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한화 14연패 참사, ‘연습생 신화’ 한용덕의 씁쓸한 퇴장

기사입력 [2020-06-08 18:37]

독수리가 추락했다. 한용덕 감독이 물러났다.

 

한화 구단은 부랴부랴 2군에서 최원호 감독을 1군으로 불렀다.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맡겼다. 과연 14연패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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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한용덕 감독이 떠났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난 7일 자진 사퇴했다. 한화는 8일 최원호 2군 감독을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 한용덕 감독이 경기 전 벤치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최원호 감독 대행은 8일 선수단을 이끌고 부산행에 나섰다. 투수 안영명, 장시환, 이태양, 김이환과 송광민, 이성열, 최진행 등 10명을 1군에서 제외한 뒤 장운호, 박한결 등 젊은 2군 선수들을 불렀다.

 

한용덕 감독은 7일 “팬들에게 죄송하고,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떠났다. 8일 전격 발탁된 최원호 감독 대행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20대 초반 선수 중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는 만큼 이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고참들이 좀 더 버텨줘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화는 최원호 감독 대행과 함께 1군 코칭스태프 명단도 발표했다.

 

정경배 수석 겸 타격, 투수 송진우, 불펜 박정진, 타격보조 정현석, 배터리 김기남, 수비 백승룡, 작전 추승우, 1루 겸 수비보조 김남형 등으로 참모진을 꾸렸다.

 

변화가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을까. 한화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상대로 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 속수무책, 단일 시즌 최다 14연패 탈출구가 없었다

 

5월 23일 창원 NC전부터 6월 7일 대전 NC전까지 14연패. 한화 구단의 단일 시즌 최다 연패다.

 

김응용 감독이 2013년 3월30일 부산 롯데전부터 4월 14일 대전 LG전까지 기록한 개막 13연패를 넘어섰다. 한화는 2012년 10월 3일 KIA전부터 2013년 4월 14일 LG까지 14연패를 당했었다. 한화의 역대 팀 최다 연패와는 타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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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연패는 예고된 참사였다. 마운드는 허약했다. 타선의 침묵도 길었다. 수비는 엉성했다.

 

서폴드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연패를 끊어낼 에이스를 찾지 못했고, 김태균과 호잉의 부진으로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릴 위협적인 타자가 보이지 않았다. 하주석과 오선진이 부상으로 빠지자 짜임새 있는 수비가 불가능했다.

 

한화는 만만한 상대였다. 승수 쌓기의 제물로 ‘딱’이었다.

 

8일 현재 팀 방어율은 6.00으로 꼴찌, 팀 타율도 2할3푼6리로 꼴찌, 홈런 19개로 꼴찌, 타점 94개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에 멈춰 있다.

 

14연패를 당하는 동안 SK와의 개막전에서 완봉승을 올렸던 서폴드를 비롯해 김민우, 장시환, 채드 벨, 장민재, 김이환이 선발로 나섰지만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불펜도 함께 무너졌다. 타선과 조화를 기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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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14연패는 중심 타자들의 부진과 궤를 같이 했다. 김태균(왼쪽)은 1할대에서, 호잉은 2할대 타율에서 헤매면서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의 간판인 김태균은 2군에 내려가는 등 최악. 심리적 안정까지 찾지 못했다. 호잉은 짜증이 늘었다. 8일 현재 김태균은 16게임에서 타율 1할5푼6리와 3타점. 홈런은 없다. 호잉은 23게임에서 타율 2할9리와 12타점, 홈런 3개를 기록 중이다. 두려움을 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여기에다 타선에 힘을 보태야 할 이성열, 송광민, 최진행 등도 덩달아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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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패 탈출의 열쇠는 에이스의 활약과 수비의 안정이다. 한화는 에이스 서폴드(왼쪽)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데다 20대 초반의 젊은 노시환이 아직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비 역시 흐트러졌다. 내야수 하주석과 오선진이 지난달 17일 롯데전부터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자 불안감이 찾아왔다. 실책이 무려 26개다. 10개 구단 중 최다다. 스무 살의 어린 유격수 노시환이 애를 써보지만 실책이 4개, 타율은 2할3푼. 안타까움만 자아낸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SK전에서 4-6으로 져 9연패를 기록하며 꼴찌로 추락했다.

