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세상은 여러 가지 형상들이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가장 원칙이 되는 기회의 평등과 경쟁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하는 갈등과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정보의 공유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불합리화로 인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져 가고 있다.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해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의 부정행위, 대학생 아들의 성적을 후하게 매겨준 교수이자 아버지, 고용세습과 청탁에 의한 취업, 학연지연에 의한 각종 병폐 등 사회 전체가 혼란스럽다. 물론 스포츠 분야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고, 그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깜짝 스타였던 컬링 '팀 킴'의 기자회견 모습.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선수 시절부터 주전 발탁의 기회를 대가로 감독과 학부모의 은밀한 거래가 시작되고, 상위 학교 진학을 위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선수는 실력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진학이 허용된다. 또한 일부 종목에서는 대학 진학을 위해 팀끼리 은밀한 양보를 통해 학생들의 수상 실적을 만들어 주는가 하면 대표팀 선발을 위해 주최측과 심판이 모의를 하여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선발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이뿐 아니라 선수 생활이 끝난 후에도 협회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소위 라인이라고 하는 인맥이 결탁되어 있어야 하고, 이러한 행태는 또 학생선수 선발부터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 간다. 일부 체육계에서 나타난 비리 행태들로 인해 마치 체육계 전체가 이러한 불신에 희생양이 될 수 있고, 나아가 사회 전체로 번져가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최근 4년 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 접수된 비리 유형을 보면, 조직사유화가 253건으로 가장 많았고, 편파판정 48건, 승부조작 41건, 성폭력 31건, 입시 비리 23건 등 총 795건이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선수 선발 문제로 최근 사퇴한 선동열 감독의 모습.
기회의 평등, 경쟁의 공정.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 하겠다.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노력을 할 사람들이 없어질 것이고, 그러면 이 사회는 누가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어차피 열심히 노력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리스 신화에서 지혜가 많았던 시지프스는 그 지혜를 이용해 신을 농락한 대가로 제우스신에게 바위를 굴려 산으로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된다. 오랜 시간 힘들게 바위를 밀어 산 정상에 올려놓으면 그 바위는 반대편 산 밑으로 굴러 내려갔다. 또 바위를 굴리기 위해 반대편 산 밑으로 내려간 시지프스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된다. 이 신화 내용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시각에서 해석을 하게 되는데, 필자는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주는 신화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선수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의 한국 국가대표 시절 모습.
시지프스의 형벌은 열심히 노력해도 결국 성과가 없는 허망한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기회의 평등과 공정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를 잡을 수 없는 사회, 그 노력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그래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믿음이 있는 곳으로 희망을 가지고 갈 것이다. 즉, 사회 전체로 보면 분야별 불균형 현상이 매우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로 말하자면 양궁 종목처럼 선발의 기회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지는 종목으로만 운동 선수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공무원 시험으로 매년 응시생이 최대 규모로 늘어가고 있다. 공무원 시험만큼은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성적으로 합격의 판단을 해주기 때문에 부정 취업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2018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우승을 일군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의 훈련 모습.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과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의 김학범 감독의 인사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인맥이 아닌 기회의 평등과 경쟁의 공정으로 진짜 실력이 있는 대표 선수들이 발탁되어 그 선수들은 좋은 성적과 함께 대부분 세계적인 실력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믿음은 정말 대한민국 스포츠를 건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고,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된다. 어린 학생 선수시절부터 열심히 실력을 갖추면 나도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더 이상 그 종목에 도전할 사람들이 생길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되면 금방 그 종목은 하향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우리나라 전체 스포츠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스포츠계를 만들자는 결의로는 더 이상 클린 스포츠를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솔선수범의 자세로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태도로 기회의 평등과 경쟁의 공정성을 만들기 위한 객관적 지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어겼을 경우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만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의 본질인 스포츠맨십을 반드시 지켜야 할 시대에 스포츠인들의 절문근사(切問近思 절실한 마음으로 묻고 가까운 것부터 깊이 생각하라는 뜻)의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