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 중에서 야구는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다. 이미 WBC나 올림픽 등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실력을 검증 받았고, 무엇보다 무궁한 가능성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또한 오랜 시간 리그를 평정하며 한국 야구의 실력을 한층 더 올려준 베테랑 선수들이 있어 자연스레 신ㆍ구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를 보면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의 길을 갈 수 있는 길은 매우 좁고, 한정되어 있다. 또한 베테랑 선수들이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그 실력을 활용할 기회가 없는 게 현실이다.
2018 경기도 챌린지 리그 경기 모습(사진_스포티안)
최근 사단법인 한국독립야구연맹(KIBA)은 이준석 신임 총재를 추대하여 취임식을 가졌다. 각계의 인사들이 참석한 취임식에서 은퇴한 이승엽 선수가 독립리그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야구인들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야구 문화가 정착된 국가에서는 독립리그가 활성화 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에 튼튼한 기반이 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 문화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매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되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100여명에 불과하지만,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수백명에 달한다. 다행히 프로선수의 길을 걷게 된 신인 선수들 역시 주전의 역할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러한 선수들 말고도 고교 또는 대학시절 부상으로 인해 재기를 노리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은 마땅히 경기를 경험할 수 있는 리그가 없다. 2012년 창설된 고양 원더스는 최초의 독립야구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의 사재를 통해 운영되었던 팀이라 안타깝게도 사라지고 말았다.
2018 경기도 챌린지 리그 경기 모습(사진_스포티안)
현재 프로리그에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빛나는 FA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지만, 방출된 선수들의 경우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것이다. 부상이나 슬럼프에 빠져 당장은 제 기량을 모두 보여줄 순 없지만, 가능성과 재기에 대한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다시금 최고의 선수가 된 사례는 너무나 많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한 과정으로 독립리그의 활성화를 통해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옥석을 발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2018 경기도 챌린지 리그 경기 모습(사진_스포티안)
전 세계 야구선수의 꿈의 리그를 보유한 미국에서도 수많은 독립 리그들이 생겨났다 사라졌다 해왔다. 독립리그의 최우선 목표는 프로에 입단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어서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그리고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의 선수 순환을 돕는데 있다. 실제로 마이너리그처럼 연고지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찾아와 선수를 지켜보고 픽업하는 경우가 있다. 그 만큼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관중 수를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관중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미국 인기구단의 경우에는 관중수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미네소타에 위치한 미네소타 세인트 폴이라는 구단은 50경기 누적 홈관중이 40만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어 선수들은 수 백만원씩의 월급도 받고 있고, 리그 수준이 AA(3군)이상 되는 곳도 있다.
그 다음으로 야구 수준이 높은 일본은 4개 큰 섬중에 유일하게 시코쿠에만 프로야구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프로구단 창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일본 야구계에 나오기도 했지만, NBP 사무국은 1부 리그 팀을 늘리는 것보다 독립리그 창단을 추진하게 된다. 그래서 2005년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플러스라는 최초의 독립리그가 생겨났고, 이후 베이스볼 챌린지 리그 등이 탄생하게 되었다. 월급은 베이스볼 챌린지 리그와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는 최소 10만 엔, 최대 40만 엔으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만 지급한다. 즉 최저 연봉은 약 1000만원, 최대 연봉은 3200만원으로 오히려 돈을 내고 하는 한국의 독립리그에 비해서는 대우가 아주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7개의 독립리그 팀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팀들조차 하나의 리그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KIBA 드림리그의 4팀(연천 미라클, 파주 챌린저스, 저니맨 외인구단, 의정부 신한대학교 피닉스)과 경기도 챌린지 리그 3팀(고양 위너스, 양주 레볼루션, 성남 블루팬더스)이 나누어 리그를 이끌어 가고 있는 형편이다. 아직 수입원이 뚜렷하지 못한 국내 독립리그 구단들은 선수들이 훈련비를 내고, 과거 베테랑 은퇴선수들이 코칭스태프가 되어 매일 훈련과 시합을 반복하며 프로 무대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훈련 여건과 시합 여건이 좋지 못해 중도 탈락하는 선수들도 많다. 평생 야구만을 바라보며 인생을 걸어온 이들에게 무언가 희망의 길을 만들어 제2의 도약의 위한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그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야구가 탄탄한 구조를 만들어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새로 출범한 한국독립야구연맹에서는 이 부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보다 많은 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수입원 구조를 확대하여 미국과 일본의 사례처럼 독립리그도 하나의 굳건한 야구 리그의 형태를 만들어 한국 야구 발전의 초석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야구계는 물론 가용 가능한 지자체와 각급 교육기관 그리고 기업들이 합심하여 단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산업적 연관 효과를 극대화하여 스포츠산업과 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대안으로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는 선도 리그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진국 전문기자 / 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