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위대한 영향력이 있다. 대중가요이든 클래식이든 장르와 관계없이 음악 본연의 영향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그 위대함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스포츠 현장에서도 음악과 함께 한다. 프로스포츠 현장에서도 응원문화는 경기를 더욱 즐겁게 하고, 선수들의 에너지에도 영향을 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붉은 티셔츠를 입은 팬들이 모여 같은 음악을 공유하며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메가 스포츠이벤트에서는 보통 공식 주제가와 응원가를 제작하여 성공적 이벤트를 위한 참여를 독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공식 주제가나 응원가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강릉 올림픽선수촌 게양기.
1988년 대한민국에서 처음 열린 하계올림픽때에는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라는 서울 올림픽 공식 주제가인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hand in hand)’가 전 세계 팬들에게 알려졌다. 당시 국내 뮤지션 중 유럽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었던 그룹 코리아나는 이 노래로 국내 100만장, 그리고 해외 1,200만 장의 앨범이 팔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곡이다. 실제 발표 당시 17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였으며, 현재 유튜브의 조회수도 100만 건이 넘을 정도로 유명한 올림픽 주제가들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올림픽의 열기에 더욱 큰 힘을 북돋아 주면서 성공 올림픽의 배경이 되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장면.
그러나 처음부터 올림픽 주제가로 선정된 것은 아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위원회에서는 공개 오디션 격으로 주제가를 공모하였는데, 그 때 당선된 곡이 김연자씨의 ‘아침의 나라에서’이다. 경쾌한 멜로디와 아침을 상징하는 한국을 표현함으로써 당당 1위를 차지해 올림픽 주제가로 선정될 뻔 했다. 하지만 당시 세계적인 아티스트 코리아나의 인지도를 감안하여 위원회에서는 두 곡을 두고 고심을 하게 된다.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의 문제는 곡을 프로듀서한 사람인 조르지오 모르더로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올림픽 주제가를 어떻게 외국인의 곡을 선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 반론이었다. 결국 세계적인 인지도와 노래의 수준 등을 감안하여 코리아나의 노래가 선정되었지만, 이후 각종 스포츠이벤트에서 공식 주제가 및 관련 응원가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모두를 위한 미래`를 주제로 공연하는 장면.
당시 ‘손에 손잡고’가 올림픽 주제가로 의미가 있었던 내포적 의미는 다른 곳에 있었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우방 국가들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하였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1984년 미국 LA올림픽에는 동구권 국가들의 보이콧으로 2개 되회 연속 반쪽 대회로 진행되는 냉전의 시대였다. 88서울올림픽이 바로 냉전시대의 화해모드를 주도하여 미국과 소련이 다시 재회하는 대회였기 때문에 서로 손에 손을 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아름답게 만들자는 노래가 주는 메시지가 아주 크게 느껴졌던 것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평화의 땅`을 주제로 공연하는 장면.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당시에도 주제가와 응원가들은 월드컵의 열기를 더욱 북돋아주는 역할을 했고, 우리 민족을 하나로 만들어준 매개체 역할을 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의 다양한 노래들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올림픽의 열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음악을 통해 평화와 화합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스포츠 대제전에서는 음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계인의 마음에 기억되는 주제가를 만들어 또 하나의 올림픽 유산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쉬운 대목이다. (김진국 교수 / 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