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박병호의 ‘마구마구 아치쇼’, 치면 넘어갔다

기사입력 [2019-08-28 11:40]

힘이 장사다. 파워 히팅이 무섭다. 걸리면 넘어간다.

 

키움 박병호(33)가 뛰어난 집중력으로 또 하나의 홈런 역사를 썼다. 역대 6번째 한 경기 4개 홈런. 역대 4번째 4연속 타수 홈런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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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4번 박병호가 27일 청주 한화전에서 역대 6번째 한 경기 4개 홈런을 기록했다. 이젠 홈런왕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통산 5번째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2014년 9월 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포함한 한 경기 4홈런을 쏘아 올린데 이어 개인 통산 2번째. 한 선수가 두 차례나 한 경기에서 4개의 아치를 그린 것은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 최초다. 이젠 전설이 된 홈런 타자 이승엽이나 장종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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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한 경기 4개의 홈런은 2000년 박경완을 시작으로 2014년 박병호에 이어 2017년 최정과 로사리오, 2018년 한동민이 각각 한 번씩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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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경기 4개의 홈런은 현대 박경완부터 시작됐다. 그 후 최정, 한동민(왼쪽부터) 등도 대기록을 세웠다. 이들은 지금 SK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3연타석 홈런은 2014년 9월 4일 목동 NC전과 2015년 8월 11~12일 이틀에 걸쳐 목동 NC전에서 기록한 이후 개인 통산 3번째다.

 

# 박병호, 개인 통산 5번째 홈런왕도 보인다

 

박병호는 8월 27일 청주 한화전에서의 대포 4개로 홈런 순위까지 확 바꿔 놓았다. 올 시즌 28개로 뛰어 올라 팀 동료 샌즈를 제치고 단독 1위가 됐다.

 

‘몰아치기’ 덕에 개인 통산 5번째 홈런왕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박병호는 2012년 31개로 첫 홈런왕에 올랐고 2013년 37개에 이어 2014년에는 50고지를 넘어 52개, 2015년에도 53개로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은 사상 처음이었다.

 

그리고 빅리그에 진출했지만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왔다. 복귀 첫 해였던 지난해엔 43개를 터뜨렸지만 두산 김재환에게 1개 뒤진 2위였다.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왕은 이승엽. 1997년 32개, 1999년 54개, 2001년 39개, 2002년 47개, 2003년 56개로 5차례나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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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오른쪽)가 27일 청주 한화전에서 4개의 홈런을 몰아쳐 팀 동료인 샌즈를 제치고 홈런 1위로 올라섰다. 

 

박병호가 전반기에 기록한 홈런은 모두 17개. 공동 4위였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힘을 모으고 있다. 경쟁자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인 11개의 아치를 그렸다.

 

3월 2개의 홈런에 그치더니 4월 5개, 5월 6개로 조금 끌어올리는 듯하다 6월 3개, 7월 2개로 주춤했다. 그러나 8월 들어 방망이가 후끈 달아올랐다. 27일 한화전까지 10개를 기록 중이다.  

 

박병호는 27일부터 홈런왕 경쟁에서 샌즈(26개), 최정(24개), 로맥(23개)를 제치고 앞서가기 시작했다.

 

# 2019년 8월 27일 청주구장 - 박병호의 4홈런, 이것이 몰아치기

 

키움 장정석 감독은 박병호를 4번 겸 1루수로 기용했다. 키움 선발은 최원태, 한화는 송창현을 내세웠다.

 

1회초 1사 후, 키움 2번 이정후가 볼넷으로 나갔다. 3번 송성문은 2루수 플라이 아웃. 4번 박병호가 첫 타석에 나갔다. 초구는 파울, 2구는 볼.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바깥쪽으로 다소 높게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제대로 받아쳤다. 청주구장의 오른쪽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시속 124km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비거리 115m의 선제 결승 우월 2점 아치를 그렸다. 시작이었다.

 

키움이 2-0으로 앞선 3회초. 선두 타자 2번 이정후가 중전안타로 나갔다. 3번 송성문은 좌익수 플라이 아웃. 1사 1루에서 4번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갔다.

 

여전히 한화는 송창현이 마운드에 서있다. 초구는 볼, 2구는 스트라이크.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슬라이더가 몸쪽 낮은 곳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방망이를 획 돌렸다. 왼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0m짜리 2점 홈런이 됐다. 시속 117km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친 결과다. 연타석 홈런으로 올 시즌 26호를 기록했다.

 

키움이 4-0으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 1번 김하성은 유격수 땅볼 아웃, 2번 이정후는 또 중전안타. 3번 송성문은 좌익수 플라이 아웃. 2사 1루.

 

박병호의 3번째 타석이 시작됐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송창현을 고집했다. 초구와 2루는 파울. 볼카운트 0-2에서 3구째를 때렸다. 이번엔 직구였다. 시속 138km, 위력적이지 않았다.하얀 공이 가운데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는 120m. 개인 통산 3번째 3연타석 홈런으로 시즌 27호째를 장식했다.

 

박병호는 6-0으로 앞선 8회초 선두타자로 4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한화의 2번째 투수 김종수로부터 볼넷을 골라냈다. 숨 고르기를 한 셈이다. 키움은 8회에만 대거 5점을 뽑고 11-0으로 크게 앞섰다. 한화의 추격 의지를 완전하게 꺾어 버렸다.

 

키움이 11-0으로 앞선 9회초. 4번 박병호가 또 선두타자로 나갔다. 한화 투수는 김종수에 이어 이충호로 바뀐 상태였다. 한화 벤치에선 포수도 최재훈에서 지성준을 기용했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는 볼, 3구는 파울.

 

볼카운트 1-2. 박병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차분하게 4구와 5구째 볼을 골라냈다. 6구는 파울. 풀카운트에서 7구째를 두들겼다. 좌중간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장외 홈런. 4연타수 아치를 그렸다. 결국 키움이 15-0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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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병호는 4타수 4안타 7타점.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은 물론이고 역대 33번째로 통산 800타점 고지를 넘었다. 역대 12번째 6연속 한 시즌 200루타도 달성했다.

 

박병호는 27일까지 올 시즌 102경기에 나가 홈런 28개를 포함한 104개의 안타로 타율 2할8푼5리와 85타점을 기록 중이다. 통산 홈런은 281개, 통산 타점은 801개다.

 

박병호는 올 시즌 꼭 하고 싶은 것이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눈앞에 와 있다. 언제든 쏘아 올릴 수 있는 홈런포가 있기에 그리 어려운 목표가 아니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