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재구성] KT의 상상, 창단 최다 9연승 현실이 되다

기사입력 [2019-07-08 13:27]

KT의 성장이 눈부시다. 창단 첫 9연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팀 최다 연승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6월 23일 수원 NC전부터 7월 5일 대전 한화전까지 9연승(1무 포함)을 질주하면서 5위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6일 한화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아쉽게 연승 행진이 멈췄지만 7일 한화전에서 감독 퇴장의 불상사 속에서도 4-3으로 이겨 확 달라진 모습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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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가 팀 창단 이후 최다인 9연승을 기록했다. 만년 꼴찌의 이미지를 벗고 중위권 순위에 뛰어 들었다. 첫 포스트시즌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은 6월 30일 수원 KIA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황재균(가운데)에게 물 세례를 퍼붓는 장면이다. 이날 KT는 5연승을 완성했다. 


KT는 2015년부터 1군에 진입해 2017년까지 3시즌 연속 최하위인 10위였다. 지난해는 9위. ‘만년 꼴찌’였다. 그러나 올해는 8일 현재 42승46패 1무로 6위다. 5위 NC와의 간격을 1.5게임으로 좁혔다.

 

지금 KT의 상상은 이강철 감독과 함께 현실이 되고 있다. 중위권 순위 경쟁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 포용과 조화 그리고 승부욕

 

“고참들의 페이스가 올라와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이강철 감독이 지난 5일 대전 한화전에서 10-3으로 승리하면서 창단 첫 9연승의 원동력을 짧게 분석했다. 종전 KT의 최다 연승은 2015년에 기록한 5연승.

 

그러나 다음날 10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심판 직권으로 실시한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뒤집힌 탓에 연장 10회까지 팽팽한 승부를 펼쳤지만 8-9로 패했다. 너무 아쉬운 패전을 떠올리며 ‘연승 후유증’을 걱정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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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역시 연패를 걱정했다. 8회까지 1-3으로 뒤졌다. 패색이 짙었다. 그래도 모두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9회초 선두타자 1번 김민혁이 좌전안타로 반격의 물꼬를 열었다. 2번 대타 윤석민은 볼넷. 무사 1, 2루의 동점 기회를 잡았다. 벤치에선 윤석민 대신 오태곤을 1루 대주자로 투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3번 지명타자 조용호까지 유격수 내야 안타로 나가면서 무사 만루. 다시 1루 대주자로 한때 ‘대도’로 통했던 이대형을 내세웠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4번 유한준의 타석까지도 선발 서폴드를 고집했다. 유한준이 2타점 좌전안타를 터뜨렸다. 극적인 동점타였다. 이강철 감독은 유한준 마저 빼고 대주자 송민섭을 투입했다. KT가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을 이어갔다.

 

한화 벤치에서 움직였다. 5번 로하스의 타석부터 서폴드를 내리고 왼손 마무리 정우람을 올렸다. 3-3 동점이 된 무사 1, 2루에서 로하스를 상대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6번 황재균에게 볼넷을 허용해 다시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7번 박경수에게 역전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맞았다.

 

계속된 2사 1, 3루. 8번 장성우의 타석 때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헛스윙을 하는 사이 1루 주자 황재균과 3루 주자 송민섭이 딜레이드 더블스틸을 시도했다. 3루주자 송민섭이 3루와 홈 사이에서 협살을 당했다. 1루수 이성열이 마지막에 홈 플레이트 위를 지키면서 마지막 송구를 잡아 슬라이딩하는 송민섭을 태그 아웃시켰다.

 

순간 이강철 감독이 달려 나와 이영재 주심에게 항의했다. 홈 플레이트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주루 방해’라고 주장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는 원심대로 아웃. 이강철 감독은 다시 항의하다 퇴장 당했다. 올 시즌 4번째 감독 퇴장, 이강철 감독은 5월 2일 잠실 LG전에 이어 두 번째 퇴장이었다.

