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코로나19’를 극복한 시즌 개막, 이것이 1호

기사입력 [2020-05-12 12:06]

무관중 경기.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래도 시즌은 시작됐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5월5일 잠실, 광주, 대구, 수원, 인천 등 5개 구장에서 KBO리그가 열렸다. 팬들의 함성은 없었지만 그라운드의 열기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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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시즌 개막 축포의 주인공은 LG 김현수였다. 김현수가 5월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3회말 2사 2루에서 알칸타라로부터 좌월 2점홈런을 터뜨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기록 경쟁에 불이 붙었다. 개막 첫 주, 롯데의 연승 돌풍이 무서웠다. 연일 홈런포도 시원하다. 하루빨리 팬과 함께 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아직 개막일조차 정하지 못한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관계자는 물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0시즌 개막 1호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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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 두산 박건우의 첫 볼넷과 LG 김현수의 개막 축포

 

잠실벌에선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 LG가 맞붙었다.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서울 라이벌전이 벌어졌으니 예년 같으면 만원 관중은 따 놓은 당상. 그러나 팬들은 입장 금지. ‘코로나 19’ 탓이다.

 

L엑는 두산과의 개막전은 악몽이었다. 역대 개막전 맞대결에선 1승8패로 절대 열세였다. 최근 2년 연속 어린이날 3연전에서 싹쓸이 패를 당하는 등 어린이날 성적에서도 10승14패로 뒤졌다.

 

LG가 MBC 청룡 시절이던 1989년 4월 8일 OB와의 개막전에서 이긴 뒤 내리 8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홈팀 LG는 왼손 에이스 차우찬, 원정팀 두산은 KT에서 이적한 알칸타라를 각각 선발로 내세었다.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오후 2시 이영재 주심이 플레이볼을 선언했다. 두산 1번은 박건우. 왼손 차우찬을 저격하기 위한 맞춤형 톱타자였다. 끈질겼다. LG 선발 차우찬은 긴장한 탓이 제구가 다소 흔들렸다.

 

초구와 2구는 볼. 3구는 파울.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에서 4구째도 볼이었다. 박건우가 공 하나를 더 기다렸다. 5구는 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박건우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6구와 7구를 연속 파울로 만들었고, 8구째 볼을 골라 1루까지 걸어 나갔다. 전국 5개 구장 중에서 시즌 첫 4구를 기록했다.

 

그러나 두산은 1회초 첫 타자 박건우의 4구를 득점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패전의 예고였을까. 결국 두산은 2-8로 LG에게 패했다.

 

LG는 31년 만에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8연패를 끊어내며 승리했다. LG 창단 이후 처음으로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이겼다.마운드에선 차우찬, 타석에선 김현수가 맹활약했다.

 

차우찬은 6이닝 동안 삼진 7개를 곁들이며 3안타와 볼넷 2개로 1점만 내주며 승리 투수가 됐다. 4회초 김재환에게 우월 1점 홈런을 맞은 것이 옥에 티였다.

 

LG 3번 김현수는 타선의 중심다웠다.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2루에서 기분 좋은 개막 축포를 날렸다. 초구를 헛스윙한 뒤 2구째 파울을 기록해 불리한 볼카운트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알칸타라의 3구째를 밀어 쳐 비거리 105m 짜리 좌월 2점 홈런으로 만들었다. 오후 2시 54분에 5개 구장 중에서 가장 먼저 터진 ‘승리 예감’ 아치였다.

 

김현수는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무서운 타력을 뽐냈다.

 

# 인천 문학, 한화 정은원의 첫 안타와 SK 킹엄의 첫 탈삼진

 

한화 정은원이 개막 1호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정은원은 정근우를 LG로 밀어내고 주전 2루수로 도약한 ‘떠오르는 별’이다. SK와의 개막전에서 다시금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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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정은원은 '떠오르는 별'이다. 5월5일 SK와의 개막전에 주전 2루수 겸 2번으로 나가 개막 1호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한화는 서폴드, SK는 킹엄이 선발.

 

킹엄은 올 시즌 KBO 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1회초가 시작되자 까다로운 첫 상대 이용규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한 숨을 돌렸다.

 

그러나 2번 정은원이 킹엄을 흔들었다. 2스트라이크 노볼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를 때려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렸다.

 

킹엄은 이후 2사 2루에서 4번 이성열을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으로 잡아내 개막 1호 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정은원에게 맞은 첫 안타의 저주 탓인지 패전의 아픔을 곱씹어야 했다.

 

결국 킹엄은 7이닝 동안 6안타와 볼넷 2개로 3실점했다. 반면 한화 선발 서폴드는 9이닝 동안 2안타와 볼넷 1개만 내주며 완봉승을 따내며 기분 좋게 2020시즌을 시작했다.

 

한화의 3-0 완승. 한화는 0-0이던 2회초 선두타자 5번 송광민의 좌중간 2루타와 6번 김태균의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7회초 다시 2점을 보태 승리를 완성했다.

 

이밖에 대구 라이온스 파크에선 NC가 ‘돌아온 간판타자’ 나성범을 앞세워 삼성을 4-0, 광주 챔피언스 파크에선 키움이 KIA를 11-2, 수원구장에선 롯데가 KT를 7-2로 각각 물리치며 개막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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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간판타자 나성범이 돌아왔다.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개막 첫 비디오 판독 끝에 선제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NC 나성범은 0-0이던 4회초 1사후 삼성 선발 백정현의 초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125m짜리 선제포를 날렸다. 그러나 삼성 벤치의 시즌 첫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최종 판정까지 2분여 동안 뜸을 들여야 했다.

 

롯데는 올 시즌 개막전 승리를 발판 삼아 지난 10일 SK전까지 내리 5연승을 달렸다. 허문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뜨거운, 가장 주목 받는 팀으로 떠올랐다.

 

개막 첫 주, 관중석은 썰렁했다. 그러나 모두의 관심은 시나브로 달아올랐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