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선수 뒤에는 항상 그를 이끌어준 코치와 트레이너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선수의 명성과 그늘에 가려져 위대한 코치나 트레이너가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코치(coach)와 트레이너(trainer)라는 용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먼저 코치는 1500년대 헝가리의 도시 ‘코치(Kocs)’에서 만들어진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그 기원이 있다. 스포츠 코치와 마차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당시 유럽 전역에 교통수단으로 퍼진 마차는 코치(kocsi) 또는 코트드지(kotdzi)라는 명칭으로 불렸고, 이를 영국 사람들이 발음한 코치가 공통 용어로 정착되었다. 이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출발하는 마차가 목적지까지 이동해 주는 개별 서비스가 생겼는데, 이 모습이 마치 학생의 수험지도를 하는 개인교사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하여 튜터(tutor) 라고 불리다가 코치로 바뀌어 흔히 개인 지도자를 코치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2018년 최고의 지도자로 선정된 송진우 코치의 시상 모습
또한 트레이너(trainer) 역시 코치와 유사한 개념으로 주로 육체적인 단련의 지도나 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사람을 지칭하게 되는데, 이 용어의 어원 역시 교통수단에서 기인되었다. 트레인(train)의 의미가 기차로 기차가 발명된 이후 승객들은 플랫폼(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렸다가 승차하여 정해진 경로와 속도로 하차역까지 데려다 주는 이 서비스를 트레이닝(training)이라 불렀고, 이것 역시 교육서비스와 유사하다고 생각한 영국인들이 여러명을 한 곳에 모아놓고 정해진 방식을 통해 교육하는 것을 트레이닝(training)이라고 부르게 되면서 이를 전담하는 사람을 바로 트레이너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코치와 트레이너의 어원은 개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달성할 때까지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현대의 의미로는 운동선수로 성장할 때까지 개별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을 습득하게 해 주어 목표 달성할 때 까지 함께 이동해 주는 사람이다. 이러한 기원을 가지고 있는 코치와 트레이너의 덕목은 무엇일까?
2018년 최고의 아마추어 지도자상을 수상한 야탑고 김성용 감독의 모습.
전 세계에 많은 종목의 위대한 코치들이 있지만,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클럽 축구팀을 단일 시즌 6관왕에 오르게 한 스페인 국적의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FC 감독을 소개한다. 그는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 출신의 감독으로 FC 바르셀로나(2008~2012), FC 바이에른 뮌헨(2013~2016), 맨체스터 시티 FC(2016~ ) 등의 구단을 지휘하면 엄청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전술은 흔히 알려진 '티키타카'라는 이상하고 말도 안 되고, 본인도 치를 떨 만큼 싫어한 단어로 대표되는 전술이다. 하지만 정확한 전술계에서의 해석으로는 '포지셔닝 플레이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전술은 선수가 가지고 있는 개개인의 능력과 팀의 조화를 고려한 그의 노력이 만들어낸 현대 축구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성적으로 보여주었고, 항상 베스트11의 선수들이 라인업 되어 있지 않아도 그 공백을 커버해 줄 백업 선수들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검증하여 리그 최초 승점 100점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선수 훈련에 있어서도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곤 하지만, 실제로는 팀의 분위기를 흐르거나 방해가 되는 게으로고 거만한 선수들을 퇴출시키는 경향을 짙어 이 모든 것이 선수들과 함께 우승이라는 종착역에 데려다 주려는 코치의 전형적인 서비스를 충실히 수행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모습.
아울러 아시아에는 한국 출신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있다.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고, 베트남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지도자로 연일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처음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에는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임 후부터 선수들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노력은 그들을 패자에서 승자의 마인드로 변화시켜 주었다. 그간 베트남 축구 스스로 체력의 문제가 있다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박항서 감독의 진단은 달랐다.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기술과 전술의 이해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박 감독은 직접 선수들과 패싱 게임에 참여하여 선수들의 빠른 이해를 도왔다. 또한 선수 개개인에게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이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베트남어와 영어에 모두 서툴러 선수들과의 대면 소통에 있어서는 스킨십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하면서 이런 원초적인 감정 전달과 몸으로 부딪히는 역할이 오히려 선수들과의 융합에 큰 도움이 되어 이제는 진정성을 서로 느껴 원팀이 되었다고 한다.
스즈키컵 우승을 이끈 베트남 국가대표 박항서 감독의 모습.
KT 위즈의 김진욱 감독의 인터뷰 장면.
선수시절 뛰어난 실력의 스타만이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진욱 KT wiz 감독은 다음과 같이 지도자로서의 철학을 표현하였다. 선수를 감독이 키운다는 건 오만한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있었을 뿐이고, 코치는 그 선수들에게 조언할 뿐이며, 감독은 그냥 기회를 줄 뿐 감독이나 코치는 연금술사가 아니다. 감독 자신이 연금술사라고 착각을 하게 되면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여기에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고, 코치와 트레이너 본연의 역할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코치와 트레이너는 위대한 선수를 만들기 위해 동행 하는 서비스 제공자이다. 위대한 선수로 가는 종착역까지 함께 가기 위해서는 우선 그 선수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는지 팀의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종착역까지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험난한 여정에 지속적으로 처음 목표를 잊지 않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바로 코치와 트레이너의 역할이다. 이렇듯 코치와 트레이너는 선수를 훈육하는 조련사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자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일각에 여러 코치들이 이를 망각하고, 여러 병폐를 만들어 온 것이 사실이나 이제는 이러한 현상이 없어져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스포츠 현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분들 역시 국민들의 코치이자 트레이너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행복한 삶으로 가는 여정에 코치와 트레이너가 본연의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고, 따뜻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