 

집중력도 최악. 14연패를 당하는 동안 3차례 역전패, 1차례 재역전패를 당했다. 잡을 수 있는 게임도 내줬다.

 

반전의 무기가 없었다.

 

# ‘한화 레전드’ 한용덕, 2010년 이후 3번째 중도하차

 

한화는 지난 6일 대전 NC전을 두 시간 여 앞두고 장종훈 수석 코치와 김성래 타격 코치, 정민태 투수 코치 등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경기장에 나와 뒤늦게 소식을 접한 이들은 그냥 돌아갔다. 박정진 불펜 보조코치도 마찬가지였다.

 

한용덕 감독은 이날 수족 같던 코치들이 갑자기 사라진 벤치를 지켰다. 곁엔 전형도 작전코치, 채종국 수비코치, 고동진 주루코치, 차일목 배터리코치 등 4명뿐이었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무기력했다. 선발 채드 벨은 NC 타선을 묶지 못했고, 타선은 NC 선발 구창모에게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2-14로 완패, 1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팀의 단일 시즌 최다 연패 타이기록.

 

한화는 이날 경기를 끝난 뒤 먼저 새 코치진을 발표했다. 2군에 있던 정경배 타격 코치, 이양기 타격 보조 코치, 김해님 투수 코치, 마일영 불펜 코치를 1군 코치로 선임했다.

 

그리고 하루 뒤, 한용덕 감독은 또 한번 NC에게 2-8로 패해 14연패를 기록한 뒤 정민철 단장을 만나 사퇴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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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지난 6일 대전 NC전에 앞서 장종훈 수석 등 1군 코치 5명을 무더기로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대체 코치를 선임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를 자행했다. 한용덕 감독(벤치의 맨 오른쪽)의 사퇴 결심을 재촉하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끝내 계약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도중하차했다. 2017년 10월에 부임한 뒤 2년 8개월 만에 지휘봉을 놓게 됐다

 

한화의 전력 약화는 오랜 시간 쌓인 문제들이 곪아 터진 셈이다. 모두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10여 년 동안 미래보다 눈앞의 성적에만 초점을 맞춰 감독을 찾았던 탓이다.

 

한화는 2010년부터 한대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011년 공동 6위에 올랐지만 2012년 시즌 도중 경질됐다.뒤 이어 2013년 해태와 삼성을 거치면서 최고 지도자로 ‘우승 제조기’라 평가받던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2013년과 2014년 두 시즌 연속 최하위. 김응용 감독도 떠났다.

 

다음 사령탑은 김성근 감독. 2015년부터 한화 벤치를 지켰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한화 구단은 자유계약선수(FA)와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 6위, 2016년 7위에 머문 뒤 2017년 5월 구단과의 갈등 속에 경질됐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이태양과 김민우의 혹사, 임기영과 노수광의 KIA행 등으로 미래보다 현실에 급급하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한용덕 감독이 사령탑에 앉아 2018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으나 지난해 9위에 그쳤다.

 

한용덕 감독은 ‘한화의 레전드’다. 1987년 배팅볼 투수로 빙그레와 인연을 맺은 뒤 2004년까지 통산 17시즌 동안 472경기에 나가 120승을 기록하며 ‘연습생 신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한화와 두산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 금의환향했지만 2010년 이후 3번째로 중도 하차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부 FA를 영입하지 않았다. FA가 된 투수 윤규진과 정우람, 타자 김태균과 이성열을 잡는데 주력했다.

 

포수 지성준을 롯데에 내주고 선발 자원으로 장시환을 데려왔고,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 외야수 정진호를 영입했다. 롯데에서 방출된 김문호도 합류시켰다.

 

그러나 아직 아무 효과도 내지 못한 채 14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추락했을 뿐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어떤 원인을 찾든, 성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감독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