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란 여행이며, 낮 설음의 동경이며, 아련한 환상이다.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은 길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가을 단장을 서두르는 가로수들이 느려선 도로나 코스모스 꽃길, 철길, 돌담길 등은 삶의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촬영소재다. 서늘한 가을바람을 따라 멋진 도로나 철길, 꽃길 등의 길 사진을 촬영하면서 가을을 만끽하는 것도 나름 즐거울 것이다. 길 떠나기 좋은 가을 멋진 길을 찾아가는 낭만에 젖어보자.
(기종 CANON, 초점거리 27mm, 조리개 F11 셔터 1/800초, IOS 200, 촬영 하늘공원)
가을하늘 뭉게구름 아래 활짝 피어난 코스모스가 가을정취를 가득 느끼게 해준다. 길이란 여행이며, 낮 설음의 동경이며, 아련한 환상이다. 길을 어떤 위치에서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화면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느낌에 큰 차이를 준다. 길을 프레임에 어떤 구도로 배치해야 아련한 환상을 느끼게 해주는지를 생각하며 촬영하는 것이 관건이다.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들.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는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공간이다.
현실을 재현하는 사진은 본질적으로 공간을 지향하는 예술이다. 평면위에 찍힌 공간이 실제로는 환영에 불과하지만, 공간의 깊이와 중첩, 크기와 선명도의 차이로 인지되는 원근감으로 인해 우리는 사진을 3차원의 현실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 즉 우리가 실제로 보고 느끼는 피사체의 크기와 선명도를 기준하여 공간감이나 거리감을 짐작한다. 같은 크기의 사물도 멀고 가까운 차이에 의해 상대적으로 작거나 크게 보이는 경우다.
그리고 풍경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광선과 대기의 영향으로 흐릿해 보인다. 즉 근경에서 원경으로 거리가 멀어질수록 피사체는 뚜렷한 윤곽을 잃고 흐릿해지며 색상도 약해져 회색조로 변해 간다. 화면 중앙으로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늘어선 돌담이 멀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작고 흐릿해지면서 공간의 깊이와 규모를 느끼게 만드는 경우다. 이처럼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피사체는 크기와 거리에 따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공간과 깊이를 형성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진이 평면 위에 존재하는 페인팅이라는 사실을 잊고 한가로이 걷고 싶은 섬마을의 아름다운 돌담길로 인식한다.
(기종 CANON, 초점거리 16mm, 조리개 F6.3 셔터 1/160초, IOS 800, 촬영 관매도)
관매도의 오래된 돌담길이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느끼게 해준다. 향수를 자극하는 섬마을의 돌담길이나 가로수가 멋진 도로, 주변정경이 아름다운 곳에 나있는 길은 좋은 촬영소재다.
촬영위치에 따른 선의 느낌.
사진구성에 활용하는 가로수 길이나 철길, 도로, 강줄기, 지평선과 같은 선들은 뚜렷한 것도 있고 교묘한 것도 있고 멋진 라인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이러한 선들을 파악하여 화면에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따라 길사진의 성패가 결정된다.
즉 화면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길이나 가로수, 수평선 등의 가로세로 선들을 화면에 얼마나 조화롭게 구성하는가가 촬영의 최대 관건이다.
이러한 사진속의 선들은 시선을 화면으로 이끌어줄 뿐만 아니라, 화면구성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선들은 그 종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 수직선은 힘찬 느낌을 주고, 지평선은 고요한 느낌을 보여주고, 대각선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느끼게 해준다. 곡선으로 휘어진 길은 동감과 리듬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길을 바라보는 상하좌우 위치에 따라서도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지므로 촬영위치가 아주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상하의 위치선택에는 약간의 한계가 있겠지만, 좌우의 위치선택은 비교적 자유롭다. 촬영자가 바라보는 좌우의 위치선택에 따라 주변의 어지러운 요소가 정리되거나, 산만하게 나타나서 시선을 분산시키거나, 길의 깊이나 느낌에도 영향을 준다. 복잡한 소재가 늘어진 길 쪽을 정면의 일직선 구도로 배치하면 시선분산을 방지하고 시선을 하나의 선으로 모아준다.