 

심판진은 “포수나 야수가 공을 미리 잡고 기다릴 때는 홈 플레이트를 막아도 주루 방해를 선언하지 않는다”며 “이강철 감독의 퇴장은 거친 항의 탓이 아닌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KT 선수들은 더 똘똘 뭉쳤다. 감독 퇴장으로 자극을 받은 탓일까. 주권과 이대은이 9회말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4-3 승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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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올 시즌부터 이강철 감독(왼쪽)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강한 승부욕을 보이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7월 4일 수원 삼성전에서 승리해 8연승을 기록한 뒤 내야수들이 마운드 주변에서 기뻐하는 모습이다.

 

‘연승 이후 연패가 없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강철 감독은 베테랑을 포용하면서 신구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젠 선수들이 강한 승부욕으로 사령탑의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 연승의 힘이다.

 

# 9연승의 투타 주역 - 공격은 베테랑, 마운드는 새 얼굴

 

KT의 수직 상승엔 이유가 있다. 공격에선 베테랑들이, 마운드에선 새 얼굴들이 주역으로 나섰다.

 

타선의 중심엔 유한준이 있다. FA 자격을 얻고 2016년 넥센을 떠나 ‘고향 팀’ KT로 이적했다. 올해 서른여덟.

 

무르익은 타격 감각으로 KT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9연승을 하는 동안 6월 23일 수원 NC전 등 4차례나 결승타를 기록했다. 6월 27일 부산 롯데전에선 1회초 2사 2루에서 좌월 2점포를 날리는 등 힘과 기를 두루 갖춘 타격을 뽐냈다.

 

로하스와 황재균도 유한준과 함께 타선을 이끌었다.

 

로하스는 ‘잘 뽑은 외국인 타자’로 평가된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KT 타선에서 힘을 보여주고 있다. 6월 29일 수원 KIA전에서 7회말 2사 3루에서 좌전안타, 7월 3일 수원 삼성전에선 3회말 2사 만루에서 중전안타로 각각 결승 득점을 만들었다.

 

‘유턴파’ 황재균은 홈런포로 9연승을 이끌어내는데 힘을 보탰다. 6월 30일 수원 KIA전에선 연장 11회말 1사 후 중월 끝내기포를 날렸다. 또 지난 5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2회초 중월 1점포로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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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9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타선의 중심으로 활약한 유한준, 황재균, 로하스(위부터)

 

유한준, 로하스, 황재균이 있기에 KT 타선은 든든하다. 9연승 기간의 팀 타율은 3할3푼1리로 10개 구단 중 1위였고, 팀 홈런은 10개를 기록했다.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위력적이었다.

 

KT는 9연승을 하는 동안 팀 평균자책점은 2.46. 10개 팀 중 가장 뛰어난 마운드의 능력을 보여줬다.

 

윌리엄 쿠에바스와 라울 알칸타라가 나란히 2승을 올리면서 ‘원투 펀치’ 역할을 다했다. 배제승도 2승으로 외국인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2승을 올리는 동안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하면서 최고의 피칭을 자랑했다. 이밖에 김민과 김민수가 선발로서 나란히 1승씩을 올렸다. 

 

6월 30일 수원 KIA전에서 연장 승부를 펼친 탓에 이대은이 구원승을 올렸을 뿐 8승을 선발들이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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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마운드가 강해졌다. 자신감을 얻었다. 9연승을 이끈 주역으로 활약한 쿠에바스, 배제성, 이대은(위부터) 

 

선발이 안정되면 ‘계산된 야구’가 가능하다. 불펜 운영에 여유가 생긴다.

 

KT는 불펜도 든든했다. 주권과 정성권이 각각 3홀드, 전유수가 2홀드를 기록했다.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이대은은 9연승을 올리는 동안 1구원승 4세이브로 든든한 ‘뒷문지기’로 거듭났다. 

 

KT는 꿈같은 9연승을 달성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올스타전 이후 이어질 후반기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이고 있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