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오지환 선수의 모습
2018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리스트들의 병역특례에 대한 논란이 대회 시작 전부터 붉어졌었다. 특히 아시안게임 폐막 후 더욱 강한 여론이 형성된 것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식이 접해진 후였다.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빌보드 200' 1위 정상을 차지하면서 K팝 역사를 새로 쓴 그룹 방탄소년단도 국외 선양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특례혜택 대상이라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이 천문학적 경제 효과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로 꼽힌 성과도 국제 스포츠대회의 금메달과 비견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1973년 박정희 정부 시절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 운동선수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주도록 법으로 명시한 것이 시초이다. 45년이 지난 2018년 그 동안 국제대회가 있을 때 마다 크고 작은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병역 특례의 과정과 논란의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병역의무는 헌법 제39조 1항과 병역법 제3조 1항에 의거하여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병역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병역에 복무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우리나라는 휴전상태로 65년을 이어온 국가이기 때문에 대만, 이란과 같은 징병제 국가이다. 운동선수의 병역 특례는 징병제 국가에서 운동선수가 특정 대회에서 기준치 이상의 성적을 달성하면 대체복무를 하거나 평시복무면제를 시키는 제도이다. 그래서 일정 기준의 수상실적이 있는 스포츠 선수들은 실질적으로 훈련소에서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체육분야로 대체복무를 하는 신분으로 의무복무 기간을 이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사를 다시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모습.
스포츠 선수들은 병역법에서 규정한 분야에서 예술, 체육요원으로 구분되어 제33조의 7항에 따라 편입되어 문화 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 체육 분야의 업무에 복무하는 사람들로 구분된다. 물론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과 34개월간의 관련 체육활동을 지속해야 하며, 예비군과 민방위 훈련 역시 의무 조항에 있다.
현재 예술, 체육요원의 병역특례 규정은 2008년 1월부터 올림픽 3위 이내와 아시안게임 우승 입상자만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다. 단 단체종목의 경우 한 경기라도 시간에 관계없이 실제로 출전하지 않아 팀의 기여도가 없으면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현재 군복무중인 선수는 자격 획득과 함께 곧바로 전역이 가능해졌다. 1973년 처음 법이 제정(병역특례규제법 제3조)될 당시에는 올림픽 3위 이내, 세계선수권 3위 이내, 유니버시아드 3위 이내, 아시안게임 3위 이내, 아시아선수권 3위 이내 그리고 특별한 조항이었던 한국체육대학교 졸업성적이 상위 10% 이내인 학생들은 모두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딴 양정모 선수가 공식적 병역 특례 1호로 이후 약 900여명(2016년 5월 기준 926명)의 선수가 혜택을 받았다.
2002년 월드컵, 2006년 WBC 후 한류스타들의 병역특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사진은 당시 한류스타 비의 모습.
70년대만 해도 국력이 약하고,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국제적 분위기와 맞물린 배경이 있었다. 이후 병역특례에 대한 혜택의 범위가 너무 넓어 논란이 있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체육특기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정비하게 되는데, 1990년 노태우 정부시절 지금의 기준인 올림픽 3위 이내 입상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개정(병역특례규제법부칙 제6조)이 되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수한 성적과 함께 국가적 여론에 휩싸여 병역 특례에 대한 예외 조항(병역법 제26조, 병역법시행령 제49조)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만들어진 조항이 월드컵 16위 이상 입상자가 포함되었던 것이다. 4년 뒤 2006년에는 이번엔 야구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WBC에서 우리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자 추가 조항(병역법 제26조, 병역법시행령 제49조)이 생겨 WBC 4위 이상의 입상자까지 포함되었었다. 이렇게 개정법으로 특혜를 받은 선수는 축구 23명, 야구 11명이었는데, 이후 형평성의 문제로 논란이 붉어지자 2008년 법이 다시 개정(병역법 제26조, 병역법시행령 제49조)되어 대체복무제도 폐지 및 축소 정책에 따라 월드컵과 WBC 조항이 삭제되었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 설기현 선수가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입대하는 모습.
