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지난 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고진영 선수가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 선수로는 5번째 세계 랭킹 1위가 되었다. 가장 먼저 1위에 오른 선수는 2010년 신지애 선수였고, 2013년 박인비 선수와 유소연 선수, 2017년 박성현 선수가 고지에 올랐었다. 2006년부터 집계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1위를 기록한 선수는 고진영 선수까지 총 14명에 불과하다. 고진영 선수는 데뷔전부터 큰 사고를 치며 스타 탄생의 신고식을 요란하게 했던 경력이 있는 선수였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고진영 선수의 모습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이던 구정 연휴 마지막 날 호주에서 날아온 대기록의 소식이 들려왔다. 아직 만22세의 어린 태극낭자인 고진영 선수가 LPGA 데뷔전에서 우승을 하며, 67년 만에 나온 대기록을 달성했던 것이다. 그것도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선두를 한번도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을 하였다. 1951년 베벌리 핸슨(미국)이 데뷔전에서 우승을 했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선수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고진영 선수의 대기록은 더욱 값진 의미를 가진다.
`LPGA 골프웨어 선수단 창단식`에 참석한 고진영 선수의 모습(왼쪽 첫번째)
고진영 선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이미 4년 동안 10승을 달성하였고, 2016년에는 대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어느 정도 검증받은 선수였다. 그리고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에도 미국 언론은 그녀의 기량이 이미 LPGA 상위 랭크의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극찬을 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뒤 진출권을 따낸 선수들이 정작 LPGA투어 적응에 실패한 사례가 많아 고 선수는 고심의 고심을 했고, 결국 10년 뒤 후회하지 말자는 소신으로 투어를 결심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여자프로골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준 박세리 감독
우리나라에는 골프 여제가 유독 많다.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선구자였던 구옥희 선수를 시작으로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김효주,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 유소연, 박성현, 전인지 선수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이 계속 이어지면서 LPGA 투어가 아닌 KLPGA 투어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이니 우리 대한민국 낭자들의 실력이 과연 세계 최고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또 하나의 골프 여제가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단번에 우승까지 하였고, 메이저 대회까지 석권하였으니 앞으로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위상과 입지가 더욱 올라가는 쾌거라 할 수 있다.
세계랭킹 1위, 올림픽 금메달 등의 대업적을 이룬 박인비 선수의 모습
이러한 한국 여자 골프의 세계적인 실력 뒤에는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 본격적인 미국 무대를 두드린 박세리 선수는 당시 힘들었던 국내 경제상황에 희망을 빛을 전도하는 역할을 하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평을 개척하였다. 당시 골프는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닌 일부 부자들의 전유물로 인식이 되었고, 국내에서 골프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박 선수의 성공에는 본인의 노력이 상당 수 차지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의 헌신, 대기업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 프로선수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뒷바라지 해줄 가족과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마음껏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이후 박세리 키즈라고 불리는 많은 선수들은 선배 선수들의 시행착오를 보며 보다 빠른 적응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정확히 잡을 수 있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유망주 전인지 선수의 모습
이후 많은 선수들이 미국 무대라는 큰 목표를 잡고 영어, 음식 그리고 문화 습득 등 적응을 위한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도 미리 준비하며 정상권의 기량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 것이다. 아무도 두드리지 않았던 그 길을 개척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후배들은 그 길을 보다 편하게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골프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모든 종목에서 우리는 역사를 알고,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선배들의 노력과 헌신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우리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같은 마음으로 현재 현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수 많은 종목의 선수들 역시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선배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고진영 선수를 계기로 6번째, 7번째 골프 여제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