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리버풀의 일부 팬들이 바르셀로나에서 인종 차별을 비롯한 추태를 부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노우 스타디움에서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바르셀로나와 원정 1차전에 나선 리버풀을 응원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2년 연속 결승 진출을 염원하는 팬들이 경기 시작 전부터 아무런 관련도 없는 동양인을 분수대에 밀어 빠지게 하면서 허겁지겁 나오는 그를 비웃기 시작했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며 논란을 만들었다. 같은 리버풀 팬들 역시 그런 행동을 비난했고, 폭력을 부추기는 인종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첼시 구단은 인종차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간다며 구단 차원의 조치를 요구했다.
FC바르셀로나 메시와 알베스 선수의 모습.
작년 말에도 토트넘에서 활약중인 손흥민 선수와 동양인 팬들을 가르키며,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은 동영상을 업 로드해 두 명의 울버햄튼 서포터가 경기장에서 퇴장되는 사건이 있었다.
2014년에는 FC 바르셀로나 소속의 수비수 다니엘 알베스 선수가 코너킥을 차려는 순간 관중석에서 바나나가 날아왔다.
원숭이! 이거나 주워먹어!
브라질 출신의 선수를 원숭이라 부르며 조롱을 넘은 비하 사건이 있었는데, 유럽에서 바나나는 유색인종에 대한 조롱과 비하의 의미로 사용된다. 방송중계에도 잡힌 이 사건으로 상대팀인 비야레알 구단 측도 바나나를 던진 사람을 발본색원하여 평생 출입금지 시키겠다고 할 정도의 파장이 있던 행위였다. 다행히 알베스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 경기에 이겨야 할 동기부여를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슬기롭게 대응을 하였다.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미국 사회 인종차별의 병폐에 일침을 가한 영화.
이러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데에는 유럽 스포츠계에서 유색인종을 힘없는 소수자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된 역사를 살펴보면, 1948년부터 본격적으로 행해진 흑백 분리 정책 중 하나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책이 극단적인 인종차별의 대표 사례이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럽에서 이주해 온 백인들의 주도하에 흑인의 거주 지역이 분리되었으며, 흑인은 공공시설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었고, 학교나 병원은 물론 버스 심지어 벤치까지도 흑인용이 따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인종 차별이 심했다. 결국 1973년 UN은 ‘아파르트헤이트 범죄의 진압 및 처벌에 관한 국제 조약’을 맺었고, 이 조약에 서명한 나라들은 남아프리카와의 외교 관계를 끊어 버렸다. 이런 노력으로 결국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인종차별 정책은 사라지게 되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의 ‘black power salute’ 사건은 역사적인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됐다.
남자 육상 200m 경기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시상대에 오르면서 신발을 신지 않고 검은 양말을 신은 채 나타났습니다. 목에는 검은 색의 스카프를 두르고 손에는 검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마침내 메달 수여가 끝나고 시상대에 올랐는데, 미국의 국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때 금메달을 목에 건 스미스가 검은 장갑을 낀 오른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 동메달리스트인 카를로스도 검은 장갑의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국기도 관중도 외면한 채 조용히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 순간 미국 흑인의 인권, 소외되고 있는 모든 인간의 해방과 연대, 인류가 함께 사는 세상을 염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결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선수촌에서 쫓겨났고, IOC에서는 그들의 메달까지도 박탈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블랙 파워 살루트 사건의 시작.
이후 인종차별에 대한 제한들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종목에서 이런 악습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
스포츠에서의 인종차별은 스포츠 자체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발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비윤리적 행위이다. 지속적으로 유럽팬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런 행위로 더 이상 많은 국가의 우수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지금의 인기와 세계 축구의 중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왜 그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일부 팬들의 일이라고 하지만, 이런 행위에 단호한 대처가 없다면 스포츠 정신을 훼손시키는 몰지각한 행위가 되풀이 될 것이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콜롬비아 에드윈 카르도나 선수.
그래서 FIFA와 UEFA는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축구장 내 인종차별 사건에 강력 대응할 방침임을 표명하였다.
해당 구단에 내려지는 징계 수위를 강화해 인종차별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끔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떨어진 바나나를 씹어 먹으며 인종차별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한 다니엘 알베스는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받았으며, 많은 선수들과 팬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NBA에서도 흑인과 같이 다니지 말라고 발언한 스털링 구단주에게 영구 제명이라는 징계를 내리면서 강력하고 신속한 처벌을 내렸다.
그렇다. 스포츠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선수나 코칭스태프에게만 스포츠맨십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스포츠를 이루고 있는 모든 환경 내에서 진정한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스포츠맨십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다른 나라를 무시하거나 차별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문제이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