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돌부처’ 오승환, 돌고 돌며 韓․美․日 통산 400 세이브

기사입력 [2020-06-17 12:33]

돌고 돌았다. 가는 곳마다 ‘돌부처’의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승부의 끝자락을 지켜내는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두 ‘끝판왕’, ‘끝판대장’이라 불렀다. 일본, 미국을 거쳐 지난해 돌아온 오승환(38)이 6월 16일 잠실벌에서 두산을 상대로 개인 통산 400세이브의 금자탑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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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환은 2013년 시즌을 끝낸 뒤 일본 한신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거쳐 지난해 돌아왔다. 오승환이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왼쪽) 오승환은 올 시즌 첫 세이브로 개인 통산 400세이브의 금자탑을 쌓았다. 오른쪽은 2013년 투구 모습.

 

국내에선 2013년 9월 24일 인천 SK전 이후 2457일, 해외를 포함하면 2018년 8월 6일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밀워키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680일 만이다.

 

7년 만에 삼성으로 돌아온 뒤 첫 세이브이자 KBO리그 통산 278번째 구원 성공. 마침내 일본 한신 시절의 80세이브와 메이저리그에서 올린 42세이브를 포함해 개인 통산 400 세이브를 달성했다.

 

2005년 4월 27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프로 첫 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변치 않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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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단국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이후 일본 2년, 미국 3년을 포함해 총 17시즌 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에도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한 투수는 모두 6명. 이젠 일본 이와세 히토키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최다 통산 세이브(407세이브)를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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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와 결별하고 삼성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등판할 수 없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고, KBO로부터 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2016년 해외 도박 때문에 KBO리그로 복귀하면 72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오승환에겐 수술과 재활의 기회였다. 일찌감치 자율적으로 홀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오승환은 지난 9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했다. 곧바로 키움전에 중간으로 등판해 실전 감각을 점검했다. 10일 키움전에도 등판했다. 이틀 연속 등판도 테스트했다. 다시 13일 KT전까지 불펜으로 나갔다. 3차례의 시험 등판에서 2홀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16일 잠실 두산전을 맞아 본업인 마무리로서 당당하게 마운드에 섰다.

 

# 2020년 6월 16일 잠실 두산전 - ‘돌부처’는 살아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을 믿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자기 몫을 해줄 것이란 확신에 차있었다.

 

오승환을 1군에 등록한 뒤 지켜봤다. 그리고 “오승환 특유의 장점이 살아나면 언제든 마무리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고민도 했다. 3차례의 불펜 등판에서 2개의 홀드를 기록했지만 총 3이닝 동안 4안타와 볼넷 3개로 2실점한 것이 살짝 마음에 걸렸다. 공 끝이 확실하게 살아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오승환의 전매 특허인 ‘돌직구’는 묵직하게 공 끝이 살아 있어야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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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잠실 두산전.

 

두산은 알칸타라, 삼성은 백정현을 선발로 내세워 맞붙었다. 5회까지는 두산 페이스. 삼성이 0-3으로 끌려갔다.

 

삼성은 6회초 단숨에 동점을 만들면서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1번 김상수의 우익선상 2루타를 시작으로 3안타와 4사구 2개를 묶어 3점을 뽑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허삼영 감독도 7회부터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필승 계투조를 가동했다. 최지광에 이어 8회에는 마무리를 맡던 우규민을 투입해 더 이상의 실점 없이 두산 타선을 막았다.

 

삼성 타선은 3 - 3 동점이던 8회초 1사 후 4번 이원석의 좌익선상 2루타로 천금 같은 역전 기회를 잡았다. 곧바로 대주자 박계범을 투입했고, 박계범은 5번 이학주의 타석 때 투수 김강률의 견제 실책이 나올 때 3루까지 진루했다.

 

삼성은 5번 이학주의 몸에 맞는 공으로 계속 1사 1, 3루를 이어갔고, 6번 이성규가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날려 4-3으로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오승환이 뒷문을 책임져야 할 모든 조건이 성숙했다. 허삼영 감독은 9회말 8회를 무실점으로 책임졌던 우규민 대신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포수도 선발 김응민을 빼고 베테랑 강민호를 기용했다. 팀 승리를 지켜내면 시즌 첫 세이브이자 개인 통산 400세이브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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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구원 전문 오승환은 투구를 마무리하면서 특유의 몸짓을 하곤 한다. 컨디션이 좋고, 힘 실린 공을 던진 뒤에는 살짝 뛰어 오르는 듯한 모습을 드러낸다.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한 16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어김없이 이런 모습이 포착됐다.    

 

오승환은 첫 상대였던 2번 정수빈을 공 3개로 ‘K`를 그리며 돌려 세웠다. 시속 147km를 찍은 직구의 위력도 괜찮았고, 결정구로서 가운데 낮은 쪽으로 던진 시속 138km의 체인지업도 효과적이었다. 3번 최주환도 초구에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2사까지 아주 순조로웠다.

 

그러나 3번 페르난데스를 상대하면서 진땀을 쏟았다. 페르난데스는 좀체 물러서지 않았다. 몸쪽으로 빠른 직구를 던지면 악착같이 파울볼을 만들었다. 결국 11구까지 오승환을 지치게 하더니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오승환의 얼굴에 땀이 쏟아졌다. 2사 1루. 5번 김재호에게도 1볼 2스트라이크까지는 잘 잡았지만 그 후 제구가 여의치 않았다. 연달아 3개의 볼을 던졌다. 2타자 연속 볼넷.

 

흔들리는 듯 했다. 포수 강민호가 6번 이유찬의 타석에 앞서 마운드로 올라갔다. 한 숨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유찬에게도 초구는 볼. 2구부터 5구까지 4개 연속 파울볼. 오승환이 혼신의 힘을 쏟았다. 6구째 가운데 살짝 높은 곳으로 시속 145km가 찍힌 직구를 던졌다. 힘이 있었다. 이유찬의 방망이도 따라 돌았다.

 

그러나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타구는 3루 바로 옆으로 떴다. 3루수 최영진이 여유 있게 한두 걸음 움직여 잡았다. 1이닝 동안 5타자를 상대로 27개의 공을 던져 볼넷 2개와 삼진 1개, 무실점, 직구 최고 시속은 150㎞. 시즌 첫 세이브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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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환이 시즌 첫 세이브로 개인 통산 400세이브를 올릴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했던 포수 강민호가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4-3으로 승리한 뒤 오승환과 축하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왼쪽) 삼성 허삼영 감독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오승환과 `주먹 축하`를 하고 있다.       

 

오승환은 강민호의 축하를 받았다. 다른 야수들도 하나 둘 마운드로 모여들면서 축하를 보냈다. 벤치에서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돌부처’는 살아 있었다. 세이브 하나를 따내는 것이 왜 이리 힘겨울까.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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