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 무대가 한창이다. 우승 후보국 선수들의 뛰어난 플레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월드컵은 무한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선수와 팬들이 함께 공존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함께 공존하기에 스포츠도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축구 선수도 팬들이 없는 경기장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각국을 대표하여 러시아에 입성하였다. 많은 선수들 중 만 19세의 프랑스 국가대표 칼리앙 음바페 선수는 제2의 펠레라는 칭호를 받으며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이다. 뛰어난 실력만큼 더불어 사는 삶을 어린 나이부터 실천하는 음바페 선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스 선수들은 경기장 2만 유로(한화 2,600만원)의 수당을 받으며 출전하고 있다. 음바페 선수는 본인의 경기수당을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하기로 하였다. 만약 프랑스가 우승을 한다면 30만 유로(한화 3억 9천만원) 가량이 될 것이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 경기에서 프랑스의 음바페 선수가 골대를 향해 역주하고 있다.(출처: FIFA 홈페이지)
이러한 선행을 우리는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고 표현한다.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책임감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용어는 1992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처음 등장한다. 작가는 주변 문명들보다 월등한 것이 없는 로마인들이 어떻게 커다란 문명을 형성하고, 천 년의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으로 이를 제시하고자 했다. 스포츠 스타들도 영향력이 매우 크다. 그들의 선행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그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아름다운 기부가 많이 이루어져 더불어 사는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아직 어린 음바페 선수의 선행이 월드컵이 끝난 후 많은 선수들에게 나비효과를 일으켜 월드컵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음바페 선수에 앞서 감동적인 선행을 하고 있는 지구촌 스타들을 소개한다.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16강전에서 호날두 선수가 부상을 입은 카바니 선수를 부축하며 경기장을 나오고 있다.(출처: MBC)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상대 부상선수를 부축해주는 장면으로 감동을 주었던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선수는 2015년과 16년 미국의 두썸싱(DoSomething)에서 발표한 세계스포츠스타 기부 랭킹에서 당당히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었다. 소말리아 빈곤 아동을 위해 2,600만 달러(한화 325억 원),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브라질 샤페코엔시 축구단의 유족에게 300만 유로(한화 38억 원) 등을 기부하면서 그 자격을 보여주었다. 또한 유니세프 홍보대사인 리오넬 메시 역시 2015년 유니세프를 통해 500만 명의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금액을 기부하였고, 이미 200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 재단을 설립하여 호날두와 함께 세계 최고의 라이벌 관계를 경기장 밖에서도 유지하고 있다.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선행의 사례는 매우 많다. MLB의 클레이튼 커쇼는 매년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하면서 선행을 하고 있는데, 잠비아에 학교를 세우고, 경기에 등판할 때마다 삼진 당 500불을 모아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의 사회공헌과 모범을 보여 ‘로베르토 클레멘트상’을 받았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그가 신혼여행을 갔을 때에도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했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스타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NBA의 대스타 르브론 제임스 역시 자선단체인 르브론 제임스 패밀리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고향인 오하이오 주에 있는 애크런대학교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4년 전액 장학금(총 490억 원)을 기부했는데, 특히 아프리카계 학생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 이 학생들이 기부를 통해 학업을 지속하길 바란다고 하였다.
올림픽 미국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의 모습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손흥민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스포츠스타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사례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축구 스타 홍명보 전 감독은 1997년 5억 원을 출연해 홍명보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실하게 운동하고 있는 중, 고교 선수들을 선발하여 지원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자선 축구경기에서는 유명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여 수익금을 소아암 어린이 수술과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 청소년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캡틴 박지성 전 선수도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JS파운데이션을 설립하여 유소년 축구선수들을 지원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 축구 환경 개선을 위해 ‘아시안드림컵’을 개최하여 수익금을 개최국의 유소년 축구선수 양성과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후원하는 등의 선행을 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들 역시 조용히 선행을 베풀고 있던 이들이 있다. 한국의 데헤아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조현우 선수는 선문대 시절 대구FC로 이적하면서 계약금 가운데 일부인 2천만 원을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였고, 구자철 선수는 2012~3년 난치병 어린이들의 치료를 위해 각각 1천만 원씩을 기부하였으며, 장현수 선수도 푸르메재단의 1억 원 이상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더미라클스’ 8호 회원으로 묵묵히 장애 어린이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한국의 데헤아로 불리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돌아온 조현우 선수의 기자회견 모습
이렇듯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받은 혜택을 잊은 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결코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일 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이다. 스포츠 스타들의 크고 작은 선행들이 희망의 씨앗이 되어 세계 여러 곳에 싹이 트는 원동력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한 실천은 우리 사회가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져 스포츠 역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점차 확산되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확산되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스포츠의 참모습이란 이런 것임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되어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귀감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