그럼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떻게 될까? 노르웨이나 터키와 같은 경우는 국방세라는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병역을 면제해 주는 국가가 있다. 우리나라 보다 엄격한 징병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모든 18세 이상의 남성은 군이나 경찰에서 26개월 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시민권자는 물론 영주권자의 2세도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스포츠선수도 예외는 없다. 일례로 10대 축구 유망주 벤저민 데이비스는 싱가포르 정부에 병역 연기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유는 프로선수로 뛸 수 있을 만큼 뛴 뒤에 병역의무를 하겠다는 것은 국가와 병역 의무를 포함한 국가의 이익은 두 번째 고려 대상이라 하며 일축하였다. 또한 2016 리우올림픽 수영에서 싱가폴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딴 조셉 스쿨링 역시 병역 특혜는 없었고, 대회 참여를 위해 입영 연기를 해 준 것만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하였다. 대만의 경우도 우리와 유사한 제도(대훈구원; 代訓球員)가 있는데,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상 획득할 경우 일정기간 군사훈련을 마치고 의무를 면해준다. 다만 아시안게임 은, 동메달리스트의 경우도 혜택을 받지만 향후 5년 간 대표팀 차출에 무조건 응해야 하는 단서조항이 붙는다. 이란 역시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1위, 세계선수권 2위 이내의 입상 성적이 있으면 군대를 면제해 준다. 이렇듯 국가마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병역특례에 대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나라는 이런 혜택이 거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가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러 입대하는 모습.
이제 찬성과 반대의견에 대한 논의를 정리해 보면, 먼저 찬성론 측은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신체 능력의 최적기인 젊은 나이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과 국제대회의 우수한 성적은 국위선양의 공로가 인정되고 이에 따른 국가 이미지, 국제 인지도 향상에 도움을 주어 국민에게 자부심을 주는 특별한 업적임을 고려하여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병역특례제도가 대표 선수들에게 특별한 동기를 부여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이를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는 지속적으로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음으로써 국가 스포츠발전에 공헌이 가능하다는 견해이다.
반대로 직업선택의 부분은 개인의 선택적 의사이며, 국가의 지원으로 대표팀 훈련이 이루어지고, 입상자들은 여러 가지 혜택이 있는데 병역 특례까지 부여하는 것은 이중혜택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처음 시행된 1970년대는 독재정권 시절로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 자체가 잘못된 패러다임이며, 과거에는 혜택을 받는 선수가 일부였지만 지금은 그 규모가 커져 가치의 유효성이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한류스타, 과학올림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이런 혜택을 공정하게 주는 기준이 있는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들어 병역특례 축소 또는 폐지에 대한 주장을 하고 있다.
2017년 그룹 `동방신기` 최강창민과 `슈퍼주니어` 최시원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전역하는 모습.
이처럼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어느 입장도 비합리적인 의견은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대한체육회장은 병역특례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새롭게 개편을 해야 할 당위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였다. 어떤 형태로 개정이 될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부분은 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법이 특정 계층에만 특혜를 주는 방향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병역특례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정당한 범위를 고려하여 누구에게나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2002년 월드컵과 2006년 WBC처럼 법의 예외조항 또는 추가조항이 생길 경우 혼란을 가중시킬 소지가 크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부분이 불가능하도록 하여 형평성과 정당성에 대한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못을 박아야 한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은메달, 동메달 역시 국위를 선양한 성과는 확실하기 때문에 특정 순위가 아닌 지속적으로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고려할 문제이다. 그래서 포인트 마일리지제도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는데, 대회, 순위 등 공정하게 점수화할 수 있는 체계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밖에도 젊은 시절 군 입대를 통한 경력 단절이 우려되는 부분에서는 입영연기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고, 일부 국가처럼 기준 이상의 특례를 받는 선수들은 국방세금 부여나 사회의무봉사의 일환으로 재능기부 등의 제도를 마련한다면 논란의 수위는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연기 요청을 기각한 대표적 사례인 골프 배상문 선수의 모습 .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들은 대부분 갑자기 등장한 경우는 별로 없다.
유소년 시절부터 국가를 대표하여 지속적으로 개인과 국가를 위해 공헌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오랜 동안 국가의 대표로서 국가의 위상을 위해 뛰어 온 선수들인 만큼 합당한 혜택을 주는 것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스포츠 선수들만이 국위선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대표팀 선수들에게는 병역의무가 없다고 해서 그에 준하는 혜택을 주지 않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군복무 후에도 국위선양을 하는 많은 분들과 국위선양을 하지 않았어도 국가를 위해 의무복무를 한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남성들을 위한 특혜는 별로 없다. 과거 특례법으로 혜택을 받을만한 선수들이 별로 없던 시절에 제정된 법으로 국가의 위상을 스포츠, 문화예술을 통해 양성할 시기에는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스포츠강국이라 자부하는 현 시점에서는 형평성의 논란만 더 커지고 있다. 유능한 선수의 보호와 지속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와 유관기관은 이러한 다양성을 반영하여 국민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병역법을 개정하여 금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스포츠 선수의 병역특례 논란이 일단락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진국 전문기자 / 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