즉 피사체를 하나의 선으로 가지런하게 배열하여 망원으로 압축하면, 산만한 요소가 제거되어 집중력이 높아진다.
(기종 CANON, 초점거리 95mm, 조리개 F8 셔터 1/125초, IOS 100, 촬영장소 나주)
복잡한 소재가 늘어진 길 쪽을 정면의 일직선 구도로 배치하면 시선분산을 방지하고 시선을 하나의 선으로 모아준다. 즉 피사체를 하나의 선으로 가지런하게 배열하여 망원으로 압축하면, 산만한 요소가 제거되어 집중력이 높아진다. 화면 중앙의 길을 따라 늘어선 가로수들이 멀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작아지며 감상자의 시선을 화면 깊이 이어진 길의 끝으로 이끌어 준다. 풍경사진에 사람이나 동물 등의 움직이는 피사체가 있으면 화면 느낌은 더욱 배가 된다.
시선을 유도하는 길잡이 선과 소실점.
화면 내에 시선을 유도하는 길잡이 선과 소실점은 풍경의 느낌을 더해주며, 사진이미지에 3차원적인 공간속성을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전경부터 먼 배경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감상자에게 입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를 제공한다. 가로수 길이나 논길, 강줄기 등의 모든 라인은 길잡이선이 될 수 있다. 길잡이 선은 보는 이의 시선을 화면 안으로 이끌어 관심의 초점으로 유도한다.
그러나 일직선으로 쭉 이어진 라인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빠르게 이동시키고, 화면 밖으로 빠지면 시선도 화면을 떠나게 되므로, 화면 안에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하는 길잡이 선이 중요하다.
보통 S자 길을 많이 촬영하는 이유는 길을 따라 시선을 최대한 천천히 이동시켜 감상자의 시선을 사진의 모든 부분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게 하여 보여주려는 풍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게 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촬영할 때는 화면 속에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을 찾아서, 그 선을 따라 내가 표현한 모두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셔터를 누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많은 선중에서 두 선이 나란히 뻗어있는 평행선들은 우리의 시야가 끝나는 수평선에서 하나의 점으로 만나게 된다. 수평선 위의 한 점에 모이는 점이 소실점이다. 소실점은 감상자의 시선을 화면 깊이 이어진 길의 끝으로 이끌어준다. 이러한 시각적 현상은 길게 뻗어 나가는 철로나 도로, 강줄기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기종 NIKON, 초점거리 9mm, 조리개 F3.8 셔터 1/60초, IOS 100, 촬영 백운호수 근교)
하루를 마감하는 노을빛에 붉게 물든 구름과 흰 눈이 쌓여 있는 논둑길은 아련한 정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면 내에 시선을 유도하는 길잡이 선 역할을 하는 논둑길이 사진이미지에 3차원적인 공간속성을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길잡이 선이 화면 밖으로 빠지면 시선도 화면을 떠나게 되므로, 길잡이 선의 소실점을 화면 내에 머물게 하는 것이 좋다.
화각, 각도, 초점, 노출에 따른 화면변화.
광각렌즈로 촬영하면 길을 포함한 공간의 크기와 깊이확대에는 유리하지만 자칫 산만하기 쉽다. 망원렌즈는 광각으로 담을 때 보이던 복잡한 느낌에서 벗어나 공간의 틈을 메워 주제와 풍경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주지만, 공간의 넓이나 깊이 강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길이나 가로수의 출발점이 화면 하단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선의 라인이 화면중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촬영 각도를 잘못 설정하면 길의 시작위치가 화면 하단부터 연결되지 않고 중간에 뜨게 되어 화면의 불안정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길 사진에 큰 영향을 주는 촬영요소는 렌즈 화각과 촬영 각도라 할 수 있다. 또한 피사체는 촬영위치에 가까울수록 크고 육중한 느낌을 주므로 화면하단부터 길을 배치하여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초점과 조리개 개방여부는 표현의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되도록 초점 포인트를 프레임 앞쪽에 두고 심도를 높여 팬포커스로 촬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리개를 개방하면 뒤쪽이 흐려지는데, 흐려진 길은 상상의 공간을 부여할 수 있지만 공간의 깊이표현에는 어렵다.
