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재능을 가진 스포츠에이전시 매니저인 제리는 회사의 목표와 다른 제안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는다. 냉담한 분위기의 회사에서 유일하게 편이 되어준 도로시와 새로운 에이전시를 꾸려 나가는데, 모든 걸 걸었던 스타 선수와의 계약이 물거품이 되면서 일과 사랑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된다.
“You complete me.”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 ‘제리 맥과이어’는 돈과 명예보다 중요한 인생의 있어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나 그 내용 전개가 스포츠 에이전시라는 직업으로 소개가 되어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스포츠 영화 중 하나다. 또한 이 영화가 국내 스포츠에이전트에 대한 직, 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도 많은 스포츠 관련 업계 사람들에게는 공론이다.
영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작년 국내 프로야구에서 도입된 선수대리인 제도에 대한 첫 시험 결과가 나와 성공적 제도 정착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논하려고 한다. 1회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총 210명이었고, 최종 합격자 수는 91명으로 집계되었는데, 합격자 중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자 사람이 39명으로 단연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공식 선수대리인은 2월 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할 수 있고, 선수협의 표준선수대리인계약서에 따라 선수와 계약하고, 선수협 선수대리인규정에 따른 규제를 받는다. 자격시험의 과목을 살펴보면, KBO 대리인규정, 표준선수 대리인 계약서, KBO 규약, 협정서, 야구선수 계약서, KBO 리그 규정, 기타 규정, 국민체육진흥법, 프로스포츠도핑규정, 선수협회 지정 법률상식이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박병호.
응시과목 대다수는 자체 규정 또는 법률 규정이다. 국내에서 야구 종목은 선수 대리인제도가 처음이나 활성화가 되어 있는 축구에서는 많은 에이전트가 활동을 하고 있다. 에이전트 본연의 업무는 선수의 서포터이다. 물론 그 중 가장 큰 역할은 선수가 가진 재능과 미래 기대 가치를 객관화하여 구단과의 협상을 통해 선수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 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에이전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역할 이외에도 대리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고 한다. 선수가 컨디션조절과 경기력 향상에만 신경을 쓸 수 있도록 나머지 모든 뒷바라지를 일거수일투족 다 한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선수들과의 호흡이다. 선수대리인의 자격이 물론 법적 계약상의 문제 소지를 최소화해야하기 때문에 법률적 지식은 필수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우선 체육계의 생태계와 선수들의 삶, 그리고 대리인의 삶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되어 있을지가 걱정이 된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전설 ‘스캇 보라스’
화려해 보이는 ‘스캇 보라스’와 같은 일부 유명 에이전트와는 대비되는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시장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아직은 국내 스포츠 시장이 너무 작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시작된 프로야구 선수대리인 제도가 성공적인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런 부분을 보완하여 진정한 스포츠 에이전트의 능력을 갖춘 옥석들을 가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우리 프로스포츠도 더욱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도 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하고, 엄격하지만 스포츠 에이전트와 선수의 사이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간담상조(肝膽相照)의 관계가 되어야 진정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김진국 교수/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