하여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권익 신장과 스포츠 양성평등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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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진 킹을 소재로 개봉된 영화 포스터(출처_글로벌 프레임).


1973년 역사적 경기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렸는데, 전 윔블던 우승자인 남자 선수 바비 릭스(Bobby Riggs)와의 성() 대결 이벤트 경기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비록 은퇴한 선수와의 성() 대결을 통해 승리했지만, 이를 계기로 US오픈에서 남녀 상금 차별 철폐를 이끌어 냈고, 2006년에는 US오픈이 열리는 경기장 명칭에 빌리 진 킹을 새길 수 있었다. 이후 그녀는 라이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중요한 미국인 100인에 선정되었고, 2009년에는 여성 스포츠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자유의 훈장을 받았으며, 2015년에는 미국 CNN 방송이 선정한 세계 역사를 바꾼 7인의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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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남여 세기의 대결을 묘사한 영화 장면(출처_글로벌 프레임). 

  

사실 테니스는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스포츠이다

영국은 미국이나 인도, 호주 등 자신들의 식민지에 수많은 테니스 코트를 지었다. 실제로 1873년에 인도에 주재했던 영국의 군인 윙필드가 지금과 같은 경기 체계를 세운 이후 테니스는 급성장했다. 이른바 그랜드 슬램이라고 하는 윔블던, US오픈, 프랑스오픈 그리고 호주오픈 등 4대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지역들을 보면 테니스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뙤약볕 아래에서 코트의 흙을 평평하게 다지는 식민지의 노예들, 그늘 밑에 앉아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귀족들의 모습이 테니스의 이미지였다. 이런 이유로 여자 테니스선수 랭킹 1위였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적은 상금을 받았고, 남성 우월주의자였던 바비 릭스의 성() 대결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이후 받아들이면서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보란 듯이 깨준 그녀가 빌리 진 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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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윌리엄스와 마리아 샤라포바는 여성 테니스를 이끈 주역이 되었다.

  

경기 직후에도 기자들의 남성 우월주의적 질문에 그녀는 여성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정당하게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답변하였다. 또한 스포츠는 삶의 교훈을 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다. 아직도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성() 차별에 대한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빌리 진 킹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인식들로 인해 여자 프로 테니스는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2017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수입 순위 TOP 10을 보면 무려 8명이 테니스 선수였다. 세레나 윌리엄스, 안젤리크 케르버, 시모나 합렙 등의 선수가 높은 기량으로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빌리 진 킹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전 소프트볼 금메달리스트 제시카 멘도사는 여성 첫 ESPN 해설가가 되었고, NFL 템파베이 버커니어스 구단은 마랄 자바디파와 로리 로커스트 두 여성 코치를 풀타임으로 선임하였다. , 금녀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분야에도 여성 진출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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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가 원 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는 모습.

  

이처럼 그녀는 스포츠에 있어 양성평등의 개척자였고, 그녀의 노력으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권리가 많이 신장 되었으며, 그것이 자연스럽게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남여 평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는 곳은 너무나 많다. 차별(差別), 그것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는 고유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이다

, 인권 침해로 인한 불평등이라는 것이다

빌리 진 킹의 사례처럼 스포츠에서 먼저 성, 인종 등의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이 사회로의 자연스러운 영향력으로 작용할 때 스포츠의 가치가 더욱 빛을 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 스포츠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만절필동(萬折必東: 바라보는 틀을 바꾸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하며, 결국 이치대로 돌아간다.)의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