또한 길 사진은 길을 깊숙이 따라가야 하므로 촬영되는 범위가 깊고, 밝음과 그늘이 혼재되어 적정노출을 정하기 어려울 경우가 많다. 보통 길을 깊게 표현하려면 약간 어둡게, 경쾌한 느낌으로 표현하려면 약간 밝은 노출로 촬영하면 된다.
길 사진 촬영방법.
길 사진촬영은 되도록이면 아침 시간대가 유리하다.
아침 이슬에 촉촉하게 젖은 나무와 잎들은 본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게 보이고 빛이 투명하게 전달되어 느낌도 좋아진다. 조리개를 F8 정도로 적당히 조여주면 멀어질수록 은은해지는 길의 입체감을 잘 살릴 수 있다.
그리고 벚꽃과 매화, 잎이 발달한 가로수가 우거진 길은 길을 중심으로 터널을 형성하며 길과 어울려진 환상적인 숲의 터널을 보여준다. 이러한 숲의 터널은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노출 차가 심하므로 노출에 유의해야 한다.
숲의 터널 안에서 인물을 촬영하려면 빛이 들어오는 지점에 인물을 세워 촬영하는 것이 좋다. 터널안의 그림자 부분에 인물을 두게 되면 어두운 빛에 묻혀 인물이 부각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길촬영은 계절마다 변화하는 철로 주변풍경과 달리는 열차의 약동감만 잘 살려도 살아있는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철길 가까이서 촬영하면 위험요소가 많으므로 가능한 한 화면내의 풍경의 일부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멀리서 열차가 일출일몰을 배경으로 철로 위를 달리는 모습이나, 꽃이 만발한 언덕아래 열차가 달리는 모습은 우리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한다.
길 촬영은 우선 멋진 길을 찾아내고, 길을 강조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동시에 주변배경과 태양의 위치를 파악하고, 길의 라인을 살릴 수 있는 구도를 정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장소만의 특징이나 그 순간의 분위기를 읽어내는 것이다. 즉 그곳만의 일상의 생활이 느껴지는 정경에 매력 포인트를 두면 보다 완성된 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기종 CANON, 초점거리 24mm, 조리개 F4 셔터 1/125초, IOS 800, 촬영 북한산)
화면하단부터 길을 배치하면 길이 자연스럽게 화면중심으로 이어지고 하단에 무게중심이 생겨 화면에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길을 깊게 표현하려면 약간 어둡게, 경쾌한 느낌으로 표현하려면 약간 밝은 노출로 촬영한다.
촬영 포인트.
1. 어떤 형상을 지니거나 모양을 보여주는 길은 보는 이에게 많은 흥미를 가져다준다. 이러한 형상을 표현하는데 편리한 앵글은 하이앵글이다. 그리고 로우앵글로 촬영하면 긴장감이 높은 길의 느낌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어떤 풍경이든 정적인 피사체만 화면에 배치하는 것보다는 사람이나 열차 등의 움직임이 살아 있는 피사체를 화면에 같이 배치하면 사진의 느낌은 배가된다.
2. 대비란 서로 다른 이질감을 한 화면에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주어 시선을 머물게 하는 구도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해안가의 풍경처럼, 길을 중심으로 전혀 다른 질감을 가진 풍경이 만나 만들어내는 정경은 눈에 보이는 사실적인 풍경에서 벗어나 이채로운 느낌의 풍경을 보여준다.
3. 산들이 겹쳐져 만들어진 연봉의 흐름이나, 규칙적이 반복을 보여주는 밭고랑길이나, 길게 늘어진 가로수들이 겹쳐지며 이어지는 라인과 같이 패턴이나 반복으로 어울려져 만들어내는 선들의 라인은 다채로운 흥미를 유발해주고 화면의 깊이와 느낌을 강조해준다.
한국체육대 미디어특강교수 김창율(yul2979@daum.net)