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책] 찰나(刹那)의 순간 역사가 바뀌는 스포츠

기사입력 [2019-03-11 09:13]

대한민국 동계스포츠 대표팀들의 선전이 세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스켈레톤 국가대표인 윤성빈 선수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훈련시설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이 주최하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대회에서 1, 2차 시기에서 6위를 랭크한 윤 선수는 3차 시기에서 기록을 크게 단축해 4위에 오르더니 4차 시기에서도 2위를 기록해 최종 32899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불가리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9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우리나라 남녀 대표팀이 나란히 승전보를 알려왔다. 임효준선수는 개인 종합 우승을 황대헌, 최민정 선수는 개인 종합 준우승을 차지하여 쇼트트랙 강국의 위상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실제 경기를 보면 두 경기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아주 짧은 시간에 순위가 결정이 된다. 이것이 기록 스포츠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찰나(刹那)의 순간 스포츠의 역사가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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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 순위가 결정이 나는 쇼트트랙 선수들의 결승선 도착 모습.

  

찰나(刹那)는 불교 용어로 고어인 산스크리트의 크샤나(ksana)를 음역한 것이다

단위 중 가장 짧은 시간의 최소단위를 말하는데, 불교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을 할 수 있는 최소 시간이 120찰나(단찰나)라고 하는데 그 시간이 약 3/5(0.6)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사용하고 있는 찰나를 1단위로 계산하면 0.005초 정도가 되기 때문에 기록 종목에서는 우리가 느낄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이 된다. 종목마다 규정이 달라 1/100초 단위까지 측정하는 종목도 있고, 1/1000초까지 측정하는 종목도 존재한다. 정확하게는 측정하지 않아 공식적인 기록을 모르지만, 실제 많은 경기에서 1등과 2등의 차이가 1찰나의 차이도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스포츠 역사에 있어서는 금메달과 은메달 선수의 기록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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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임효준, 황대헌 선수의 모습.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남자 2인승 봅슬레이 경기에서 진기록이 나왔다

1~4차 경기의 모든 시간을 합산해 순위를 가르는 방식의 봅슬레이 경기에서 올림픽 사상 두 번째 공동 금메달이 나왔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에서 이탈리아와 캐나다 대표팀이 공동 금메달을 획득했고, 평창올림픽에서는 독일과 캐나다 팀이 모두 환호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봅슬레이를 포함하여 동계올림픽 역사상 9번째 공동 금메달이었다. 이 경기 역시 1/100초 단위까지 기록을 측정한다

 

만약 유사 썰매 종목인 루지였다면 1/1000초까지 측정하여 순위를 결정했겠지만,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1/100초까지만 측정하기 때문에 기적 같은 공동 금메달이 나오게 된 것이다. 언젠가 10번째 공동 금메달의 주인공들이 나오면 평창올림픽 남자 2인승 봅슬레이의 사례가 다시 한번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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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세계 강자로 우뚝 선 윤성빈 선수의 모습.

  

이렇듯 스포츠는 무한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표현하는 찰나의 순간보다 짧은 시간에 순위가 결정되기도 한다. 선수들이 흘린 눈물과 땀이 찰나의 순간에 따라 역사가 달라지는 것이 한켠으로는 안타깝지만, 그것이 또한 스포츠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선수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이기 때문에 아쉬움을 삼키고, 다른 부문에 그리고 다음 대회에 더 매진하여 올림픽 기록 및 세계 기록 경신을 목표로 정진한다면 지금의 이 순간이 금방 잊혀지지 않을까 한다

 

매번 찰나의 순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올림픽 무대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면 선수들 역시 찰나의 순간을 극복하고, 보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지 않을까 한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